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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8NEWS] "단속 떴다" 공무원도 한통속?…메뚜기떼들의 소름 끼치는 카르텔

노유진 기자

입력 : 2026.05.08 17:55|수정 : 2026.05.0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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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2~3년 이내에 다 죽을 겁니다"
01:52 '메뚜기들', 소름 끼치는 실체는?
03:21 '자격증 대여', 불법인데 가능했던 건?
05:14 '견고한 카르텔' 무너질까?

1. "2~3년 이내에 다 죽을 겁니다"
지난해 서울 면적의 1.6배, 10만 핵타르의 산이 불탔습니다. 이렇게 한 번 불 나고 나면 산 어떻게 될까요? 저는 불에 탄 산들 잘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여러 사업을 하는 줄 알았는데, 실제 취재를 해보니까 참 문제가 많았습니다. 산을 살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연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산을 망치고 있는 느낌이었는데요. 2023년 6핵타르, 축구장 8개 면적이 탄 서울 인왕산에 올라가봤습니다. 불난 자리에 살아있는 활엽수 아까시나무가 크게 자라지 못하도록 베고, 그 아래 소나무와 진달래 묘목들을 심어놓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잘 자랐을까요? 4월 4일에 올라갔을 때 잎 없는 아까시나무 아래 진달래랑 소나무가 있었는데, 4월 28일에 다시 올라가니까 아까시 나무에서 잎이 막 난 거예요. 그런데 심었다는 진달래는 없어졌습니다. 같이 산에 올라갔던 전문가 말로는 아까시나무가 자라나면서 잎이 풍성해지고, 아래 그늘이 생겨서 결국 아래 심어 둔 묘목들이 차례로 죽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석환/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 (활엽수) 잎이 생기게 되면 하부는 다 그늘이 됩니다. 그늘이 됐을 때 진달래나 소나무는 자랄 수가 없거든요. 여기에 식재된 나무는 거의 100% 2~3년 이내에 다 죽을 겁니다.]

아까시나무 자르는데도 돈쓰고, 묘목 심은데도 세금을 썼는데, 결국 아무 소용이 없던 작업이었던 거죠. 근데 이게 인왕산만 그럴까요? 저희가 전국 산을 돌아봤습니다. 7년 전에 불이 엄청 크게 났던 강원도 강릉 산을 가봤습니다. 복구가 완전히 끝나고, 나무 심는 것, AS까지 다 끝났는데 완전 맨땅인 거예요. 정말 민둥산이었고, 어린나무들도 거의 다 말라 죽어 있었습니다.

2. '메뚜기들', 소름 끼치는 실체는?
막대한 세금을 쓰고 있는데, 도대체 이렇게 실패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뭘까요? 엉뚱하게 조림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면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복구작업을 하는 산림법인들입니다. 산림법인들이 대부분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 컴퍼니였는데요. 제대로 일을 할리가 없겠죠. 저희가 사무실 찾아가봤더니 거미줄만 쳐져있고, 도저히 사무실이 있었을 거라고는 믿을 수 없는 곳이 태반이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곳은 1층이 미용실이고, 그 가게 주인 분이 19년째 거기서 살고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서류상 주소만 있는 거죠. 문제는 이런 업체들이 산불이 나고 나면 산불이 난 지역으로 막 몰려가서 법인을 새롭게 만듭니다. 산불 복구 사업 입찰에 참여하려면 그 지역에 법인이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데요. 이런 업체를 업계 사람들은 '메뚜기'라고 부릅니다. 전국을 메뚜기처럼 뛰어다니면서 산림복구 사업 입찰에 참여한다는거죠.

[업계 관계자 : (업계에선) '메뚜기'라고 그럽니다. 이 업체들 가보세요. 거의 페이퍼(서류상 회사)들이에요.]

저희가 6년 동안 산림청 사업 계약 1만 3천 여건을 전부 분석했는데, 입찰에 참여한 업체 세 곳중 한 곳은 법인 이름만 다르고 전화번호가 다 똑같았습니다. 그러니까 실체가 하나인 거죠? 어떤 전화번호에는 무려 18개 법인이 연결되어 있기도 하더라고요.

3. '자격증 대여', 불법인데 가능했던 건?
이런 메뚜기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없어졌다 할 수 있는 건, 근본적으로 '자격증 대여' 때문입니다. 이 산림법인을 세우려면 법에 따라서 상시로 근무하는 기술자가 있는데 보통 3명에서 7명 정도 됩니다. 그런데 이 산림 자격증을 대여만 해서 법인을 만들 수 있는 요건만 갖추는 겁니다. 그래서 '비상근' 근무자 구한다는 글이 인터넷에 넘쳐나는거죠. 직접 저희가 그런 비상근을 구하는 곳에 연락해보니까 출근 안 해도 되고, 그냥 자격증만 대여해주면 된다, 불법이지만 다른 업체들도 다 한다, 문제된 적 한 번도 없다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비상근 구인 업체 A : 출근을 거의 안 하신다고 보면 됩니다. (비상근은) 쉽게 말하면 자격증 대여입니다. 기능사분들은 통상적으로 (일 년에) 120만 원에서 한 130만 원 정도는 지급하는데 (산림기사는) 한 달에 40만 원, 50만 원 되니까.]

이런 일들 계속되는데 도대체 산림청은 뭘 하고 있었을까요? 산림청은 매년 정기실태조사를 하기는 합니다. 부실법인이나 자격증 대여 같은 불법행위 뿌리뽑겠다고 말은 하는데, 저희가 들여다보니까 지난해에 자격증 대여 적발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0건인 거죠. 1차 서류 검토하고 현장 조사 나가는데, 이 현장 조사 나갈 때조차 언제 단속 나오는지 사실상 다 알려줘서 미리 대비를 한다고 업계 사람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산림법인 업계 관계자 : 단속을 나가면 몇 월 며칠 몇 시에 '점검을 나갑니다' 그러면 그때 다 불러다 앉혀놓죠.]

심지어 산림청은 인터넷에 비상근 근무자 구인 글 그러니까 자격증 대여해 달라고 올라오는 글이 이렇게 많은데 왜 못 잡느냐는 SBS 질문에 익명이라서 그렇다고 답했는데, 실제로 인터넷 카페에 보면 다 업체명과 전화번호가 나와있습니다. 산림청이 얼마나 일을 안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4. '견고한 카르텔' 무너질까?
SBS 보도 이후 이재명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입찰 보증금 확 올리고 페이퍼컴퍼니 등 부정부패 발견되면 보증금 몰수하는 식으로 실질적 대책 내놓으라고 산림청을 질타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 수년간 계속된 일인데 왜 산림청이나 농식품부는 지금까지 몰랐을까. 또 혹시 알고도 조치를 했는데 왜 조치 내용이 이렇게 부실했을까.]

이후 산림청장도 국민께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일주일간 고강도 실태조사를 벌이고 산림법인 전수조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술자 상시 근무 집중조사하고 위반사항이 있으면 등록취소 형사 고발까지 한다고 하는데, 정말로 잘 할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이번 취재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산림법인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 취재를 나갔는데 담당 공무원이 법인들에게 다 전화를 돌려서 현장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하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업체들끼리 취재진 동선까지 공유했는데, 정말 조직적이었습니다. 산림청 역시 실태조사 결과를 알려달라는 통상적인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고, 정보공개청구를 하라면서 시간을 끌었는데요. 그만큼 이 산림 사업 자체가 정말 견고한 카르텔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이번 취재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정말 제대로 실태조사 하는지 지켜보겠습니다.

(취재 : 노유진,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이상학 , 영상편집 : 안준혁, 디자인 : 양혜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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