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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합의 다시 안갯속…트럼프-이란 핵심 쟁점 이견 또 돌출

김민표 기자

입력 : 2026.05.28 09:41|수정 : 2026.05.28 09:41


미국과 이란이 물밑에서 막바지 종전 협상을 벌이는 가운데 27일(현지시간)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 사이의 이견이 다시 한번 드러나면서 협상 타결을 낙관할 수 없게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내각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란과의 협상 현황에 대해 "지금까지는 만족스럽지 않다"면서도 이란이 "우리에게 줘야 할 것들을 주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내각회의에 참석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협상에 진전이 있다면서 "향후 몇 시간, (또는) 며칠 사이에 진전이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의 막판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몇몇 핵심 쟁점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확인했는데, 이는 이란이 주장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어 양측이 과연 합의에 가까워졌는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선 이란 핵프로그램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란 측은 미국과 협상 중인 '종전 양해각서(MOU)' 단계에서 핵 관련 사안은 논외이며, MOU 체결 후 논의될 사안이라는 입장이라고 이란 매체들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보유한 440㎏의 고농축 우라늄(HEU) 처리 방안에 대해서도 중국이나 러시아가 이를 인수하는 것은 "불편할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최근 미국이 이란의 HEU를 가져가지 않더라도 이란 내부 혹은 제3국에서 적절한 감독하에 폐기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이란의 우방국이자 '잠재적 적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인수하는 것은 용납 불가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는 것을 수용할 것인가'고 묻자 "아니다. 해협은 누구에게나 개방될 것"이라고 했으며, '그럼 누가 통제하게 되나'라는 물음엔 해당 사안이 이란과의 협상의 일부라는 점을 확인하면서 "그곳은 국제수역이다. 아무도 통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감시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특히 중동 동맹국 중 하나인 오만을 향해 "오만도 다른 나라들처럼 행동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그들을 날려버릴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입장은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지난 23일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미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이는 우리와 연안국들 사이의 사안이다.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대해 오만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충돌합니다.

종전 합의 조건으로 이란이 요구하고 있는 제재 완화나 동결자산 해제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제재 완화나 돈을 주는 것에 관해 얘기하고 있지 않다. 제재도, 돈도,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우리는 그들이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돈을 통제하고 있다. 우리는 그 돈을 계속 통제할 것이며, 그들이 올바르게 행동하고 옳은 일을 할 때 돌려줄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로선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며, 한 가지가 다른 것의 조건으로 달려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각회의 전 미 공영매체 PBS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도 '이란이 제재 완화의 대가로 HEU를 포기하게 되나'라는 물음에 "아니다. 그들은 제재 완화의 대가로 HEU를 포기하는 게 아니다"라고 부인했습니다.

이 또한 이란의 입장과는 상반된 것입니다.

이란 타스님 통신은 이날 이란이 종전 MOU 체결과 동시에 동결된 120억 달러(약 18조 원)가 먼저 해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이란과의 종전 합의의 조건으로 중동의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를 골자로 한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아랍 국가들)이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합의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내각회의 발언과는 별도로 백악관은 '신속대응 47'이라는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란 국영 방송이 보도한 양국 간 종전 MOU 초안 내용에 대해 "날조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란 국영 방송은 이날 종전 MOU에 이란 주변의 미군 병력을 철수하고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는 내용이 포함됐으며, 이란은 그 대가로 해협 통과 선박 수를 전쟁 이전 수준으로 복원하지만 이란이 선박 항로 지정·관리를 맡고 오만이 이에 협조하기로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고 보도했는데 이를 강력히 부인한 것입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이날 밝힌 내용은 이란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종전 조건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읽힙니다.

이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MOU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여당인 공화당의 대이란 강경파 인사들이 거센 비판을 쏟아낸 것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또한 자신이 공개 지지한 후보가 낙승을 거둔 전날 텍사스주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 경선 결과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과의 협상에서 더욱 자신감을 불어넣은 계기로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그간 미국 언론에서는 이란 전쟁 개전 이후 미국 내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고조되는 전쟁 반대 여론 탓에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는 분석을 자주 내놓았는데, 그는 이날 "나는 중간선거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으며, 공화당 경선 결과를 자신이 크게 승리할 수 있는 "중간선거의 전주곡"이라고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미국 언론들은 종전 합의가 여전히 불투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행정부 당국자들은 지난 주말 동안 종전 합의 직전에 있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며칠간 합의가 임박했다는 신호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호르무즈 해협 조기 재개방을 위한 잠재적 합의에 관한 논의가 있음에도, 이번 주 미국과 이란 간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신속하게 외교적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흐릿해져 보인다"고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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