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민들이 분석을 의뢰한 강원대 환경연구소 부설 어류연구센터에서 채집한 붕어 폐사체들
산란기를 맞아 소양호 상류로 올라온 붕어와 뱀장어 수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지자체는 "수질에는 이상이 없다"며 원인 규명에 난항을 겪었지만, 답답한 어민들이 직접 강원대 어류연구센터에 조사를 의뢰한 결과 하천 바닥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독성 가스'가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봄철 붕어잡이로 1년 소득의 절반을 올리는 소양호 어민들은 지난달 초부터 한 달 넘게 죽은 물고기가 가득한 그물만 걷어 올리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폐사한 붕어와 잉어, 뱀장어만 2톤, 수만 마리에 달하며 어민 49명의 피해액은 10억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추산됩니다.
김영인 인제군 남면어업계장은 "죽은 붕어들이 너무 많이 깔려 있어 어민들이 수거했다. 하루는 어선 3대가 나가서 4시간 동안 수거했는데, 200L짜리 통 3개를 채울 만큼 많았다. 같이 작업했던 공무원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할 정도였다"라고 말했습니다.
사태 초기, 인제군과 한국수자원공사는 수질 검사 결과 '매우 좋음' 판정이 나왔다며 명확한 원인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납득할 수 없었던 어민들이 강원대 어류연구센터에 직접 분석을 의뢰한 결과, 진짜 원인은 '황화수소 중독'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천 저층 펄에 쌓인 다량의 유기물이 썩으면서 발생한 황화수소가 치사량의 무려 104배에 달하는 농도로 검출돼 물고기들의 호흡기를 마비시킨 겁니다.
황화수소는 일반적인 행정기관의 수질검사 항목에는 빠져있어 그동안 짚어내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어민들과 인제군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기관의 철저한 재조사와 생계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사태가 커지자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원인 검토를 지시했고, 15일에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직접 현장을 찾아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현장에서는 바닥의 펄을 파내는 '퇴적물 준설'이 대책으로 거론됐지만, 어민들은 몇 년 뒤면 재발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입니다.
어민들은 근본적으로 소양댐 방류를 통해 물을 흐르게 하고 햇볕과 공기를 통하게 해 가스 발생을 막는 '수위 조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식수 공급과 홍수 조절을 최우선으로 하는 수자원공사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여서, 한 해 농사를 망친 어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사진=인제군 남면어업계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