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호텔 덮치자 꽉 쥔 주먹…"네 소변 좀" 바꿔치기 반전

유영규 기자

입력 : 2026.04.29 07:00|수정 : 2026.04.29 15:50

대법 "체포 위법 땐 공무집행방해 아냐"


▲ 대법원 전경

마약 혐의로 체포돼 유치장에 있던 피의자가 마약 검사에서 남의 소변을 제출해 경찰을 속였더라도 애초 경찰의 체포가 위법했다면 위계공무집행방해죄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오늘(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최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에 돌려보냈습니다.

A 씨는 2024년 6월 경기 의정부 한 호텔에서 지인의 필로폰 투약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습니다.

당시 경찰은 먼저 지인 B 씨를 필로폰 소지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객실에 남아있던 A 씨가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고 주먹을 펴지 않자 A 씨의 양팔을 붙잡거나 양손에 수갑을 채워 주머니와 주먹 등을 수색했습니다.

이후 경찰은 A 씨에게 마약류 투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소변검사를 요구했으나 A 씨가 계속해서 이를 거부했고, 경찰은 결국 A 씨를 필로폰 투약 방조 혐의로 긴급체포했습니다.

A 씨는 체포된 뒤 경찰관으로부터 소변 제출을 요구받자 유치장 내 다른 수감자의 소변을 자신의 소변인 것처럼 속여 제출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A 씨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1, 2심 재판부는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A 씨가 경찰의 적법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적법한 공무집행이 전제돼야 한다"며 애초 경찰의 체포와 수색 행위 자체가 위법했으므로 A 씨의 위계공무집행방해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B 씨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객실을 나간 후 경찰관들이 상당 시간에 걸쳐 A 씨의 양손에 수갑을 채워 신체를 수색하고, 거부하는 피고인에게 지속해 소변검사를 계속 요구한 행위는 사실상 강제수사로서 위법한 체포와 수색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그에 뒤따른 긴급체포도 위법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처럼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마약 투약 여부의 확인을 위해 채뇨 요구가 이뤄진 이상, 경찰관들의 채뇨 요구는 위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경찰관들의 채뇨 요구가 적법한 직무집행임을 전제로 하는 위계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