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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고향축구단을 보는 두 시선…'한반도 안정의 바람'과 '냉정한 승부의 세계' [취재파일]

김아영 기자

입력 : 2026.05.18 14:53|수정 : 2026.05.18 14:53


▲ 내고향여자축구단 선수들이 줄지어 걸어오고 있는 모습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어제 인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선수단 23명과 스태프 12명 등 모두 35명 규모입니다. 남북 여자 축구 교류 경험이 있는 현철윤 단장과 국가대표팀 감독 출신 리유일, 2013년 동아시안컵 선수 출신 리은향 등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선수단은 감색 정장에 구두를 신고 가슴에는 김일성 부자 배지를 달았습니다. 표정은 굳어 있었고, 시선은 맞추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국제 대회, 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챔피언스리그 4강 토너먼트 참가 차원입니다. 다만 내고향팀의 방남은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정치적, 사회적 맥락 속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스포츠 취재진들 뿐 아니라 외교·안보 분야 취재진들이 이 사안에 관한 기사들을 싣고 있다는 점 역시 이러한 상황을 드러내는 간접적인 증거입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아예 없진 않습니다.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그간의 남북 관계를 두고 거대한 벽이 쳐져 있다고 토로할 정도로, 북한이 그동안 남북 단절 기조를 강하게 부각해왔기 때문입니다. 국제 대회이니까 참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국제 관행과 무관하게 이른바 ‘마이웨이’를 선택해온 사례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김일성 부자 배지를 단 정장을 입고 이동하는 선수들
내고향여자축구단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는 듯합니다.

하나는 한반도에서 최소한의 안정과 긴장 완화를 바라는 시선입니다. 남북 관계의 획기적인 전환점까지는 아니더라도, 국제대회를 계기로 최소한의 접촉과 교류의 공간은 생겨나길 바라는 기대입니다. 남북 경색 국면이 군사적 충돌로까지 비화하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이 깔려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라는 점을 우선해야 한다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북한 팀의 방남은 남북 관계 차원이 아니며, 친선이 목적이 아닌 이번 경기 성격 또한 엄밀하게 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수원FC위민이 경기를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해왔고 홈구장의 이점을 살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여건이 만들어졌다는 '속상함'도 느껴집니다.

어느 한쪽의 시선만이 옳다고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여전히 불안정한 남북 관계를 고려하면 이번 방문에서 '한반도적' 의미를 읽어내려는 시각도 일견 자연스럽습니다. 동시에 스포츠 팬들 입장에서는 정치적 해석보다 경기 자체의 가치와 승부의 무게가 더 중요할 겁니다. 결국 이번 방남은 ‘남북 관계'와 ‘냉정한 경쟁’이라는 두 성격이 동시에 겹쳐 있는 사건에 가깝습니다. 어느 의미를 더 크게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시선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명백한 것은 오는 20일 수원FC와 내고향여자축구단 경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점입니다. 대북지원단체와 실향민 단체 등을 중심으로 한 민간 응원단은 3천 명 가까이 모였고, 입장권도 매진됐습니다. 우승을 향한 절박함 역시 양 팀 모두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경기 특성상 거친 몸싸움이나 신경전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결국 결과는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만들어낼 몫입니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이 방문한 곳이 제3국이 아닌 남한이라는 점에서 이번 일정은 어찌됐든 남북 체육 교류사의 한 장면으로 기록되긴 할 겁니다. 그 기록이 어떤 의미로 남게 될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쓰여지고 있습니다.

선수들 뒤로 보이는 환영 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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