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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25년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던 경북 지역 산불의 잔해가 예술작품으로 승화됐습니다. 불에 타서 죽은 나무 옆에 묘목을 심었고, 까맣게 탄 사과를 오브제로 삼았습니다.
이주상 기자입니다.
<기자>
[우리가 사는 땅이 곧 우리이다: 금단의 열매 / 6월 30일까지 / https://www.baahng.com/we-are-the-land/]
지난해 3월 우리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산불이 경북 산맥을 덮쳤습니다.
무성했던 숲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높은 산들이 맨살을 드러냈습니다.
[양순열/작가 : 흙도 타고, 돌도 타고, 모든 게 다 탔어요. 그야말로 이렇게 상상 못 할 정도로, 그저 그냥 침묵이 이루어지더라고요.]
망연자실해 폐허를 돌아보던 작가는 검게 탄 채 남아 있던 나무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숯으로 변한 상태였지만, 마치 살아있는 나무처럼 정성스레 옮겨심기를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 2년생 사과 묘목을 함께 심었습니다.
[양순열/작가 : 얘들은 삶을 다 했기 때문에 앞으로 이제 사라지는 과정들이 있을 것이고, 여기는 이제 새로 이제 새 생명이 심어졌으니까, 여기서 또 자라나는 그런 과정이죠.]
이와 함께 까맣게 타 탄소 덩어리가 된 사과를 오브제로 삼았습니다.
나무에서 떨어진 사과를 불에 그을려 우리에게 닥친 '생태 위기'를 경고하는 것입니다.
성경에서는 원죄의 근원이었고, 뉴튼에게는 중력의 영감이었던 사과의 돌이킬 수 없는 존재를 통해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은유입니다.
[양순열/작가 : 이제 이 탄 사과를 보면서 어떻게 우리가 하나의 화두같이 생각해야 되나, 그런 작품으로 제가 만들어 본 겁니다.]
개개인의 창의성과 행동, 생각이 모인 집합 예술작품을 일컫는 일종의 '사회적 조각'입니다.
인간이 초래한 문명의 파괴를 애도하면서, 잿더미 속에서 싹트는 생명을 축복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영상편집 : 김준희, VJ : 오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