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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대출 규제 후폭풍…1분기 경매 신청 13년 만에 최대

이태권 기자

입력 : 2026.04.27 09:20|수정 : 2026.04.27 09:20


▲ 경매법정 안내 표지판 모습

올해 1분기 법원 신규 경매 신청 건수가 13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고금리 이후 경기 침체, 대출 규제 등의 후폭풍이 주택·상가·공장 등 부동산 경매 물건 증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27일) 법원 경매정보 통계와 법무법인 명도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법원에 신규로 경매를 신청한 물건 수는 총 3만 541건으로, 2013년 1분기(3만 939건) 이후 동기 기준 13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경매 신청 건수는 채권자들이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법원에 담보 물건의 처분을 요청한 신규 물건 수로, 유찰된 물건이 누적되는 경매 진행(입찰) 건수에 비해 최근 경기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는 지표입니다.

법원 경매 신규 물건 수는 지난 2023년 한 해 총 10만 1천145건으로 2014년(10만 5천571건) 이후 처음으로 10만 건을 넘었습니다.

이후 2024년 11만 9천312건, 지난해에는 12만 1천261건으로 늘며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12만 4천252건) 이후 16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경기 침체의 그늘이 지속되는 가운데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이어진 가파른 금리 인상의 후폭풍이 경매 물건 증가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경매 물건 증가세는 경매 부동산 전 유형에 걸쳐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단 주거시설의 경매가 크게 늘었습니다.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주거시설의 경매 진행 건수는 총 10만 8천742건으로, 금리 인상의 효과가 나타나기 전인 2021년 4만 8천280건의 2배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올해도 이미 1월부터 4월 말(이하 입찰 예정 포함)까지 진행 건수가 4만 2천195건에 달해 지난해 동기(3만 2천132건) 수준을 1만  건 이상 웃돌고 있습니다.

특히 고금리와 대출 규제는 전세 사기 문제와 임대사업자 보증 축소 등으로 이어지며 비아파트 시장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올해 4월 주거시설의 경매 진행건수는 총 1만 2천426건으로 2006년 12월(1만 2천554건) 이후 19년 4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연립·다세대(빌라) 등 비아파트 건수가 8천973건으로 전체 주거시설의 72.2%를 차지했습니다.

지난 4월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가 전체 주거시설의 27.8%(3천453건)에 그치고, 상대적으로 고가 낙찰이 이어지는 것과 비교됩니다.

상업·업무시설의 경매 물건 증가세도 가파릅니다.

고금리·경기 침체 여파에 코로나 이후 소비 패턴이 온라인으로 급변하면서 상가 공실이 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등 큰 타격을 받은 것입니다.

지난해 상업·업무시설 경매 진행 건수는 총 7만 92건으로, 전년(4만 9천60건) 대비 2만 건 이상(43%) 증가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8천252건을 기록하며 경매 통계 조사 이래 역대 최대를 찍었습니다.

특히 상가는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이 10∼20%대에 그쳐 입찰이 진행될수록 진행 물건이 누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매 시장
지지옥션 이주현 전문위원은 "최근 상가 경매가 급증하는 것은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늘고, 이에 따라 주요 상권의 공실이 증가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며 "특히 과거에는 상가 경매가 대형 테마상가의 구분 상가들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강남권 꼬마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의 경매가 늘어나고, 유찰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강남구 대치동의 한 꼬마빌딩은 지난해 감정가 97억 8천800여만 원에 경매에 나왔으나 지난달 2회 입찰에서도 유찰돼 최저가가 62억 6천만 원으로 떨어졌고,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도 감정가 445억여 원에서 2회 유찰돼 다음달 감정가의 64%(285억 원)에서 3회 입찰을 앞두고 있습니다.

산업 경기의 지표도 좋지 않습니다.

공장 등 공업시설 경매 건수는 이달 진행 건수가 1천222건으로 늘어 역대 최대 건수를 기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2021년 금리 인상 이후 실물 경기 회복 등 전환점이 없었던 데다 최근 금리 인하 속도도 더딘 상태여서 경매 물건 증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국의 법원들은 늘어난 경매 물건의 입찰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올해 법원 경매계를 지난해보다 100개가량 많은 413개로 늘렸습니다.

법무법인 명도 강은현 경매연구소장은 "올해도 초반부터 신규 경매 물건이 쏟아지는 것으로 볼 때 올 한해 신건 수가 지난해 12만 건을 넘어서 글로벌 경제 위기였던 2009년 수준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며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일부 인기 아파트에만 수요가 몰리는 등 초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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