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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포르쉐 계약하겠다고 하더라"…삼성전자 성과급, 직장인들 박탈감 토로

유영규 기자

입력 : 2026.05.22 06:37|수정 : 2026.05.22 08:34


▲ 삼성전자

"성과급 억 단위로 받는 거 보니 현타 온다. 당장 사표 쓰고 싶다."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 성과급 보니까 출근할 맛도 안난다. "

"지금도 1년 동안 열심히 일해봤자 얘네들 성과급 수준밖에 안 되는 현실에 힘 빠진다." 

"파업은 경제에 부담이라 잘 협상해서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잘 협상해서 성과급 크게 받는 거 보니까 또 배가 아프네 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 

지난 21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러한 박탈감이 장악했습니다.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수억 원대 성과급이 거론된 여파입니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진심' 걱정했다는 이들조차도 막상 협상 타결 이후 거액 성과급 얘기에 복잡한 반응이 터져나왔습니다.

많은 직장인이 "내 노동의 가치는 무엇이냐"며 허탈함을 토로하는 가운데, 삼성전자 캠퍼스 앞 출근길을 슈퍼카 행렬로 풍자한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도 등장했습니다.

삼성전자 노사가 사업성과의 10%대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는 파격적 보상안에 합의하면서 반도체(DS) 부문 임직원은 올해 최대 6억 원가량(세전, 연봉 1억기준)의 성과급을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적자가 유력한 비메모리 부문도 최소 1억6천만 원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중견기업 직원 김 모(35) 씨는 "오늘도 새벽 6시에 일어나 출근했는데, '삼성전자 성과급 6억' 기사를 보자마자 힘이 빠졌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김 씨는 "나도 야근하고 주말에도 일한다. 그런데 누구는 한 번에 제 평생 저축액보다 많은 돈을 받는다고 하니 출근길이 허무했다"며 "성과를 낸 만큼 보상받는 시장 논리가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같은 월급쟁이라는 말로 묶기 어려울 만큼 격차가 커진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습니다.

스타트업에 다니는 서 모(28) 씨는 "부럽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며 "우리 회사도 작년에 실적이 좋았다고 했지만 스타트업이다 보니 딱히 성과급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직장 만족도의 상당 부분은 금전적 보상에서 오는 것 아닌가"라며 "주변에 삼성전자 다니는 친구가 많아 더 상대적 박탈감이 든다. 그들은 차 계약하고 집도 사고 그러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또다른 스타트업에 다니는 최 모(29) 씨도 "남의 이야기, 먼 나라 이야기면 덜했을 텐데 삼성전자 다니는 사람이 주변에 정말 많다"며 "직장만 다녀서는 집을 못 산다고들 하는데 이번 성과급이면 전세금 정도는 마련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외제차도 거뜬히 뽑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공기업에 다니는 주 모(34) 씨는 "솔직히 질투 난다. 그런데 질투 난다고 말하면 못난 사람처럼 보일까 봐 다들 '현타 온다', '출근하기 싫다'는 식으로 돌려 말하는 것 같다"고 짚었습니다.

주 씨는 "재벌이 수백억 원 번다는 뉴스보다 또래 직장인이 성과급으로 몇억 원 받는다는 뉴스가 더 세게 와닿는다"며 "나와 비슷하게 아침에 출근하고 월급 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더 배가 아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금융권에 다니는 김 모(53) 씨는 "직장인으로서는 배가 아프고 솔직히 부럽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저렇게 보상해야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이 국내 기업에 남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요즘 학부모들 사이에서 반도체학과가 뜬다는데 이쪽으로 생기부를 맞춰야 하나 싶다"며 "나는 이미 틀렸으니 내 자식이라도 보내야 하지 않겠냐"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직장인 진 모(51) 씨는 "온종일 한숨만 푹푹 나온다"면서도 "이렇게 된 이상 삼전 주식도 100만 원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습니다.

직장인 성과급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부러움은 한 컷 이미지로도 구현됩니다.

'삼전 출근길. 람보 페라리 미만 잡'이라는 제목의 온라인 게시물에는 삼성전자 캠퍼스 앞 도로에 람보르기니와 페라리 등 수억 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외제차가 꼬리를 물고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의 AI 이미지가 담겼습니다.

한 블라인드 이용자는 "삼전 다니는 친구 2명이 벌써 포르쉐 계약하겠다고 하더라. 나는 왜 이 돈을 받고 일하는지 근로의욕이 완전히 사라졌다. 성과급으로 포르쉐를 사도 돈이 한참 남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하이닉스·삼전 다니는 사람들 특징'이라는 제목으로 "요플레 뚜껑을 핥아먹지 않고 버린다", "기름을 넣을 때 싼 주유소를 찾지 않고 가까운 곳으로 간다", "배달 음식을 시킬 때 배달비를 신경 쓰지 않는다", "짜장면 대신 간짜장을 시킨다"는 글도 올라왔습니다.

누리꾼들은 실소를 터뜨리면서도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날 스레드에서는 "DS 고졸 3년 차가 DX 부장급 박사 100년 치랑 맞먹는 수준이다. 부럽다. 우리 남편이 뉴스를 보고 사기를 다 잃었는데 힘내자"(se***), "억울하면 삼전닉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입사해야지 어쩌겠나"(be***), "삼전 다니는 김 부장은 조만간 서울에 자가를 마련할 것 같다"(in***) 등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인스타그램에도 "정말 심각한 사회적 위화감이 생긴다"(me***), "와 진짜 부럽다. 이래서 학창 시절에 엄마 말을 듣고 공부를 열심히 했어야 했다"(na***), "진짜 부럽다 못해 자괴감이 든다"(do***) 등 댓글이 쇄도했습니다.

네이버에 올라온 관련 뉴스에는 "그만 좀 보도해라. 진짜 일하기 싫어진다"(li***), "기사를 볼 때마다 힘이 빠지고 짜증이 난다"(m0***), "이런 기사가 줄 대다수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은 어쩌라는 거냐"(10***) 등 날 선 댓글이 주를 이뤘습니다.

중소 IT 기업에 재직 중인 김 모(33) 씨는 "삼성전자도 하이닉스처럼 다큐 한 편 찍어야 한다. 성과급 6억이라니 너무 부럽다"며 "노비를 하려면 대감집 노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 진짜 맞는 것 같다. 이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토로했습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사람들은 너무 먼 대상보다 자신과 비슷한 계층, 쉽게 접할 수 있는 주변 사람과 더 강하게 비교한다"며 "오너나 임원이 아니라 같은 근로자끼리의 비교라는 점에서 직장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 비교 욕구는 성취 동기를 자극하는 긍정적 기능도 있지만, 격차가 크게 느껴질 때는 무기력감이나 우울감, 집중력 저하, 일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감정이 개인의 질투를 넘어 집단 간 갈등 요소로 번질 수 있는 만큼 특정 집단 비난이 아니라 구조적 요소를 함께 분석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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