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경제

1주택자는 왜 술렁이나?…논리보다 정서의 저항 [이브닝 브리핑]

박진호 논설위원

입력 : 2026.04.28 17:03|수정 : 2026.04.28 17:11

선거 변수 떠오른 '장특공제' 논쟁의 해법은?


주택 1채를 장기 보유하면 양도세를 줄여주는 제도를 개편하자는 정부 움직임에 논쟁이 커지는 양상이다. 지방선거 국면이 겹쳐지며 양도세 대상 주택 비중이 높은 서울을 중심으로 표심의 변수로도 작용할 기세다. "노동의 대가인 근로소득이 10억이 넘으면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데, 부동산 투기 불로소득은 수십, 수백억 원이라도 오래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거주와 무관하게 세금을 대폭 깎아주는 건 정의와 상식에 어긋난다"는 대통령의 지적은 논리가 있다. 제도 개편의 필요성도 있다. 다만 정부 입장에선 만만치 않은 반대 여론이 다소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반대 여론에는 혜택 축소 대상인 비거주 1주택자만이 아니라 실거주 1주택자도 가세하는 분위기이다. 1주택을 보유한 944만 가구가 관련된 사안이 SNS나 여야 정치논쟁이 아닌 정책 담당자들에 의해 단계적으로 홍보되고 추진될 수는 없었는지도 아쉬운 부분이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감면을 축소"..구체화된 방향성

처음 논란이 커진 것은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실거주 여부와 상관없이
아예 폐지하는 것이냐는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가 구체화하면서 방향성은 선명해지는 흐름이다.
4월28일 박진호 논설위원 이브닝브리핑용윤종오 진보당 의원과 민주당 등 범여권 10명이 처음 발의한 법안은 현행 장특공제를 폐지하고, 3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양도하는 모든 개인의 양도소득세 감면한도를 평생 2억 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이었지만, 이 대통령은 "일부 야당이 낸 장특공 제한 법안은 정부와 무관한데도 마치 대통령이 낸 법안인 것처럼 조작해 공격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의 백브리핑에선, 대통령의 메시지가 "다주택자에 비해 1가구 1주택자가 우대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라며, "1주택자라도 투자목적과 거주목적은 구분돼야한다는 것을 원칙적으로 강조한 차원"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1주택자 중심으로 반발이 나타나고 있고, 다가온 선거에 미칠 영향을 의식해 진화 차원에서 메시지를 명확히 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1주택자라도 거주하지 않으면서 보유하는 것에 대한 혜택을 줄인다'는 방향인데 고가주택의 막대한 양도차익에 대한 큰 감면 혜택이 현행 근로소득세 부담에 비하면 과도하다는 점, 또 이른바 '똘똘한 한 채'현상을 부르고 전세를 끼고 '갭투자'를 하는 수요를 만든다는 것이 이 대통령이 문제를 제기한 이유인 셈이다.

이익 커질수록 세금 감면도 커지는 '역진성'이 문제

윤종오 의원 등의 장특공제 폐지 법안은 정부의 방안도 여당의 당론도 아니지만, 이 법안이 나온 배경은 양도차익이 클수록 오히려 세금혜택도 커지는 이른바 '역진성'문제 때문이다. 집값이 많이 오른 강남지역 등 고가주택 보유자들의 혜택이 커진다는 것이다. 지난 3월 경실련에선 "15년간 42억 5천만 원의 소득을 근로로 벌 경우, 약 12억 원의 소득세를 부담해야 하지만 같은 금액의 아파트 양도차익에 대한 세액은 2억4천만 원 수준"이라며 이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4월28일 박진호 논설위원 이브닝브리핑용또 하나의 문제점은 혜택의 집중 경향이다. 한겨레 신문이 국세통계자료를 분석한 최근 보도에선 장특공제 혜택의 85%는 서울 주택보유자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양도세 대상 거래 2천968건 중에 2042건 (68.6%)가 서울 지역인데, 총 장특공제 혜택 금액의 85%인 6천2백71억 원을 서울 집주인이 받았다.

장특공제가 시행된 시점과 달리, 지난 20여 년 동안 특정 지역에 편중된 집값 상승으로 '똘똘한 한 채 현상'과 자산 양극화를 키웠다는 점에서 제도 개편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시작은 '투기방지'목적..보수도 진보정부도 유지

하지만 역대 정권에서 보수와 진보정부 상관없이 '장특공제'의 필요성을 대체로 인정해왔다는 점은 주목된다. 첫 시행은 1989년 1월인데, 당시 집값이 과열되자 정부는 양도세율을 보유기간별로 차등 적용하고, 장기 보유자에 대한 특별공제 제도를 도입했다. '주택 단타매매'를 막고 장기보유를 유도해 집값 안정의 효과를 내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또 장기 보유하면서 집값은 오르겠지만 상승분 중에 물가상승으로 인한 부분은 제외해준다는 의미도 반영한 것이다.
4월28일 박진호 논설위원 이브닝브리핑용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1주택자에 대해 10년 보유 시 연 8%씩, 최대 80%로 혜택을 확대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이 강화되면서, 1주택자도 80% 공제율은 유지하되 보유와 거주기간을 각각 40%씩 반영해, 실거주 요건을 대폭 강화했는데, 이것이 현행 소득세법 상의 제도이다.

1주택자가 (실거래가)12억 원 초과 주택을 3년 이상 보유하고, 2년 이상 거주시 보유기간 (연4%), 거주기간 (연4%) 합산해 최대 80% 공제 적용하는 것인데, 특히 현행 제도에서도 2년은 실거주해야 장특공제 대상이 된다. 지금 거론되는 방향성이라면 거주가 아닌 보유만 할 때의 공제가 없어지고, 거주기간에 따른 공제를 확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그래도 1주택인데"..논리보다 정서의 저항 현상

정부의 안은 7월에 나올 예정이지만, 실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들을 넘어 거주하는 1주택자들도 반대 여론에 가세하는 것으로 보인다. 크게는 '1주택자 장기보유를 과연 투기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반발 심리이고, 또 하나는 보유한 주택 1채를 임대하고, 다른 곳에 거주하는 것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인데 이를 제약한다는 불만이다. 공제 혜택이 축소되며 양도세 액수가 커지면 같은 지역이나 규모의 주택으로 이사하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지금은 보유주택 가격이 싸서 양도세 대상 주택이 아니라도 앞으로 가격상승으로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요인이다.
4월28일 박진호 논설위원 이브닝브리핑용장특공제 개편의 논리는 근거가 있지만 대체적인 1주택 보유자들의 정서에 반하는 게 중요한 현실이다. '1주택 보유를 투기로 볼 수 있느냐?'는 반발은 한국의 상황에서 뿌리가 깊다. 산업화 과정을 거쳐 온 고령, 중장년 세대에선 수입을 저축해 전세금을 만들고, 또 전세금을 불려 집을 옮기고, 결국 자가를 소유하는 과정으로 자산을 형성했다. 요즘처럼 금융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세금이 전 재산이었던 단계를 거쳐 이룬 내 집 마련은 긴 여정의 마무리였고, 또 노후 대비와 자녀 지원을 위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사회적 경험 때문에 1주택자에 대한 세제 변화는 결코 다루기 쉽지 않은 과제이다. 정치적으로도 큰 부담이다.

또 주목되는 것은 상대적으로 젊은 집주인들의 반응이다. 현 정부의 잘못은 아니더라도, 지난 수년 동안 너무 빠른 집값 상승세 속에 "자금이 모자라 거주는 못하더라도 일단 '갭투자' 형태라도 아파트를 산다"는 압박감이 실수요자들에게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는 항변이다. "집값이 많이 오른 게 국민의 잘못이냐"는 항변이 나오는 이유이다.

전세난 우려는 현실..'고가주택 중심 요건강화' 고민해야

현재 흐름이라면 정부는 실거주 기간에 대한 공제혜택은 더 늘릴 것으로 보인다. 최대 40%인 실거주 기간 공제율을 더 상향할 것으로 보이고, 일단 실거주자라면 기존의 혜택을 그대로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이 대통령은 "갭 투자용이 아니라 주거용임에도 직장 등 불가피한 사유로 일시 비거주하는 경우는 (장특공제 비적용 대상에서) 제외됨이 명백하다"는 의견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공제혜택이 사라지기 전 수익을 확정 지으려는 고령층 위주의 장기 보유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특정 시기에 일시적인 거래량 증가나 가격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장특공제가 거주자에게만 적용되면 비거주에서 실거주로 전환하는 집주인이 늘면서 서울지역 중심으로 임대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이 함께 나온다. 최근 전세가 상승률이 6년 여 만에 최고치를 보였고 서울 집값도 오름세로 돌아섰다는 점은 정책 당국에게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정책 방향은 이유가 있지만, 부동산 문제는 경제이슈이면서도 문화와 현실의 문제라는 점도 인정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특히 거주하기엔 자금이 부족해 일단 임대를 끼고 집을 산 실수요층을 모두 '투기'로 보는 것은 무리이다. 선량한 사례와 투기세력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비거주의 경우라고 서둘러 혜택을 없애기보다는 이미 언급된 6개월, 1년보다는 더 긴 유예기간과 단계별 적용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조정한 방식처럼 보유기간 40%, 거주기간 40%의 비율을 조정해, 보유기간에 따른 공제혜택을 어느 정도 남겨놓는 절충안도 고려해야 한다. 막대한 양도차익을 온전히 가져가는 게 문제라면, 이익의 규모가 큰 고가주택과 강남 지역 아파트의 장특공제 혜택을 '핀셋' 조정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