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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불에 탄 산들은 왜 시간이 지나도 다시 살아나지 못하는지, 그 구조적 원인을 취재한 저희 탐사기획팀 보도 어제(4일) 전해드렸습니다. 벌거벗은 맨땅 뒤에는, 사업권을 따내 돈만 챙긴 뒤 사라지는 이른바 '메뚜기' 업체들이 있었는데요. 이들이 법인을 손쉽게 만들고 없앨 수 있는 건 업계에 만연한 자격증 대여 때문이었습니다.
정다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정다은 기자>
복구가 끝났다는 현장, 하지만 남은 건 맨땅과 마른 가지들뿐입니다.
산불 현장을 전전하며 사업만 따내고 사라지는 '메뚜기' 업체들의 부실 복구입니다.
이들은 대체 어떻게 산림법인을 만든 걸까?
국내 최대 산림 정보 온라인 카페입니다.
구인 게시판에 자격증만 있으면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는 '비상근' 모집 글이 가득합니다.
직접 연락해 봤습니다.
[비상근 구인 업체 A : (출근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거예요?) 출근을 거의 안 하신다고 보면 됩니다. (비상근은) 쉽게 말하면 자격증 대여입니다. 기능사분들은 통상적으로 (일 년에) 120만 원에서 한 130만 원 정도는 지급하는데 (산림기사는) 한 달에 40만 원, 50만 원 되니까.]
현행법상 산림법인은 산림기사 등 자격증 소지자가 '상시' 근무해야 하지만 업체들은 대수롭지 않게 말합니다.
[비상근 구인 업체 B : (자격증 대여가) 불법이긴 하잖아요. 일 안 하시고 그냥 급여가 들어가는 부분이니까… (상근은) 거의 없으실걸요? 다른 업체들도 아마 잘 없으실 거예요.]
자격증을 빌려줘도 걸릴 위험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A 씨/산림기술자 : 제가 이제 자격증을 맡긴 지 한 6년 됐는데 문제가 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취재진이 지난 8년간 카페 구인 글 5천600여 건을 분석해 보니 무려 71%가 '비상근 구인' 글이었습니다.
비상근 구인 비율은 해마다 늘어 올해는 90%를 넘었습니다.
비상근 구인이 확인된 53곳이 따낸 계약만 269억 원에 달합니다.
최근 '비상근' 모집이 가장 많았던 한 업체를 찾아갔더니,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요. 여기 사무실 명패도 없어서.]
해당 업체 주소지입니다.
학원과 상점만 있을 뿐, 산림사업법인 사무실은 보이지 않습니다.
[근처 상점 주인 : 우체국 직원이 여기 계속 반송되니까 우편물이 '혹시 여기 (산림법인) 있어요?' 이러는데,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업체 측은 사무실을 잠시 비운 것이라면서, 비상근 구인 이유에 대해선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정희원/변호사 : 자격증을 빌린 업체는 상대적으로 인건비 부담을 낮출 수가 있고 형식만 갖춰서 여러 업체를 산발적으로 설립해 둘 수도 있습니다. 정상 업체가 경쟁에서 오히려 밀리고.]
서류상 명단만 갖춘 부실 업체들이 산을 살릴 예산을 가로채는 사이 우리 산의 복구 골든 타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최혜영, 디자인 : 황세연,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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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령 법인들은 국가자격증까지 불법으로 대여해 몸집만 불렸고, 우리의 산과 숲을 망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관리 감독을 맡은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이어서 노유진 기자입니다.
<노유진 기자>
산림청은 매년 두 차례, 부실 법인 난립과 자격증 대여같은 불법 행위를 뿌리 뽑겠다며 실태 조사를 벌입니다.
지난해에도 2천700여 개 업체를 뒤졌습니다.
엉터리 산림 복원의 시작점인, 자격증 불법 대여는 얼마나 잡아냈을까?
등록 요건 미충족이나 시정명령 미이행 등 199건의 위반 사항을 적발했지만, 정작 자격증 대여 적발 건수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1차 서류 검토 뒤 현장 조사를 나가는데, 업계에선 '보여주기식 행정'이란 비판이 나옵니다.
[산림법인 업계 관계자 : 단속을 나가면 몇 월 며칠 몇 시에 '점검을 나갑니다' 그러면 그때 다 불러다 앉혀놓죠.]
인터넷에는 사실상 자격증 대여를 노리고 비상근 직원을 구하는 구인 글이 넘쳐 납니다.
산림청은 익명 뒤에 숨어 추적이 어렵다고 항변합니다.
[산림청 관계자 : 불법 대여 이런 거 하는 분들은 익명으로 하는 부분도 많고, 실태 조사는 이제 일단 서류나 이런 미비한 부분들 위주로 해서 조사를 하다 보니까. 잘 안 걸러지는 그런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국내 최대 산림 정보 온라인 카페엔 업체명과 대표 번호가 버젓이 공개된 구인 글들이 수두룩합니다.
공개된 정보조차 단속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사후 관리에도 큰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부실 복구나 무자격자 동원 등으로 벌점을 받은 업체들이 사실상 아무런 제약 없이 복원 사업을 다시 따내고 있습니다.
산림기술법 시행규칙에는 사전 심사에서 벌점 업체는 감점하도록 돼 있지만, 정작 심사 대상에 산림 복원 사업은 빠져있습니다.
벌점을 받아도 실제 입찰에선 불이익이 없는 겁니다.
[산림청 관계자 : 실질적으로 제도는 있었지만, 산림 사업 할 때 감점받는 사례가 거의 없었습니다.]
실제 감사원이 2019년부터 5년간 벌점 받은 업체 136곳을 조사한 결과, 벌점이 있는 상태로 무려 690건의 사업을 수주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산불 피해액만 6조 7천억 원.
검게 탄 산을 되살리는 혈세가 부실 업체들의 주머니로 새 나가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김종태,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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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사안을 취재한 탐사기획팀 배여운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Q. '엉터리 업체' 못 막나
[배여운 기자 : 현행법상 사업자번호와 주소지 같은 기본 요건만 갖추게 되면 누구나 입찰 가능합니다. 사실상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페이퍼컴퍼니, 막을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저희가 조달청에 등록된 전화번호와 주소지만 대조해 봐도 의심 업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가 있었거든요. 따라서 입찰 단계에서 이런 기본 심사만 강화해도 부실 업체 상당수는 걸러낼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Q. '산불 카르텔' 어디까지
[배여운 기자 : 네, 이번 취재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한 지자체의 산림 사업을 저희가 파고들기 시작하자, 그 지역 공무원들이 관내 산림법인들에 전화를 돌려서 현장에 문제없게 하라고 하거나, 업체끼리는 취재진의 동선을 공유하며 조직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전문가 섭외도 상당히 힘들었거든요. 이번 취재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준, 업계 사정에 정통한 분 말로는 "산림 전문가 상당수가 산림청 용역이나 자문에 얽혀 있다 보니, 취재에 응하기 어려울 거다"라고 귀띔해 줬었는데 실제로 그랬습니다. 자문이 거절되는 일이 잇따랐고, 결국 서울 인왕산 점검하는데 부산에 있는 교수님이 먼 길을 올라와야만 했습니다.]
Q. 뒤늦게 대책 낸 산림청
[배여운 기자 : 네. 저희가 산림청에 정보공개청구와 그리고 공식 질의를 보낸 직후에, 산림청은 곧바로 보도자료를 통해서 4월부터 6월까지 '불법 행위 집중 단속'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저희 질의 내용이 사실상 보도자료에 거의 그대로 담긴 셈인데요, 이는 산림청도 문제를 알고 있었는데 손을 놓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자격증 대여 형사 고발, 그리고 부실 업체 벌점 적용 등 대책의 방향은 맞습니다. 하지만 보여주기식 발표에 그치지 않고 실효성 있는 단속으로 이어질지는 저희가 계속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