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약 먹고 '반짝 호전', 장애 아니다?…일상이 힘든데

한성희 기자

입력 : 2026.04.20 20:57|수정 : 2026.04.20 21:16

동영상

<앵커>

오늘(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일상에서 큰 불편을 겪으면서도 정작 장애 판정은 받지 못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파킨슨병 환자들인데요. 도파민을 생성하는 뇌세포가 점차 줄어드는 이 병은 치매 다음으로 흔한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으로, 국내 환자 수만 15만 명에 달합니다. 20대에서 50대 사이 환자도 지난 2010년 7천800여 명에서 2024년 9천500여 명으로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그런데 왜 이들이 장애 판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건지, 한성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51살 한양태 씨는 5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한양태/파킨슨병 환자 : 당시 진단 받기 전에 한 7, 8년 전부터 손이 떨렸습니다. (의사가) 문진하더니 '술 좀 덜 드시면 되겠다'….]

옷을 입고, 설거지를 하고, 걸음을 떼는 일상이 한 씨에겐 하나같이 사투나 다름없습니다.

[한양태/파킨슨병 환자 : 앉아서 일어나는 것도 그냥 일어나지 못 해요.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서 그렇습니다.]

장애 등급을 받지 못하다 보니 '장애인 일자리' 대상이 안 돼 승진을 앞두고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장애인 주차장이나 장애인 전용 택시를 이용할 수도 없습니다.

[한양태/파킨슨병 환자 : 장애인 주차장은 댈 수가 없으니까, 차에서 내려서 병원 입구까지 오는 데 한두 시간 걸립니다.]

한 씨 같은 파킨슨병 환자들이 장애 등급을 못 받는 건 판정 방식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는 파킨슨병도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치료 약물이 있는 경우 복용 상태에서 장애 여부를 판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시력 장애를 안경 착용 상태에서 판정하는 것과 같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약물은 그때뿐입니다.

안경을 쓰면 시력이 계속 유지되는 것과 달리, 파킨슨병은 약물을 복용하면 잠깐 호전됐다가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장애가 생깁니다.

이런 현실이 장애 등급 판정에 제대로 반영이 안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권겸일/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 (파킨슨병 환자는) 약을 먹었을 때 '온(ON)' 상태가 늘 안정적으로 유지가 되시는 게 아니에요. 시력 장애 환자와 동일시해서 장애 평가를 하는 것은, 파킨슨 질환의 특수성을 정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아닌가….]

뇌전증의 경우 별도의 장애 등급 판정 기준이 있는 것처럼, 파킨슨병도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이무진·인필성, 영상편집 : 김종태, VJ : 오세관)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