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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8NEWS] "겁쟁이" 조롱 속 울린 '총성'…지지율 33% 트럼프 '대반전 카드'

이한석 기자

입력 : 2026.04.28 18:59|수정 : 2026.04.28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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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현지에서 본 '만찬장 총격 사건'
한국시간 일요일 아침, 총격사건이 발생한 워싱턴 힐튼호텔 앞입니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이 발생했던 바로 그 장소입니다. 불과 사흘 전까지만 해도 미국 내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TACO라며 조롱하는 여론이 적지 않았습니다. '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항상 마지막에 겁먹고 물러난다'는 뜻인데 이란과의 전쟁 위기 속에서 폭격을 예고했다가 돌연 휴전을 연장하자 언론에선 트럼프를 말만 앞세우고 결정적 순간에 발을 빼는 겁쟁이라고 비아냥거렸습니다. 유가 폭등과 인플레이션 속에 트럼프의 지지율은 33%까지 추락했고, '타코 화요일'이라는 밈은 트럼프의 정치적 생명력을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45년 만에 현직 대통령을 겨냥한 총격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하면서 미국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총성이 들리자 백악관 기자단 만찬장에 있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깜짝 놀랐고 탁자 뒤로 몸을 숨기며 불안한 표정을 짓기도 했습니다. 경호원들도 용의자의 핵심 타깃이었던 트럼프를 에워쌌고 트럼프도 몸을 숨겼습니다. 그런데 대피한 지 2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총격 발생 직후 브리핑) : 모든 미국인들이 평화적으로 (정치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진정으로 헌신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반드시 갈등을 해결해야 합니다.]

2. 세 번의 암살 시도, 트럼프의 위기 활용법?
지난 2년간 반복된 세 번의 암살 시도. 그때마다 반복된 트럼프 특유의 위기 활용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선 전인 2024년 7월,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장에서 벌어진 첫 번째 암살시도. 트럼프는 위기를 정치적 기회로 바꾸는 정치적 변곡점으로 활용을 했습니다. 오른쪽 귀에 피를 흘리면서도 하늘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싸워라"라고 외친 장면은 전 세계로 확산됐습니다. 이 사진 한 장은 대선 캠페인 전체의 상징이 됐고,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굴복하지 않는 전사의 이미지로 대체하면서 지지층에게는 결집을, 중도층에게는 강인한 지도자상을 각인시켰고 결국 접전이 될 거라는 언론의 예상을 뒤집고 압도적으로 대권을 거머쥐었습니다. 트럼프는 이번 총격 사건을 정치적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지지도 않은 채 총격 사건이 이란 전쟁의 승리를 막지 못할 거라며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했습니다. 전쟁의 피로감에 지친 대중의 시선을 대통령에 대한 위협으로 치환시켰고요. 미디어의 헤드라인은 이란 전선의 교전 상황이 아니라 워싱턴 한복판에서 벌어진 테러 사건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이란과 무관할 거라고 말했지만 측근들과 보수 매체들은 벌써부터 용의자 배후에 이란이 연루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설령 증거가 불충분하더라도, 의혹 제기만으로도 전쟁에 비판적이었던 반전 여론을 '애국주의적 결집'으로 전환하는 효과를 노린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암살 시도를 빌미로 선포될 수 있는 국가 비상사태나 강화된 보안 조치들은 전쟁 반대 시위를 억제하고,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의회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란 전쟁이라는 거대한 늪에 빠져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공격적 방어'를 펼칠 수 있는 정치적 생명력을 불어넣은 셈입니다. 백악관의 전술은 '이란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내부 적들로부터의 생존'이라는 더 자극적이고 원초적인 서사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3. '타코' 아니고 '나초'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이 모습을 보면서 벌써부터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 온 NACHO(Never Avoids Confronting Hard Obstacles)다, '결코 장애물을 피하지 않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며 여론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3차 암살 시도가 다가올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결정적 한 방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폭력의 피해자'라는 프레임은 상대 진영의 정책 비판을 '증오 선동'으로 몰아붙일 수 있는 강력한 방어막이 되기 때문입니다. 세 번의 총성, 세 번의 위기 하지만 트럼프에게 그 총소리는 언제나 승리를 향한 신호탄으로 변주돼 왔습니다. 전쟁의 장기화와 고유가로 인해 제2의 베트남전이라는 비판이 거세지던 시점에서 발생한 이번 총격은 트럼프에게 절묘한 '탈출구'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워싱턴 정가에선 전쟁의 실패는 투표로 심판받지만, 암살 위협을 이겨낸 지도자는 신화가 된다고 말합니다. 이번에도 트럼프의 위기 반등의 공식이 먹힐지 전 세계의 이목이 백악관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취재 : 이한석,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박은하, 영상편집 : 장유진, 디자인 : 이수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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