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국 측이 어느 정도로 의전을 펼칠지 관심을 모읍니다.
AP통신은 이란 전쟁에 따른 미중 간 긴장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이 이전만큼 성대한 수준의 환대를 연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9년 전인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외국 정상과 최초로 자금성 만찬을 함께 하는 등 '황제 의전'이라 불릴 만한 특급 예우를 했습니다.
시 주석은 중국 역사의 상징인 자금성을 하루 비우고 트럼프 부부를 안내하는가 하면 베이징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톈안먼을 통째로 비우고 환영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추이톈카이 당시 주미 중국대사는 이를 두고 일반적인 국빈 방문 수준을 넘어선다는 의미로 '국빈 방문 플러스(+)'라고 명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방중에서는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이 이란을 압박하도록 요구받는 상황에서 이전과 같은 수준의 화려한 레드카펫을 깔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베이징에 도착해 14일 환영행사, 정상회담, 톈탄 공원 참관, 국빈 만찬, 15일 티타임과 업무 오찬 등 일정에서 시 주석과 만나게 됩니다.
비교적 짧은 일정 중에 두 정상은 최소 6차례 대면할 기회가 있을 예정이며 이때마다 공개되는 중국 측 의전 수준은 양국의 분위기를 상징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중국이 2017년보다는 덜 성대한 의전을 보여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국제위기그룹의 자문위원 알리 와인은 "중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두 차례의 대통령 재임 기간 중 가장 특별한 국빈방문을 했다고 믿도록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긴 할 것"이라면서도 "이번의 의전은 그가 처음 중국을 방문했을 때와는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시 주석은 이제 트럼프 대통령을 훨씬 더 잘 이해하고 있으며 미국 행정부의 국가안보 전략과 국방 전략도 중국을 거의 동급의 경쟁자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측보다 당장은 아쉬운 것이 적다고 판단되는 중국 측의 셈법 또한 의전 수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됩니다.
두 정상은 지난해 10월 말 부산에서 무역전쟁 휴전을 연장하는 목적의 회담을 한 차례 가졌으며 이번에는 무역 이슈를 비롯해 양국 및 국제 안보 현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타이완 문제나 인공지능(AI) 의제가 다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가운데 중동 전쟁의 출구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말 치러질 중간선거를 위한 성과가 시급한 반면 중국 측은 미국이 지난해 휘둘렀던 관세 무기에 연방대법원의 제동이 걸린 시점에서 급할 것이 별로 없는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조너선 친은 "이란과의 전쟁 이전에도 (양국은) 긴장 국면이었으며 중국 측은 '국빈방문 플러스' 수준으로 준비하지는 않을 예정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어 "이번에는 성과에 대한 기대가 더 낮을 수 있다"면서 중국 측이 무역이나 기타 사안에 대해 중대한 돌파구를 제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중국 측은 이미 미국의 중간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중국이 더 많은 지렛대를 갖게 될 것이라는 계산이 섰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홍콩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년 전 중국 측의 융숭한 대접 직후 급격히 악화해온 양국 관계를 조명하며 "이번 회담은 우호 관계보다는 관리된 경쟁에 더 가깝다"고 밝혔습니다.
2017년 이후 미중 무역전쟁, 미국의 코로나19 중국 기원설 주장, 2020년 양국 영사관 폐쇄 사태, 2022년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및 관세 공격 등으로 맞서 온 양국이 이번에는 의미 있는 진전을 만들어낼지 주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