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진행된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에 대해 '원칙금지·예외허용' 기조를 제시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모회사의 주주동의 방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오늘(2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세미나'에는 금융투자업계 및 학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중복상장 규제의 향방에 대해 논했습니다.
중복상장은 모회사가 상장된 상태에서 자회사를 상장하는 것입니다.
모회사 소액주주들의 이익이 훼손 우려가 부각되며 금융당국은 이를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복상장 과정에 대한 주주동의의 의무화 수준을 크게 3안으로 정리했습니다.
첫 번째는 '이사회 의무 중심' 방식입니다.
모회사 이사회가 관련 절차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자율적으로 주주동의를 구하는 형태입니다.
두 번째는 '부분적 주주동의 의무화'입니다.
분할 자회사 상장 등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큰 경우에만 주주동의를 요구하는 방식입니다.
남 연구위원은 "이 경우 거래소가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세 번째는 '전면적 주주동의 의무화'입니다.
자회사 규모가 모회사 대비 매우 작은 경우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중복상장에 주주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주주동의 방식도 여러 가지입니다.
기업의 합병과 분할, 정관변경 등 중요사항에 대한 의사결정 장치로 사용 돼온 특별결의와 함께 남 연구위원은 최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 기반 일반결의와 함께, 최대주주를 제외한 일반주주의 과반 동의를 받는 '소수주주 다수결(MoM·Majority of Minority)' 방식도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패널토론에서 기관투자자 측 입장을 전한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중복상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 중 하나"라며 "이사회 자율에 맡기는 방식만으로는 정책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거래소 판단에 따라 일부만 주주동의를 요구하는 방식은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며 전면적 의무화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 본부장은 주주동의 방식으로는 MoM이 적절하다고 봤습니다.
그는 "이사회가 상장 여부를 결정하되, 소수주주 다수결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왕수봉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도 "문제는 단순 중복상장보다 계열사 간 계층상장을 통해 지배권이 확대되는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소유와 지배의 괴리가 커지는 점이 핵심 문제"라며 "MoM 방식이 가장 적절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벤처캐피탈(VC)과 사모펀드(PEF) 업계에서는 과도한 규제가 투자 흐름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고광녕 키움인베스트먼트 본부장은 "자체 자금만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기업 입장에서는 중복상장이 성장 과정의 하나일 수 있다"며 "이사회 중심의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임신권 IMM PE 최고법률책임자(CLO)는 중복상장 여부를 "본질적으로 이사회가 판단할 경영상 사안"이라며 주주동의 의무화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그는 "소수주주에게 책임 없는 권한을 과도하게 부여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경순 대신증권 IPO본부장은 "실무적으로 일반주주와 기관투자자의 임시주총 참여율이 낮고, 해외 투자자와의 소통도 쉽지 않다"며 "전면적 주주동의 의무화는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중복상장 여부는 계열 분리, 영업 독립성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이사회 중심으로 판단하되 필요시 거래소가 부분적으로 주주동의를 요구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법조계에서도 신중론을 제기, 부분적 주주동의 의무화에 무게를 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는 "원칙적 금지와 획일적 금지는 구분돼야 한다"며 "주주보호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법체계 정합성과 기업 자율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황 변호사는 "거래소가 상장심사 과정에서 일반주주 이익 보호 노력을 평가하는 방식이 타당하다"며 "주주동의 방식은 현행 회사법 체계와 판례가 축적된 특별결의가 가장 현실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임흥택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주주보호 필요성을 원칙으로 하되 다양한 사안을 단순화할 수 있는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 기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중복상장 논의는 특정 거래구조 규제를 넘어 자본시장의 신뢰와 연결된 문제"라며 "기업 성장과 투자자 보호 사이 균형을 함께 고려해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