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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전시장에 서 있는 높이 80센티미터 돌 기둥 4개.
불법을 수호한다는 금강역사를 기둥마다 2구씩, 모두 8구를 돋을새김했습니다.
부릅뜬 눈에 불끈 쥔 주먹, 근육질 몸매까지. 역동적인 조형미를 갖춘 통일신라 후기의 걸작입니다.
석탑 아래층 몸돌의 네 귀퉁이를 장식한 걸로 추정되는데 석재 기둥의 모서리에 금강역사를 연달아 새긴 현존 유일한 형태의 문화유산입니다.
[한정호/동국대 와이즈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 (학계에서는) 굉장히 미스터리한 작품이다 이렇게 보는 경향이 있거든요. 모서리에 해당되는 기둥에 등을 거의 맞대다시피 해서 앞뒤로 배치가 돼 있거든요.]
일제강점기 토함산 자락에서 발견됐는데 천년 세월이 무색할 만큼 보존 상태가 좋지만 기둥 1개의 아랫부분, 그러니까 금강역사의 발이 떨어져 나간 게 ‘옥의 티’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런데 재작년(2024년) 말 금강역사상을 주제로 졸업논문을 준비하던 대학생이 이른바 일을 냈습니다.
박물관의 금강역사상이 토함산 인근 만호봉 절터에서 나왔다는 지도 교수의 말에 현장을 향했던 정태웅 씨,
길 없는 산속을 홀로 헤매다 허탕도 쳤지만 두 번째 발걸음 끝에 가까스로 폐사지에 이르렀고 그곳 낙엽과 돌 더미 사이에 심상치 않은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정태웅/동국대 와이즈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 석사과정(당시 학부 4학년) : 색깔이나 이런 걸 봤을 때 자연석들하고는 조금 차이가 있는 걸로 보여서 유심히 이 석재를 둘러보다가 돌출돼 있는 부분도 있고 조금 이상해 보이는 느낌이 있어서...]
지자체 신고를 마치고 박물관에서 조각을 맞춰 보니 그건 통일신라 금강역사의 사라진 발이었습니다.
[한정호/동국대 와이즈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 이게(박물관 유물이) 분명히 만호봉 절터에서 옮겨온 (금강역사)상이라는 게 확인이 됐고요. 정확하게 맞춰지는 정도로 수습이 됐기 때문에 이 상에 대한 완결성이 완성됐다는 부분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국가 귀속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박물관 금강역사상은 조만간 온전한 모습으로 관객을 맞을 전망입니다.
[정태웅/동국대 와이즈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 석사 과정 : 미술사학은 낭만이 있는 학문이라고 (교수님이) 가르쳐 주셨는데 그 낭만의 순간에 제가 있을 수 있어서 너무 기쁜 순간이었고...]
천년 유산의 마지막 퍼즐을 맞춰낸 한 젊은이의 열정.
K-컬처를 지탱하는 든든한 기초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취재 : TBC 박철희, 영상취재 : TBC 김명수, CG : 변형일, 제작 : 디지털뉴스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