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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12.3%p…영남이 강해진 게 아니다, 호남이 풀렸다 [사실은]

배여운 기자

입력 : 2026.05.23 09:00|수정 : 2026.05.23 09:00

지방선거의 무게 ⑥편


흔히 지방선거를 '중앙 정치의 대리전'으로 부릅니다. 그 정치적 의미, 중요합니다. 하지만, 거대 담론이 선거판을 휩쓸 때면 정작 우리가 사는 동네의 이야기는 그 기세에 눌려 보이지 않게 됩니다. 

SBS 탐사기획팀은 투박한 정치적 구호 대신 '데이터'라는 정밀한 렌즈를 통해 지방선거를 들여다 보려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이 우리 동네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지표로 확인해 보고, 동네 단위 방대한 선거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 동네 별 세세한 표심은 물론 그 이면에 숨겨진 과학적 흐름을 읽어드리고자 합니다. 

지방선거의 주무대는 '중앙'이 아닌 아닌, '우리 동네'이기 때문입니다.

'구름 위의 전쟁'이 아닌 우리 일상의 결을 결정하는 ‘촘촘한 민주주의’의 장. 그 무게를 유권자분들과 함께 고민하는 ‘지방선거의 무게’ 연속보도, 오늘은 그 여섯 번째 순서입니다.

팩트체크 사실은 지방선거의 무게 연속보도
"정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이죠? 좌우 진영의 지지층이 점점 더 단단해지고, 한국 정치가 두 갈래로 쪼개진다는 이야기는 너무 익숙해서 이제는 식상하게 들릴 정도입니다.

그런데 정말 데이터도 그렇게 말하고 있을까요. SBS 탐사기획팀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거대 양당 체제가 본격화된 2006년 4회 지방선거부터 2022년 8회까지 16년, 226개 기초자치단체의 시·도지사 선거 결과를 보수와 진보 두 진영의 득표율 차이로 전수 분석해봤습니다. 결과는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전체로 보면 양극화는 16년 전보다 약해진 상태입니다. 그런데 226곳을 한 발 더 들여다보면, 같은 16년 동안 정반대로 움직인 두 얼굴이 보입니다. 어떤 동네는 더 단단해졌고, 어떤 동네는 박빙으로 모였습니다. 그렇다면, '양극화가 약해졌다'고 볼 수 있을까요?

양극화는 돌고 돌아…4회 정점, 5·6회 박빙, 7·8회 복구

먼저 아래 그림부터 볼까요. 226개 기초자치단체 각각에서 보수 후보들의 총 득표율과 진보 후보들의 총 득표율 차이의 절대값을 평균 낸 값입니다. 두 진영 격차가 클수록 그 시군구의 표심이 한쪽으로 명확히 쏠려 있다는 뜻이고, 작을수록 박빙으로 갈렸다는 뜻입니다.

팩트체크 사실은 지방선거의 무게 연속보도
거칠게 보면, 4회(2006) 평균 45.2%p였던 진영 격차는 5회·6회에 29%대까지 크게 내려앉습니다. 같은 시기 노무현 정부 후반·이명박 정부 초반·박근혜 정부 초반을 거치며 두 진영이 박빙으로 갈리는 회차가 늘어났던 것이죠. 그러나 7회부터 흐름이 다시 뒤집힙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압승과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영남 결집을 거치며 7회 35.3%p, 8회 32.7%p로 다시 30%p대를 회복했습니다.

다만 4회 시점의 45.2%p에는 못 미칩니다. 5·6회 박빙기를 거친 양극화는 다시 강화되는 추세이지만, 16년 전 정점에는 아직 12.5%p 정도 못 미치는 상태입니다. 한국 정치 양극화는 한 방향으로 단순하게 진행된 게 아니라 U자를 그리며 16년을 보낸 셈입니다.

그렇다면 조금 더 들어가 볼까요? 226개 시군구 가운데에서도 '한 번도 흔들리지 않은 동네들'을 따로 떼어내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철옹성 시군구' 84곳, 16년 단 한 번도 진영이 바뀌지 않아


사실은 지방선거
4회부터 8회까지 다섯 번의 시·도지사 선거에서 단 한 번도 진영 우세가 바뀌지 않은 시군구가 얼마나 될까요. 보수 후보 합산이 5번 모두 진보 후보 합산을 앞섰거나, 그 반대였던 곳입니다. 분석 결과, 226개 가운데 84곳이 여기에 해당했습니다. 보수 일관 43곳, 진보 일관 41곳. 우리는 이 시군구들을 단 한번도 정치색 변화가 없는 '철옹성 시군구'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이 84곳의 구성은 한국 정치 지형 그 자체입니다. 보수 43곳의 핵심은 TK 31곳(경북 23 + 대구 8). 부산 16곳·울산 5곳·경남 도시 12곳은 7회(2018) PK 균열로 빠졌습니다. 진보 41곳은 광주 5 + 전남 22 + 전북 14곳으로 호남 시군구 전체입니다. 16년 동안 호남에서 진보 우세가 한 번도 깨진 적 없는 셈입니다.
팩트체크 사실은 지방선거의 무게 연속보도흥미로운 점은 서울 강남·서초도 4~8회 5번 모두 보수가 우세였다는 사실입니다. 호남·TK라는 두 지역주의 코어 옆에, 서울 한복판의 두 자치구가 같은 결집력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코어 마진 39.3 → 12.3, 두 코어가 거울처럼 마주서다

철옹성 84곳의 진영 마진(진보 및 보수 득표율 차이)을 따로 들여다보면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4회 시점 보수 코어(+49.1%p)와 진보 코어(+88.4%p)의 격차가 무려 39.3%p로 크게 비대칭이었다는 점. 진보 일변의 호남이 보수 일변의 영남보다 결집이 훨씬 강했습니다. 둘째, 16년이 지난 8회에 그 격차가 12.3%p로 27%p 가까이 좁혀졌다는 점입니다. 보수 코어는 +4.6%p 강화됐고, 진보 코어는 −22.3%p 약화. 두 진영이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결과적으로 거의 같은 강도로 마주서게 된 것입니다.
팩트체크 사실은 지방선거의 무게 연속보도자세히 볼까요? 4회의 큰 비대칭부터 그 배경을 살펴봅시다. 4회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는 광주 4.0%, 전남 5.9%, 전북 8.8%로 사실상 명목상 출마에 그쳤습니다. 한나라당이 호남에 자원을 거의 투입하지 않는 '지역 사각지대화' 전략을 1990년 3당 합당 이후 30년 가까이 유지해온 결과입니다.

반면 기간에 영남에서는 진보가 30~40%대 교두보를 꾸준히 유지했습니다. 부산은 오거돈(열린우리당)·김석준(민주노동당)이 합쳐 34.5%, 울산은 노옥희(민주노동당)·심규명(열린우리당)이 36.8%, 경남은 김두관(열린우리당)·문성현(민주노동당)이 무려 43.1%의 진보 표심을 가져왔습니다. 노동운동의 영남 기반(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과 지역 출신 진보 정치인의 활약으로 영남 보수의 일변은 50%p대를 넘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과거 야권 성향이 강했던 부산과 경남이 포함된 결과라고 하지만,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서 비롯된 호남의 정치적 결집과는 정반대 구조였던 셈입니다.

호남까지 닿은 보수, 영남에 들어갈 자리는 더 줄었다

16년이 지난 지금, 그 비대칭이 어디서 해소됐을까요? 보수 코어가 +4.6%p 강화되고 진보 코어가 −22.3%p 약화된 메커니즘을 짚어보기 위해, 호남 3개 시도의 시·도지사 보수 후보 합계 득표율을 직접 비교해 봤습니다.팩트체크 사실은 지방선거의 무게 연속보도16년 동안 호남에서 보수 득표율이 12%p 안팎으로 회복됐습니다. 4회 시점에 5% 안팎이었던 광주·전남의 보수 표심이 8회에는 15~21%대로 올라왔습니다. 명목상 후보만 내는 사각지대였던 호남에 보수가 일부 자리를 내준 것이죠.

반면 영남 보수 본진은 이미 포화 상태였습니다. 대구는 71.1% → 78.8%(+7.6%p)로 추가 강화 여지가 있었지만, 경북은 83.8% → 84.4%(+0.6%p)로 사실상 천장을 친 상태였습니다. 영남에 진보가 들어올 자리는 16년 사이 더 좁아졌고, 호남에는 보수 표가 일부 회복됐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진영의 결집력 격차는 39.3%p에서 12.3%p로 좁혀졌고, 한국 정치는 영호남 비대칭에서 두 코어가 거의 거울처럼 마주서는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경합지 142곳…정권 바람에 좌우로 휩쓸리는 동네

철옹성 84곳을 빼고 남은 142곳, 즉 16년 동안 진영 우세가 한 번 이상 바뀐 시군구들을 따로 떼어내 보면 정반대 흐름이 보입니다.
팩트체크 사실은 지방선거의 무게 연속보도경합지 142곳의 진영 마진 평균은 4회 29.3%p에서 8회 15.4%p로 -13.9%p 줄어들었습니다. 철옹성이 단단해진 것과 정반대로, 이 동네들은 16년 동안 박빙으로 모이는 추세입니다. 특히 5·6회에는 평균 10%p대까지 떨어졌고, 진영 마진 5%p 이내 박빙 시군구가 5회 42곳·6회 55곳까지 늘었습니다. 첫번째 그림에서 본 226 전체의 U자 바닥은 사실상 이 경합지에서 만들어진 셈입니다.

경합지 142곳의 진영 마진 평균은 4회 31.6%p에서 8회 16.8%p로 14.8%p 줄어들었습니다. 철옹성이 단단해진 것과 정반대로, 이 동네들은 16년 동안 박빙으로 모이는 추세입니다. 특히 5·6회에는 평균 10%p대까지 떨어졌고, 진영 마진 5%p 이내 박빙 시군구가 5회 40곳·6회 53곳까지 늘었습니다. 표 1에서 본 226 전체의 U자 바닥은 사실상 이 경합지에서 만들어진 셈입니다.

경합지가 박빙이라고 해서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건 아닙니다. 경합지 142곳은 매 회차마다 정권 바람을 따라 통째로 한쪽으로 휩쓸렸습니다.
지방선거 안내문 (사진=연합뉴스)가장 흔한 변동 패턴은 '4·5·6회 보수 → 7회 진보 → 8회 보수' 같은 형태로, 경합지 다수가 이런 패턴을 보였습니다. 같은 동네가 16년 사이 진영을 두 번·세 번 바꾼 셈입니다.

결국 한국 정치 16년의 진짜 그림은 두 얼굴입니다. 철옹성 84곳은 더 단단하게 결집하고, 경합지 142곳은 박빙으로 모이면서도 정권 바람에 매번 한쪽으로 쏠리는 구조가 자리 잡은 것입니다.

지난 지방선거 16년은? '비대칭 결집'이 아니라 '두 코어 수렴'

한국 정치 양극화는 단순히 강해진 게 아닙니다. 영남 보수는 16년 동안 코어가 더 단단해졌고, 호남 진보는 16년 동안 결집이 풀렸으며, 그 사이 경합지는 박빙화되면서도 정권 바람에 휩쓸렸습니다. 두 진영의 코어가 비슷한 강도의 결집력으로 거울처럼 마주서는 형태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팩트체크 사실은 지방선거의 무게 연속보도이 그래프는 정치권에서 자주 듣는 '지역주의' 논쟁에도 다른 시각을 더합니다. 진보 진영은 '영남 지역주의'를 비판하고, 보수 진영은 '호남의 누적된 지역주의 독점'을 지적합니다. 그러나 데이터는 이렇게 말합니다. 16년 동안 단단해진 건 영남 쪽 결집이었고, 호남은 오히려 보수에게 일부 자리를 내주는 방향으로 풀려갔습니다. '비대칭 결집'이라기보다는 '보수 결집이 영남을 중심으로 더 단단해지면서 호남에까지 일부 침투한' 그림에 가깝습니다.

특히 8회(2022) 호남의 진영 마진이 66.1%p로 4회 대비 22.3%p 풀린 건 의미심장합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8회 지방선거에서 호남 시·군에 보수 표가 일부 회복됐다는 신호이고, 이 흐름이 탄핵 정국이란 변수와 상관 없이 9회 지선에서도 이어질지가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입니다.

16년 만의 영호남 수렴, 9회는 어디로 가나?

이제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있습니다. 1년 전 21대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됐고, 22대 총선과 21대 대선까지 더불어민주당이 연승하면서 전국적 우위에 서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현재 여론조사도 그 변화를 그대로 반영합니다. 서울에선 정원오 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 들어온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고, 부산도 전재수와 박형준 후보가 박빙세를 보입니다. 무엇보다 30년 동안 단 한 번도 민주당 시장을 배출한 적 없는 대구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에 오차범위 안에서 살짝 앞서고 있습니다.
6·3 지방선거/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이 정치 환경이 우리 분석에 던지는 질문은 미묘합니다. 16년 동안 영남 보수 코어가 더 단단해지고 호남 진보 코어가 풀려왔다면, 9회는 그 흐름이 반대로 뒤집힐 가능성이 있는 회차입니다. 대구의 박빙 구도가 가시화되면 16년 동안 영남이 단단해진 그림이 처음 깨지는 사례가 될 수 있고, 반대로 호남이 정권 교체 이후 진보 결집이 다시 회복되는 회차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정권 바람에 좌우로 휩쓸려온 경합지 142곳이 8회와 정반대로 진보 쪽으로 다시 통째로 쏠릴 가능성도 큽니다.

어느 방향이든, 9회 지방선거는 16년 동안 형성된 영호남 결집 구도의 다음 그림을 결정하는 회차가 됩니다. 30년 동안 한국 정치의 두 축이었던 영남 보수와 호남 진보가, 그 결집을 어디서 어떻게 잇거나 풀어내는지가 개표에서 확인됩니다.

16년 동안 한국 정치의 지도를 바꿔온 것은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의 한 표였습니다. 철옹성을 만들고, 경합지를 흔들고, 양극화를 강화하거나 풀어낸 것도 결국 유권자였습니다. 다가오는 6.3 지방선거 당일, 우리의 한 표가 16년 한국 정치 양극화의 다음 한 점을 그리게 될 겁니다. 꼭 투표하시기 바랍니다.

(작가 : 김효진·박정선, 인턴 : 박근호·송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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