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국제

태국판 '미투'…재벌 4세 '친형 성폭력' 고백 파장

유덕기 기자

입력 : 2026.05.26 17:38|수정 : 2026.05.26 17:38


▲ 태국 국기

태국의 유명 재벌 4세가 어렸을 때 친형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백, 당사자가 물러난 사건을 계기로 태국에서도 뒤늦게 '미투' 운동이 일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26일 AFP 통신과 네이션·카오솟 등 태국 매체들에 따르면 이달 초 태국 재벌가 비롬박디 가문의 4세인 환경운동가 29살 시라누드 스콧은 소셜미디어 영상에서 자신의 친형 수닛 스콧이 과거 자신을 여러 차례 성적으로 학대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시라누드는 "가족 모두가 내가 녹음한 형의 고백 테이프를 들었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아무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공감도 해주지 않는 가족과 함께 살고 싶지 않다"며 오열했습니다.

시라누드는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9∼13살 때 형이 여름 방학 동안 기숙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마다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약 3년 전 가족들에게 처음으로 이런 사실을 알렸지만, 침묵을 지키는 대가로 금전적 보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올해 자신의 어머니가 재산 분쟁으로 자신을 고소하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폭로로 논란이 일자 비롬박디 가문의 핵심 기업이자 태국의 '국민 맥주'로 유명한 싱하 맥주를 생산하는 분라웃은 형 수닛을 사내 모든 직위에서 해임했습니다.

분라웃은 성명에서 "시라누드 스콧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당국의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분라웃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던 수닛은 물러나면서 형제 사이에 '거친 놀이'를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성폭력 혐의는 부인했습니다.

이들 형제는 비롬박디 가문 창업자의 외손녀인 어머니와 스코틀랜드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비롬박디 가문 4세들니다.

이들이 속한 비롬박디 가문은 싱하 맥주 외에도 식품·호텔·전력·부동산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며,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가문의 순자산 규모는 약 17억 5천만 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2조 6천3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시라누드의 폭로로 파문이 일면서 태국 사회의 오랜 금기를 깨고 각계 인사들이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인플루언서 테일러 스리랏은 19세 때 50대 직장 상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으며, 한 태국 유명 골프장 후계자는 11살 때 운전기사의 성폭행으로 임신한 뒤 임신중절을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에 온라인에서는 2010년대 세계를 휩쓴 미투 운동에서도 '무풍지대'였던 태국에서 시라누드가 논의의 물꼬를 텄다면서 그를 가리키는 '#PsiScott'(Psi는 시라누드의 별명) 해시태그와 함께 그에 대한 공감과 감사의 뜻을 나타내는 메시지가 오가고 있습니다.

스리랏은 "소셜미디어가 (성폭력) 피해자들이 덜 외롭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면서 그간 '피해자 비난 문화' 때문에 많은 피해자가 나서지 않는 분위기가 이제 바뀌기 시작했다고 AFP에 밝혔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