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반정부 시위
전쟁으로 이란의 이슬람 공화국 체제가 약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공고해지면서 개혁을 지지해온 이란 시민들이 보복의 공포에 떨고 있다고 영국 공영방송 BBC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개혁 지지 시민들은 이란 정권이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를 중심으로 더욱 강성화 됐으며 전쟁이 마무리되는 대로 칼날을 내부로 돌려 극심한 탄압을 가하려고 벼르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BBC는 이란에서 이 언론사의 업무를 보조해 온 기자가 시민들을 만나서 들어본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기사에서 이란 내 시민들과 취재원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됐습니다.
수도 테헤란에 사는 젊은 부부 사나와 디아코 중 남편인 디아코는 "세상이 더 나은 쪽으로 변할 거야. 이미 변하기도 했어"라고 말했으나, 부인인 사나는 "변했다고?"라며 "(나라가) (이슬람) 혁명수비대의 손아귀에 들어갔어. 나라가 엉망이야"라고 말했습니다.
사나는 처음에 전쟁이 일어나기를 원하지 않았으나 전쟁 중에 이란 체제의 핵심 인물들이 제거될 때마다 진심으로 기뻐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등 고위직 인사들이 제거된다고 해서 이란 정권의 성격이 타협적인 방향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전쟁이 계속되면서 명확해졌다고 합니다.
사나는 "내가 상상했던 것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게 더 악화됐습니다. 그리고 이슬람 공화국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이번 전쟁에서 그들이 이겼다는 데에 참담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BBC는 인터뷰에 응한 취재원들이 야당 활동가들, 인권 변호사들, 독립 언론인들 등과 나눈 대화에서 전쟁이 마무리되면 이란 정부가 내부 탄압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공포가 만연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수도 워싱턴DC 소재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올해 1월 반정부 시위 발생 이후 전쟁 발발 전까지 약 5만 3천 명 이상이 체포됐습니다.
올해 2월 28일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을 기습공격하면서 전쟁이 발발한 후 이란 정부는 수천 명을 추가로 구금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전쟁 기간 중 정치범 21명에 대한 교수형이 집행됐으며, 이처럼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이들의 사형이 집행된 것은 30여 년 만에 처음입니다.
반정부 시위로 체포된 수감자들을 만나본 인권 변호사 수잔은 "과거에는 가혹행위가 시위 주동자들이나 화염병 소지자들이나 무장한 시위 참가자들에게만 가해졌으나, 전쟁 기간에는 가혹성이 훨씬 더 심각해졌다"며 "전쟁이 끝나면 정권은 아마도 전쟁에 따른 분노를 수감자들에게 쏟아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언론인들도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내통한다는 혐의가 씌워질까 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란 국가에 적대적이라고 평가되는 외국 매체에 취재 자료를 보내줬다는 혐의로 체포된 사람들도 매우 많습니다.
기자인 아르민은 "전시 상황인 지금은 전쟁에 대해 보도하면 간첩죄가 적용될 수 있다"며 미래가 불확실해서 매우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