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프 핵심요약
친부모라는 장벽과 '살릴 기회'의 소멸: 학대 가해자의 70%가 친부모이며 피해 아동의 80%가 1살 이하 영아라는 점 때문에 외부에 신호를 보내지 못하고, 오래 누적된 폭행 속에서 수차례 존재했던 '살릴 기회'를 안일하게 놓치고 있습니다.
책임 전가와 전문성·인력 부족: 경찰과 지자체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악성 민원 부담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사례 판단을 서로 미루고 있으며, 아동학대로 최종 판정되기 전까지는 개입할 법적 여지가 부족합니다.
컨트롤 타워 부재와 사후 처벌 중심의 한계: 10년이 흘렀는데도 기관 간 통합 컨트롤 타워나 신뢰할 만한 전수조사 통계가 없으며, 가해자 개인을 악마화하여 처벌하는 데 그칠 뿐 '선제적 아동 분리 및 보호'를 위한 시스템과 예산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아동학대 사건은 왜 늘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 뒤에야 세상에 알려지는 걸까요? 제희원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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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형사 판결문 전수 분석한 이유?
Q. 아동학대 판결문 83건, 1천 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전수 분석한 이유는?
A. 양주 사건 때 경찰 설명을 들을수록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학대로 인해서 숨지는 아동들이 한 건의 폭행이나 단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누적된 폭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판결문을 봤던 거고, 대법원 열람 제도를 통해서 공개되고 있는 최근 3년 치(2024년 4월부터 26년 4월까지)를 봤고, 그중에서 아동학대 살해 혹은 치사로 죄목이 적용된 것만 분석한 겁니다.
Q. 가을이 사건, 여준이 사건처럼 전 국민적인 공분을 샀던 사건들 외에도 충격적인 사건들이 많았다고요?
A. 맞습니다. 살해 혹은 치사라고 검색해서 아동이 숨지는 결과가 있었던 사건만 들여다본 건데, 수법이 참혹한 사건들이 너무 많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인천에서 친부가 10살 아들을 말을 안 듣고 학습지를 했다고 거짓말했다는 이유로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로 20~30회를 때려서 사망하게 한 사건도 있었고요. 미숙아가 분유를 바꾼 뒤 토한다는 이유로 때리기도 하고, 11개월 된 아동이 울고 보챈다는 이유로 친부가 복부와 가슴을 주먹으로 폭행해서 살해한 사건.
중상해 건도 몇 건 추가로 봤었는데,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은 한 달 된 신생아를 부모가 무자비하게 폭행해서 윗집에 거주하는 이웃이 신고를 한 사건, '새벽만 되면 처음에는 찰싹찰싹하는 소리가 나다가 퍽퍽 때리는 소리가 난다. 너무 무섭다' 이렇게 신고가 된 건.
Q. 품에 안기도 작을 텐데 퍽퍽 소리가 나게 때렸다는 건가요?
A. 맞아요. 그때 부부가 주고받은 카톡이 있습니다. '죽이고 싶다, 멍이 잔뜩 났는데 바닥에 더 내리치고 싶다' 학대 가해자 유형도 분석했는데 친부와 친모가 70% 가까이 돼요. 이해하기 힘들지만 친부모가 가해자의 대부분입니다.
'학대 아동'이 세상에 보내는 마지막 신호는?
Q. 결국 아이들이 상당수 친부모에 의해서 학대를 받는 상황에서, 외부에 신고할 수 있는 방안이 제한적이잖아요. 영아도 많고. 이럴 때 아이들이 외부로 보내는 마지막 신호는?
A. 대표적으로는 아이 몸에 난 자국이 증거가 됩니다. 아이가 의료기관에 간다든지 어린이집 같은 기관에 다니면서 몸에 있는 멍자국 같은 것. 저희가 분석했을 때 아동학대로 숨진 아이들의 80%가 1살 이하의 영아거든요. 스스로 맞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의료진이나 이웃의 신고에 의해서 드러나는 거고, 이마저도 넘어졌다든지 부딪혀서 다친 거라고 변명하는 경우가 있어서 수사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Q. 애초에 병원을 안 데려가면 알려질 수도 없겠네요?
A. 맞아요. 판결문에 나온 대화 중에서는 '병원에 데려가면 멍이 들킬 것 같다' 이런 대화가 나오거든요. 그래서 데리고 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Q. 실제로 분석한 사건들의 공통점이, 아이가 숨지기 전에 살릴 기회가 한 번쯤은 다 있었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더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하고.
A. 판결문을 통해서 죽음에 이르는 아동들의 학대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고 싶었는데, 공통적인 것은 애들은 한 번에 죽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한 번 팍 쳐서 죽지 않고 오래 누적된 폭행이 지속되어 있고.
Q. 최근 양주 아동학대 사건도 지난해 의사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한 적이 있더라고요.
A. 맞아요. 작년 12월 24일에 어린이집에서 이마를 부딪혀서 어린이집 교사가 병원에 데려갔는데, 귀 안에 고막 파열 같은 상처가 확인이 된 거예요. 학대가 의심될 경우 바로 수사기관에 통보가 되거든요. 근데 수사기관이 양주시청의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과 논의해서 학대가 아니라는 소견을 받아내요.
경찰은 이런 사건을 접수받으면 다 강제 수사를 할 수가 없으니까 이 사람에 대한 신고 이력을 본대요. 그런데 이 친부모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신고 이력이 없었다는 거죠. 그래서 일단 풀어줬다는 식으로 해명을 했고.
그런데 결정적으로 아이가 머리를 크게 다쳐서 중태에 빠진 이후에야 아버지가 긴급 체포돼서 수사를 했더니 2년 정도 학대한 정황이 확인됐거든요. 이런 것들을 안일하게 넘긴 결과가 이렇게 참혹하게 돌아오는 거 아닌가.
김영미 | 서울서북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위원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을 전 지자체에 다 만들어 놨잖아요. 그래서 경찰이 개입하기 전에 실제로 아동 학대가 있었는지를 판단하게끔 제도적 보완 장치를 뒀단 말이에요. 근데 그것도 사실은 지자체에 '사례 회의'가 있어요. 거기에서 아동학대라고 해야만 지속 관찰이 된단 말이에요. (기관이) 찾아가고 아이 만나서 인터뷰하고 이렇게 가능하단 말이에요. 근데 아동학대로 판정이 되기 전까지 그때는 사실 개입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요.
'살릴 기회' 놓치는 현장 인력들..반복되는 대응 실패 원인은?
Q. 경찰도 지자체도 제때 왜 더 나은 조치를 취하지 못했을까라는 안타까움이 계속 들거든요. 경찰이나 공무원 같은 현장 인력들을 판단 착오를 일으키게끔 하는 요인은?
A. 일단 가정 내의 영역을 사생활이라고 여기는 문화도 여전히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아동학대가 형법으로 처벌되게 바뀌었거든요. 10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가정 내 훈육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문제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고.
사실 아이들은 말을 할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오히려 약자인 아이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신체적 증거보다는 여전히 말을 할 수 있는 부모의 의견에 더 힘이 실리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찰의 경우에는 아동 학대 사건만 하는 게 아니라 보통 여성청소년과에서 하는데 성범죄 사건도 같이 하다 보니까 인력 자체가 부족한 문제도 있을 것이고. 또 경찰은 이런 일이 터지면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과도 협의를 한대요. 근데 양주시청에서도 학대가 아니라고 사례회의를 열어서 판단해서 그 의견을 참조를 했다. 이런 식으로 서로 좀 미루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왜 반복되는 비극에도 여전히 '컨트롤 타워'가 없을까
Q. 서로에게 미루는 게, 관할이 여러 개가 있어서 그런 것 같거든요. 아동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경찰·지자체·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지적이 항상 나왔었거든요.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이유가 뭔가요?
A. 울산 '서현이 사건'이라고 있었는데, 8살 아이가 갈비뼈 16개가 부러질 정도로 폭행을 당해서 숨지는 일이 2014년에 있었고, 이때도 얘기가 나왔어요. 기관별로 흩어져 있고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접수받고 경찰은 경찰대로 수사를 한다는 지적이 십여 년 전에도 있었던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변화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이를 낳으라고 하고 아이를 지켜야 된다고 하지만 진짜 절박하게 느끼지 않는 거 아닌가. 제가 인터뷰한 박주영 부산지법 판사가 아동학대 관련 판결문도 많이 썼는데, '늑구 사라졌다고 온 국민이 하는데 사라진 아이들이 얼마나 많겠냐' 이런 얘기하더라고요.
박주영 |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믿을 만한 통계들이 없으니까 전 국가적으로 나서 가지고 전수조사해야 됩니다. 학교를 안 온다든가 소재 파악이 됐다가 사라졌다든가 주민등록이 말소돼 가지고 이런 아이들부터 전부 다 전수조사해 가지고 다 찾아내야 되거든요. (아동학대) 사건들은 정책적으로 미리 예방해야 되는 사안들이거든요. 법원은 거기에 대해서 별로 말할 지분이 많지 않은 쪽입니다.
제가 제일 답답한 건 뭔가 하면 컨트롤 타워가 없어요. 컨트롤 타워가. 애들 목숨은 무조건 지켜주겠다라는 이런 단단한 합의, 아주 강력한 의지나 이게 있어야죠.
아동학대 대응 선진국, 우리 시스템과 무엇이 다를까?
Q. 미국이랑 독일 같은 해외 사례와도 비교를 많이 합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아동학대 관할 기관이 복잡하게 나눠져 있지만 더 기민하게 움직인다고 하더라고요. 어떤가요?
A.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에서는 기본적으로 사후에 처벌하는 게 아니라 아이의 안전한 분리를 목표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미국은 주별로 다르긴 한데 고위험 신고라고 판단이 되면, 24시간·48시간·72시간 이런 식으로 시간이 정해져서 아동을 즉각 분리하고, 독일은 청소년청이 아예 따로 있는데, 마찬가지로 중대한 징후가 포착되면 전문 인력이 함께 가서 위험을 평가하고 아동의 분리를 같이 할 수 있는 제도들이 안착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긴급 보호 시스템이 있지만 작동하기 힘들거든요. 왜냐하면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집에 가서 지금 조사한다고 하면 '키우다 보면 이럴 수 있지' 악성 민원이 또 발생한다는 거예요. 그런 민원에서 공무원을 보호할 제도가 없으니까 공무원이 소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자신들이 1년에 아동학대 신고받는 게 1천 건이 넘는대요. '3~4명밖에 없는데 어떻게 다 하냐' 이런 얘기도 하고. 기관이 개입해서 적극적으로 분리하면 아동을 어디서 어떻게 보호를 할 것인지. 가정 내에 전담 공무원이나 의료진이 상주하면서 지켜볼 것인지, 이런 것들에 대한 제도도 없고 예산 마련도 부족한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번 취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Q. 1천 페이지 넘는 판결문을 다 보면서 기자로서도, 엄마로서도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제일 분노했던 부분이 있었나요?
A. 형량이 참작되는 과정에서 아이가 부모의 처벌을 불원하는, 나를 때렸던 사람인데 그 사람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들어서, 그게 참작되는 경우를 보면 가슴이 아팠어요. 이번 양주 사건 같은 경우도 다자녀 가정이에요. 다른 아이들도 있는 상황인데, 기자들은 왜 엄마는 긴급 체포 안 했냐고 물어봤지만 어떻게 해요? 그 집에 당장 투입될 사람이 없고 그 아이를 보호할 사람이 없는 고민들.
우리가 경계해야 될 것은, 그 부모 하나를 악마화해서는 해결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정인이, 해든이, 서현이' 이렇게 (사건에) 이름을 많이 붙이는데 '제대로 해결하고 있는 건가' 이런 고민이 들더라고요. 나쁜 짓을 한 사람을 무기징역 때린다 해서 다른 사람이 안 나올까? 회의적으로 생각해요.
Q. 결국 시스템의 구멍을 메우는 게 가장 빨리 선행돼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