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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가 이상해요"…왜곡 여론조사 검증해 보니 [사실은]

이경원 기자

입력 : 2026.05.27 09:00|수정 : 2026.05.27 10:53

지방선거의 무게 ⑦편


흔히 지방선거를 '중앙 정치의 대리전'으로 부릅니다. 그 정치적 의미, 중요합니다. 하지만, 거대 담론이 선거판을 휩쓸 때면 정작 우리가 사는 동네의 이야기는 그 기세에 눌려 보이지 않게 됩니다.

SBS 탐사기획팀은 투박한 정치적 구호 대신 '데이터'라는 정밀한 렌즈를 통해 지방선거를 들여다 보려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이 우리 동네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지표로 확인해 보고, 동네 단위 방대한 선거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 동네 별 세세한 표심은 물론 그 이면에 숨겨진 과학적 흐름을 읽어드리고자 합니다.

지방선거의 주무대는 '중앙'이 아닌 아닌, '우리 동네'이기 때문입니다.

'구름 위의 전쟁'이 아닌 우리 일상의 결을 결정하는 '촘촘한 민주주의'의 장. 그 무게를 유권자 분들과 함께 고민하는 '지방선거의 무게' 연속보도, 오늘은 그 일곱 번째 순서입니다.

6·3 지방선거가 한 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간 선거 여론조사가 쏟아졌습니다. 안 그래도 여론조사가 너무 많아 복잡한데, 유권자를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게 더 있습니다. 바로 여론조사 그래프 왜곡 문제입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SNS에 퍼진 여론조사 그래픽을 집중 검증했습니다. 상당수가 수치보다 그래프 모양을 과장, 혹은 축소하는 식입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가 여론조사에서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걸 알리려는 취지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그래프 왜곡은 유권자의 시각적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어느 정도인지, 그 사례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6.3 지방선거, 투표
이미 정치권에서는 그래프 왜곡 문제로 논란이 있었습니다.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서 다음과 같은 그래프를 노출했습니다.

팩트체크 사실은 지방선거의 무게 연속 보도
의뢰기관 : CBS
조사기관 :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일시 : 5월 12일~13일
조사방법 : 서울 거주 만18세 이상 남녀 1002명 대상, 무선·자동응답(ARS) 방식
표본오차 : 95% 신뢰 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 조사에서 민주당 정원오, 국민의힘 오세훈 두 서울시장 후보 간의 차이는 오차 범위 내였습니다. 하지만, 그래프 높이 차이는 매우 커 보입니다. 자세히 보니, 그래프의 세로 축이 38%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제작진은 "우리가 그래프를 수정하겠다. 너무 과장돼 있는데 경위를 파악해 보겠다"며 방송 중 즉시 사과했지만, 국민의힘은 "선거 공정성을 훼손하는 범법행위"라면서 논평을 냈습니다.

비슷한 사례가 또 있었습니다. 사실은팀이 SNS에서 확인한 경남지사 여론조사 그래프입니다.

팩트체크 사실은 지방선거의 무게 연속 보도
의뢰기관 : 프레시안
조사기관 : ㈜이너텍시스템즈
조사일시 : 4월 30일~5월 1일
조사방법 : 경남 거주 만18세 이상 남녀 1001명 대상, 무선가상번호(80%)+유선RDD(20%)
표본오차 : 95% 신뢰 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두 후보 역시 오차 범위 내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래프만 언뜻 보면, 거의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역시 격차를 과장해 그린 사례입니다.

김경수 후보 측은 박완수 후보 캠프 인사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고발했고, 박 후보 측은 "저급한 고발 정치"라며 반발했습니다.

이런 사례는 꽤 많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SNS에 퍼졌던 여론조사 그래프, 계속 보시겠습니다.

팩트체크 사실은 지방선거의 무게 연속 보도
조사기관 : ㈜여론조사꽃
조사일시 : 5월 14일~15일
조사방법 : 경북 거주 만18세 이상 남녀 1,002명 대상, 무선 ARS 조사
표본오차 : 95% 신뢰 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앞선 두 사례와는 반대의 경우입니다. 두 후보 간 격차가 14.5% 포인트로 나타났는데, 수치 차이에 비해 그래프 높이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그래프 색깔이 왜곡돼 SNS상에 퍼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팩트체크 사실은 지방선거의 무게 연속 보도
의뢰기관 : JTBC
조사기관 : 메타보이스
조사일시 : 5월 4일~5일
조사방법 : 평택을 거주 만18세 이상 남녀 502명 대상, 무선 전화면접(CATI) 조사
표본오차 : 95% 신뢰 수준에 ±4.4%p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다자 구도로 관심이 높은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 여론조사 그래프인데, 민주당 김용남 후보를 빨간색으로 표시, 마치 야권 후보처럼 보이게 해놨습니다.

심지어, 여론조사가 아닌 걸 여론조사처럼 나타낸 경우도 있었습니다.

팩트체크 사실은 지방선거의 무게 연속 보도
언뜻 보면 인천시장 여론조사처럼 보입니다. 민주당 박찬대 후보 45.0%, 국민의힘 유정복 후보 45.6%, 0.6% 포인트 차이로 '박빙'이라고 써 있는데, 자세히 보면, '인천시장 후보 뉴스 여론지수 비교'라고 돼 있습니다. 미디어여론연구소의 자료로 적혀 있습니다.

뉴스 여론지수가 무슨 뜻인지, 직접 미디어여론연구소로 연락했습니다. 다음과 같은 답변을 들었습니다.
 
정재하 미디어여론연구소장 : 이 수치의 핵심은 긍정 뉴스와 부정 뉴스의 양을 고려해 만든 지수입니다. 언론이 후보들한테 얼마나 유리한지 나타내는 참고 자료입니다. 여론조사로 쓰면 절대로 안 됩니다.

결국, 여론조사 지표가 아닌 걸 마치 여론조사처럼 보이게 만든, 전형적인 왜곡 정보였습니다.

심지어는 유튜브 투표 결과를 공유하며, 여론조사와 딴 판이다, 여론조사 못 믿겠다는 식의 글도 자주 보였습니다. 유튜브 게시물 기능 중에 '투표'가 있는데, 유튜브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는 겁니다. 후보 중에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과 그 결과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팩트체크 사실은 지방선거의 무게 연속 보도
하지만, 이 결과는 신뢰성과 대표성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여론조사는 그냥 막 전화를 돌려 지지 후보 누구냐고 묻는 게 아닙니다. 성별과 세대, 지역 인구에 비례해 표본 범위를 정하고,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하지만, 유튜브 투표는 알고리즘 노출에 의해 투표 대상자가 결정됩니다. 표본 표집부터 과학적이지 못한 셈입니다.

6.3 지방선거
그간 그래프 왜곡은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고,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공직선거법 96조는 "누구든지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해 공표 또는 보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왜곡'의 기준이 다소 모호해 여론조사 그래프 왜곡과 관련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습니다.

선관위에 이 문제에 대해 공식 질의했더니, "특정 사례에 대한 위반 여부는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 질 수 있으므로 답변이 어렵다"는 답이 왔습니다. 지난 4월 국회에서는 여론조사의 시각적 왜곡 행위를 법적으로 '왜곡'의 범주에 명확히 포함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코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지지자들의 '확증 편향'과 함께 발 빠르게 퍼집니다. 하루하루가 바쁜 유권자 입장에서 이를 꼼꼼히 확인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실제 조사와 다른 왜곡된 인식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 일상의 결을 결정하는 '촘촘한 민주주의' 지방선거. 그 무게만큼이나, 여론조사를 꼼꼼히 확인하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조금만 자세히 보면, 그래프 왜곡을 가려내는 일, 어렵지 않았습니다.

(작가 : 김효진·박정선, 인턴 : 박근호·송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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