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검찰·변호사로 이른바 법조 3륜의 한 축으로 사법질서 확립을 지탱하던 검찰이 무너지고 있다. 반복된 정치적 격랑 속에 특정 검사의 사직은 있었지만, 대거 이탈은 전례가 없었다. 수사 역량의 단절, 형사사법 체계의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6년 70명 → 25년 175명 '2.5배 급증'
SBS가 정보공개 청구 등으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5년 퇴직 검사는 175명으로 10년 새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2016년 퇴직 검사 70명 대비 2.5배 늘어난 수치다.
퇴직 검사는 지난 2019년 111명으로 세 자릿수를 기록한 이후, 점차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다 4년 전 다시 146명으로 늘어난 이후 세 자릿수를 유지하다 지난해엔 전년 대비 40명 이상 증가했다. 1948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77년 만인 지난해 검찰청법 폐지 법안이 통과된 시점과 맞물린다.
특히 지난 1분기(3월 25일 기준)에만 58명이 퇴직하면서, 올해 퇴직 규모는 지난해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적어도 올해까진 검사들의 대거 이탈은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미제 사건 4년 새 2.3배...수사권 없앴지만 특검 파견도 늘어
퇴직 검사 규모가 늘어나면서, 검찰청 장기미제 사건도 덩달아 증가세다. 올해 3월 기준, 사건 처리 3개월을 초과한 장기 미제사건은 12만326건이다. 지난 2022년 5만1,825건 대비 2.3배 늘어났고, 2024년(6만4,546건) 대비 1.86배 규모다.
6개월 초과 장기 미제 사건만 별도로 살펴보면, 2024년 9,123건에서 올해 3월 2.0374건으로 2.23배 이상 늘어났다. 말 그대로 '폭증'한 셈이다. 이는 검사들의 대규모 사직과 함께 특검 차출도 영향을 줬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검수완박, 즉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은 대폭 축소됐고, 현재 검찰의 수사 개시권은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다만 검사의 수사권은 없앴지만, 검사의 특검 파견은 도리어 늘어난 상황이다.
지난해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해병), 상설특검, 올해 2차 종합특검까지 5개 특검이 연이어 출범했고, 지금도 가동 중이다. 지난해 중순 3대 특검에 투입된 검사만 100명 이상이었다. 올해 출범한 종합특검까지 포함하면 현재 검사 67명이 특검에 파견된 상태다. 서울 북부·서부·대구·광주지검 검사가 통상 60~70명 대인 점을 감안하면, 지방검찰청이 한 곳이 완전히 사라진 셈이다.
검사 1인당 장기미제 300건..."개인 노력으로 감당 불가"
검사 수는 줄고, 미제는 늘어나면서 검사 1명당 미제사건도 1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4년 12월 검사 1인당 미제 사건은 73.4건에서 지난해 135.7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통상 검찰 내부에선 검사 1명당 미제 100건 정도를 한계점으로 보는데 그 수준을 훌쩍 넘긴 것이다. 한 마디로 '관리 불가' , '파산 상태'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규모가 작은 지청에서는 1인당 300건 수준까지 늘면서 주 7일 야근 근무로도 버겁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파산지청"이라는 안미현 검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로 알려진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국한된 상황이 아니다.

의정부지검 고양치청 검사실엔 사건기록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캐비넷을 꽉 채웠고 책상 위도 서류가 한 가득이다. 6년 차인 고양지청의 남정하 검사는 "매일 야근하고 주말 출근을 반복하는데도, 개인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정도의 숫자"라고 말했다. 고양지청 검사 정원은 42명이지만, 파견·휴직 등을 제외한 실제 근무자는 24명으로 절반 수준이다.
수원지검 안양지청 사정도 다르지 않다. 사무실 책장이 사건으로 가득하지만, 또 다른 사건들이 매일 배당되고 있다. 15년 차인 김수희 안양지청 부부장검사는 "검사 생활 15년째인데, 이렇게 많은 사건을 갖고 있었던 것은 처음"이라며 "고육책으로 공판 전담 검사를 파견받았는데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안양지청 검사 정원은 34명. 절대적 숫자도 부족한 데 실근무 인원은 18명에 불과했다.
'편견, 검찰 악마화'...10년 차 미만 퇴직 검사 최대치
엑소더스(대탈출)에 비견되는 '검사의 줄사표', 미제 사건 폭증은 과거와 달라진 검찰의 현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는 수치다. 향후 검찰의 미래는 젊은 검사를 통해 가늠할 수 있는데 '10년 미만 검사'의 퇴직 규모도 전례 없는 수준이다.
지난 2016년 '10년 미만 검사 퇴직자'는 18명이었다. 2022년 42명, 지난해엔 50명까지 증가하면서 2016년 대비 2.7배 이상 늘었다. 지난 2월까지 두 달 동안 9명이 퇴직하면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검사 줄사표를 두고 여러 진단이 나오고 있다. 현직 검사장은 "수사를 통해 정의를 구현한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임관했는데 지난 6~7년 사이 수사권이 박탈되고, 수사 지휘 개념도 사라졌다. 검찰 기능이 아예 바뀐 것"이라며 "70년 검찰 전체 역사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반강제적 대변혁이 이뤄지면서 생긴 반작용"이라고 평가했다.
전직 검사장은 "지난해 대장동 항소 포기, 권력형 비리 수사 검사들에 대한 감찰, 조작기소 국정조사까지 거치면서 현재 검찰 조직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후배 검사에게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라고 말하기엔 민망한 상황"이라고 이유를 꼽았다.
검찰 조직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13년 차 검사의 평가는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다. 지난 정부를 비롯한 과거 검찰의 검찰권 오남용을 인정하면서도 "다수의 검사는 형사부에서 자발적 과잉노동을 하면서도 보람을 찾고 사건 처리를 했다"며 "언론에 오르내리는 수사를 하는 '광 나는 자리'를 찾아 나서지도 않았다"고 검찰 전체에 대한 불신과 편견에 억울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일부 검사의 과오를 전체 문제로 치환하고 검찰을 악마화 하면서 잘못된 진단이 내려졌다"며 "다른 것보다 법률 전문가로서의 검사 역할을 부정당하면서 회의감이 들었고 나 역시 사직을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수사권 삭제, 검찰청 폐지, 잇따른 내부 감찰, 국회 국정조사 등 검찰 입장에서 '외풍' 탓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 검찰에서 '법조인으로서 발전 가능성, 자긍심과 명예, 보람과 성취감, 미래 비전'를 찾을 수 없다는 뜻이다.
10월 공소청 출범...현 상태로 제 역할 가능할까?
오는 10월 '검찰' 명칭은 사라지고 공소청이 출범한다. 보완수사권 존폐 여부 등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지만, 수사개시권은 사라지고 검찰의 기능과 역할에 일대 변화가 생기는 건 분명한 상황이다.
문제는 현 검찰이 이대로 공소청으로 명칭만 바뀐다고 제도의 성공적 안착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검찰개혁추친단 자문위원장을 역임한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가 "검사를 식물기관으로 만드는 게 검찰개혁의 최종 종착지인가"라고 반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사기관에 대한 과도한 불신, 내부 사기 저하, 검사의 줄사표는 일시적 문제도 아니고, 특정 기관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피해자를 구제하고 범죄를 처단하는 국가의 본질적 역할, 형사사법시스템 전반과 직결된 사안이다. 장기 미제에 허덕이는 김수희·남정하 검사는 공통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사건 관계인이 언제 사건이 처리되느냐고 문의가 올 때마다 공소시효나 구속이 긴급한 사건부터 처리하고 있다고 답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사건 처리가 지연될수록 사건 파악에 난항을 겪고, 실체 관계가 오염될 가능성도 커진다. 이런 불이익에 가장 먼저 노출되는 건 범죄를 겪은 피해자들이다. 박찬운 교수가 "검찰개혁은 권한 남용을 막는 것 이상으로, 범죄 피해자와 진실규명을 위해 몸부림치는 피의자도 고려해야 한다"며 "국가의 범죄 억지 기능이 약화 되어선 안 된다"고 반복해서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검찰이 그간 형사처벌을 통해 축적한 '범죄억지력과 피해구제 역량'은 공적 자산이며 국가 자산이다. 조직을 둘러싼 논란과 별개로, 그 기능을 계승하기 위해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숙련된 인적 자원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그 공백을 메울 동력마저 상실하면 형사사법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도 위태로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