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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명품구매 대행' 여성 인플루언서?…알고 보니 '남성'

조민기 기자

입력 : 2026.05.12 01:08|수정 : 2026.05.12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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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유한 여성 인플루언서가 명품을 헐값에 판다고 속여 수십억 원을 가로챘단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알고 보니 20대 남성의 소행이었습니다.

조민기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023년, 50대 A 씨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명품 가방 등을 싸게 판다는 글을 보고 박모 씨와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습니다.

[A 씨/명품 사기 피해자 : 3억짜리거든요. 근데 그걸 2천만 원에 준다고 하니까.]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의심이 들었지만, 여러 차례 군말 없이 환불도 해준 데다 재력가 '인플루언서' 면모에 금세 빠져들었습니다.

'감각 있는 젊은 여성'이란 신뢰가 컸습니다.

[A 씨/명품 사기 피해자 : 자기 되게 유명하다고, 14만 팔로워 이렇더라고요. 페라리는 기본이고. (박 씨가 보내준 사진을 보고) '예쁘시네요' 이랬거든요. '하도 스토커가 많아서 사진 내렸어요'라고 (박 씨가 말했습니다.)]

더 싸게 명품을 넘겨주겠단 말에 19차례에 걸쳐 보낸 돈만 6천600만 원, 이 가운데 2천800만 원만 되돌려 받았고, 물건은 2년이 지나도록 1건도 받지 못했습니다.

기다림 끝에 상품을 받았다는 후기를 보며 버틸 수밖에 없었습니다.

참다못한 구매자들 고소로 경찰 수사가 시작된 뒤에야 박 씨가 20대 남성이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박 씨는 '최근 환불 요구가 몰리며 배송에 차질이 생겼을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은 가짜 여성 재력가 행세를 하며 사기 행각을 이어온 걸로 보고 본격 수사에 나섰습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만 17명, 피해 규모는 20억 원에 달합니다.

경찰에 불려 다니면서도 구매자를 끌어모으던 박 씨는 최근 또 다른 범죄 혐의 덜미가 잡혀 구속된 걸로 확인됐습니다.

성별을 속이며 재벌가를 사칭하다 감옥에 간 전청조 사건이 떠오른다고 피해자들은 말합니다.

[A 씨/명품 사기 피해자 : '전청조 시즌 2'로 보시면 돼요. 다 믿었는데, 다들 지금 멘탈이 많이 나가 있는 상태이고….]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피해자들은 최근 박 씨를 상대로 집단 민사소송에도 나섰습니다.

(영상취재 : 양지훈·김영환, 영상편집 : 안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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