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한을 정하지 않고 휴전을 선언하며 한발 물러섰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기싸움은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란 해상봉쇄를 유지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나포를 동원한 사실상의 무력시위로 대응해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내부의 이견에,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해상봉쇄에 협상 교착의 책임을 돌리는 가운데 외교적 출구를 좀처럼 찾기 어려운 불안한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연장을 선언한 다음날인 22일(현지시간) 오후까지 이란 전쟁에 대해 거의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여성 시위자 8명이 자신의 요청 덕분에 처형을 면하게 됐다는 주장을 하기는 했지만 주로 미국 국내 정치 사안에 대한 게시물을 올리면서 이란 전쟁 관련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여러 언론사와 단편적인 인터뷰를 하며 조각조각 난 정보를 제공하던 것도 이날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혼란한 상황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료 시한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3∼5일을 염두에 두고 휴전을 연장한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고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해당 보도를 부인하며 기한이 설정된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연장 선언으로 이란 공격이 전면 재개되는 상황은 일단 피하게 됐으나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둘러싼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팽팽한 상황입니다.
공격 재개에 부담을 느껴 휴전 연장을 선택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하루빨리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 있도록 압박하는 차원에서 이란 해상봉쇄를 고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가상승의 압박 속에 트럼프 대통령은 출구전략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진은 휴전 만료 시한이 설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압박을 완화하면 이란이 협상을 질질 끌 위험이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했다고 CNN방송은 전했습니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해상봉쇄 고수를 비난하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3척에 발포하고 2척을 나포했습니다.
휴전을 연장하겠다면서도 해상봉쇄를 풀 수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일종의 무력시위를 벌인 셈입니다.
이란의 종전 협상 대표단장을 맡고 있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미국의 해상봉쇄로 인해 휴전이 무의미해진 것은 물론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도 불가능해졌다고 비판했습니다.
해상봉쇄 해제를 압박한 것입니다.
이어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이란은 언제나 대화와 합의를 환영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미국의 해상봉쇄와 위협이 협상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란은 협상 의향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교착의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린 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연장을 선언하며 '이란이 내부 이견을 정리해 통일된 제안을 내고 협상이 종결될 때까지'로 만료 시한을 설정한 상황에서 조만간 미국과 이란 사이에 협상 재개를 위한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자칫하면 선박 나포와 같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적 조치가 충돌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 모두 확전은 부담스러운 상황이어서 당분간은 가급적 수위를 조절하는 선에서 중재국 파키스탄을 사이에 낀 탐색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8주 가까이 이란전이 종식되지 않는 상황에서 5월 1일이면 의회의 승인 없이 미 대통령이 전쟁을 할 수 있는 '60일'의 시한이 만료된다는 점도 변수입니다.
1973년 제정된 전쟁권한법에 따른 것입니다.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미군을 장기 분쟁에 투입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으로 승인 없이 개입한 경우 60일 이내 철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통령이 '불가피한 군사적 필요성'을 입증할 경우 최대 30일의 추가 기간이 허용됩니다.
이란 군사작전은 2월 28일에 시작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3월 2일에 의회에 통보했기 때문에 60일은 5월 1일로 종료됩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