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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만에 '실버바'가 돌아왔다…금 vs 은, 지금 사도 될까? [스프]

권애리 기자

입력 : 2026.04.21 09:00|수정 : 2026.04.21 09:00

[똑소리E]


⚡ 스프 핵심요약

7개월 만에 은괴 판매가 재개되는 것은 은값이 안정됐음을 의미하며, 현재 금·은 비중이 역사적 평균치에 근접해 투기적 열기는 한풀 꺾인 상태입니다.

이란 전쟁 초기 달러 확보를 위해 금을 대거 팔았던 튀르키예 등 중앙은행들이 휴전 논의와 함께 다시 매수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으며, 금값의 완만한 우상향이 전망되고 있습니다.

금은 달러 신뢰 하락에 따른 가치 저장 수단으로 확고히 자리 잡는 반면, 은은 AI·태양광 등 산업 수요와 경기 침체 우려 사이에서 복잡하고 예민하게 움직일 전망입니다.

※ 2026. 4. 16. 출고된 영상을 바탕으로 제작된 기사입니다.

실버바가 은행 창구로 돌아옵니다. 5월에 은행 문이 열리는 첫날인 4일 월요일부터 일단 신한은행이 은괴 판매를 재개한다고 밝혔습니다. 7개월 만입니다. 빗발치는 매수 문의에도 실버바를 구할 수가 없어서 은행권의 은괴 판매가 지난 10월 중순 이후 아예 중단됐었죠. 은값의 아찔했던 급등세가 꺾이고 나니 이제는 은괴를 구하는 게 좀 쉬워졌다는 얘기입니다.

은값은 올 초에 기록했던 역대 최고가인 온스당 120달러에 비해 3분의 2 토막으로 꺾인 80달러 선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나마 이 정도 가격까지 다시 올라온 것도 미국과 이란의 휴전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4월 초 이후입니다. 과연 이란 전쟁 이후에는 지난해에 목격했던 은값의 아찔한 상승세를 다시 보게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역시 은은 너무 어려운 자산, 보통 사람이 마음의 평화와 동시에 갖고 있기엔 어려운 자산으로 보는 게 더 적절하다는 의견이 아직 우세합니다. 그야말로 투기 수요가 다시 붙지 않으면 은값은 다시 불이 붙지 않을 거란 얘기죠.

다만 이란 전쟁 이후의 은에는 과거엔 존재하지 않았던 강력한 변수가 있다는 분석도 끈질기게 나옵니다. 올해 금과 은을 주목해야 할까? 또는 둘 중에 어느 쪽에 더 주목해야 할까? 이런 귀금속들의 움직임이 지금 우리 경제에 의미하는 바는 뭘까?

튀르키예 중앙은행이 이란 전쟁이 터진 후 3월 한 달 동안에만 2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무려 30조 원 가까운 규모의 금을 시장에 내놨다는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가 충격을 줬습니다. 52톤어치나 내다 팔았을 뿐만 아니라 79톤을 스왑 거래에 동원했다. 한마디로 '열심히 모은 우리 금을 맡길 테니까 현금 좀 빌려줘, 기왕이면 달러로.' 전당포에 시계를 풀어놓고 급전을 구하듯이 막대한 양의 금을 현금 확보를 위해 내놓은 겁니다.

튀르키예 중앙은행뿐만이 아닙니다. 러시아도 전쟁 직전에 15톤 상당의 금을 판 걸로 알려졌고, 폴란드도 매각을 검토했습니다. 이 3개 나라의 공통점은 중국과 함께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가장 많은 금을 사들였던 나라들입니다. 즉 지난 10년 동안 금값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던 제일 큰손들이 전쟁 개시 후 한 달간 금값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게 하는 데도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중국은 전쟁 와중에도 느긋하게 금 쇼핑을 이어갔습니다. 금이 좀 저렴해지니까 더 좋았겠죠. 3월에만 5톤어치를 더 사들였는데요. 중국은 여전히 달러 보유량이 막대하고 외환 보유고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8.6% 정도밖에 안 됩니다. 일본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전쟁 직전의 튀르키예는 외환보유고의 무려 55%, 폴란드는 28%를 금으로 갖고 있었던 원유 수입국들입니다. 다시 말해서 달러가 충분하지 않은데도 곳간 속 금의 비중을 빠르게 늘려온 나라들인데, 달러 급전이 필요해진 상태라는 거죠. 특히 튀르키예는 안 그래도 바닥을 치고 있던 자기네 돈 리라의 가치가 여기서 더 급락했다가는 지금 기름값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계산 속에서 기껏 모아 온 금에 대한 패닉셀이 나왔던 걸로 보입니다.

이 상황을 뒤집어보면, 종전까지 가는 길은 길더라도 더 이상 사태가 확산되지 않고 기름값도 떨어지는 방향으로 비교적 일관되게 움직이기만 해도 전쟁 전까지 금 수요를 구조적으로 지탱해 온 큰손들인 중앙은행들이 다시 매수 우위로 돌아설 요인들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이란 전쟁 직전에 15톤의 금을 내놔서 경제 제재 속에 러우 전쟁을 이어가느라 '역시 돈이 많이 필요하구나' 이런 관측을 내놨던 러시아는, 지금 이란전의 반사 이익을 톡톡히 보면서 기름을 많이 내다 팔고 있고요. 금 매각을 검토했던 폴란드는 결국 금을 안 팔기로 했습니다. 러시아 옆에 자리해서 늘 국방이 걱정인 폴란드의 중앙은행이 가진 금을 팔아서 방위비에 보태자고 제안했지만 정부가 계속 갖고 있자고 결정을 내렸다는 겁니다. 중앙은행들이 금을 모으는 근본적인 이유는 여전하다.


트럼프 으름장에도 "응 안 속아"..다시 달리는 금·은
4월 들어서 금과 은값의 움직임은 이란 전쟁 휴전에 대한 기대치와 거의 같은 궤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대화가 되는 것 같을 때는 상승세, 협상이 삐걱대면 하락세입니다. 특히 4월 셋째 주 들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역봉쇄하겠다고 위협해도 기름값이 튀어 오르는 폭이 제한됐고, 전쟁 초기엔 세상 모든 돈이 다 모여들었던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그랬더니 금과 은값도 슬금슬금 다시 상승세란 거죠.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이란이 온 세상을 상대로 협박을 일삼고 있어요. 내버려 두지 않겠어요.

이제 자산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건 하루 이틀 간격으로 뒤집어지는 트럼프의 엄포가 아닙니다. 이 전쟁이 실물 경제에 끼친 부담이 금리, 돈을 구하는 비용의 흔적을 남기고 끝날 것이냐 말 것이냐가 지금 모든 자산 전망의 핵심입니다.

만약 전쟁이 지금까지 물가에 미친 영향이 매우 크다면, 물론 이미 한 달 넘게 기름값이 무서워서 우리 가속 페달도 살살 밟고 있긴 하지만요. 이게 주유소 가기가 부담스러운 걸 넘어서서 '이런 것까지 이렇게 다 올랐어?' 하고 실생활 전방위에서 체감되는 수준까지 가버리면, 중앙은행들은 돈을 구하는 비용을 그에 맞춰서 올리거나 최소한 더는 내리지 못하고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이자 한 푼 못 주는 금과 은의 가격은 당분간 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더불어 주식시장에도 돈이 더 돌기는 어렵겠죠. 조정을 각오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물가가 어땠나? 전쟁이 시작된 지 한 달 반이 넘어가면서 금리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참고하는 물가 지표들, 이 전쟁이 물가에 미친 영향이 반영된 지표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우리나라의 돈값이 정해지는 데도 가장 중요한 나라인 미국의 생산자 물가가 시장이 걱정했던 것만큼 오르지 않았습니다. 전쟁 생각을 안 하고 보면 진짜 많이 오르긴 했는데, 예상보다는 훨씬 낮게 나왔다는 겁니다.

이게 중요한 게, 생산자 물가는 결국 비용 물가입니다. 세상의 모든 물건들을 만들어 대는 데 들어가는 비용의 수준이 걱정했던 것보다 괜찮다. 이 얘기는 아직 이 전쟁으로 인한 비용 상승세가 걱정했던 것만큼 크지는 않다는 얘기가 됩니다. 아직은요. 이대로 전쟁의 휴전 스텝이 더 이상 꼬이지만 않는다면, 전쟁 전에 세상이 기대했던 것만큼 금리가, 돈을 구하는 비용이 내려갈 것을 다시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겠죠.

그렇게만 된다면 주식시장에도 호재가 될 거고요. 금값이 크게 하락한 3월에 중국이 오히려 오랜만에 금을 바짝 늘린 것처럼, 올 초에 전쟁 전부터 조정을 겪은 금과 은도 우상향 하는 모습이 나올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게다가 이란 전쟁 휴전 얘기가 나오는 타이밍이 되자 트럼프의 미국 정부에서 돈 얘기라면 가장 주목해야 하는 사람인 스콧 베센트 재무 장관이 이번 주에 슬쩍 금리 인하 얘기를 꺼냈죠. '이 정도면 금리 낮출 만하다. 연준이 인플레 판단을 좀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얘기를 꺼냈는데요.

안 그래도 전쟁 때문에 돈을 많이 썼고 앞으로도 많이 쓸 생각인 트럼프 정부, '이란의 반격은 참아도 이자 비용 오르는 건 역시 못 참는구나' 이런 인상을 시장에 새삼 준 것도 금과 은의 우상향이 재개될 거란 예측을 키우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부터는 금과 은의 행보가 상당히 엇갈릴 수 있다.


'구관이 명관' 금 vs '눈치게임 중'인 은?
금이 올 초까지 너무 올랐던 건 맞다. 하지만 결국 우상향 할 거라는 의견 쪽이 훨씬 더 지배적인 이유는 결국 이겁니다. 돈이 너무 많이 풀렸고 앞으로도 풀어야 하는데 이렇게 돈이 흔해지면 가치는 어디에 저장해야 할까? 특히 기축 통화 달러 한 장 한 장에 대한 신뢰가 자꾸만 훼손되는 지금, 그래도 안전 자산은 역시 금이다. 급전이 필요해서 달러로 몰렸던 전쟁이 잦아들면 전쟁 전까지 전 세계에 팽배했던 이 분위기는 돌아올 거란 거죠.

앞서 살펴봤던 것처럼 금 모으기에 앞장섰다가 이번 전쟁에 돈이 필요해서 눈물을 머금고 내다 판 듯한 튀르키예 같은 나라들의 중앙은행들도 다시 모으려고 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를테면 UBS는 이대로 전쟁의 영향이 줄어든다면 연말 금값이 5,900달러 정도까지 갈 걸로 예상했습니다. 어쨌든 지금보다 20% 넘게 오르는 안정적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은은 어떨까? 은은 사실 가치를 저장하는 안전자산으로서 기능했던 적이 거의 없습니다. 이란 전쟁에도 한참 쓰인 미사일부터 AI 데이터센터와 태양광 패널에 이르기까지 은은 그야말로 모든 산업 현장에 조금씩 그러나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산업재입니다.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들이 훨씬 더 복잡하다는 거죠. AI나 재생에너지처럼 과거에 없었던 은 수요가 계속 나타나면서 실물 은이 6년째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공급보다 수요가 더 크다는 얘기입니다.
마이클 디리엔조 | 실버인스티튜트 CEO
2026년에도 은은 부족할 거예요. 공급(채굴)이 따라잡지 못한다면요. 실은 2027년에도 은은 부족한 상태일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은 가격이 급상승했던 건 이렇게 실물 부족이 오랜 기간 누적된 가운데 금이 워낙 달리다 보니 함께 올랐던 게 컸습니다. 본격적으로 은에도 투기 수요가 붙은 거였죠. 은은 금의 레버리지 자산이다, 금이 웬만큼 오르면 은은 갑자기 무섭게 튀어 오른다는 얘기가 한참 나왔던 이유입니다. 시장이 작고 가격은 낮아서 금보다 더 작은 투기 수요 충격에도 더 크게 튀어 오르고, 그만큼 더 쉽게 추락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일단 그 열기가 한 번 꺼졌습니다. 금의 우상향 속도에도 의견이 엇갈리는데, 중앙은행 같은 구조적 큰손도 없고 투기 수요가 붙어야 비로소 불이 붙는 은값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들이 엇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전통적으로 은값은 지금 비싼 수준인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게, 금값 대비해서 얼마인지 살펴보는 겁니다. 보통 금값이 은의 50~60배 사이에 형성된다. 50배 아래로 내려갈수록 '은이 좀 비싸지고 있지 않나' 이렇게 많이 보는데요. 실제로 금과 은 모두 역대 최고가를 찍었던 올해 1월 말에 금값은 은의 45배 정도에 그쳤습니다. 금도 진짜 비쌌지만 은이 초고속으로 치솟았다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금이 은값의 딱 61배 정도 시세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제 좀 중립이네' 여기서 투기 수요가 붙으려면 다른 힘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전에 없던 AI나 재생 에너지에 은 수요가 생기긴 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하강하거나 침체되는 분위기가 된다면 은 수요는 그만큼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4월 들어서 IMF도 1월에 내놨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죠. 아무래도 이 전쟁을 겪은 후에 세계 경제가 그렇게 빨리 활황을 빚을 것 같지는 않다는 겁니다.

게다가 은이 비싸지다 보니 전체 은의 17% 이상이 소비되는 태양광 부문에서도 은을 절감하거나 구리 같은 재료로 대체하려는 기술이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어서 올해 그 수요가 전보다 좀 줄어들 거란 전망이 나와 있기도 합니다.
박승진 | 하나증권 해외주식분석실장
은은 '악마의 금속'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게, 수요에 대한 일관성이 다른 형태를 보이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요. 통화 가치의 변화뿐만 아니라 산업에 대한 평가들, 수요의 변화들에 계속 예민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형태의 금속군이기 때문에 금과는 차이가 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은을 재활용하는 기술 같은 것도 발달하고 있습니다. 가격을 저장하는 안전 자산으로서가 아니라 산업재로서, 결국 올해 AI 붐이 폭발하고 경제가 활발하게 돌지 않는다면 은도 우상향을 하긴 하겠지만 금의 후광 효과까지 입어서 투자 자산으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움직임까지 가는 데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걸로 보인다는 겁니다. 금과 은의 가격 둘 다 결국 금리와 산업 현장을 둘러싼 분위기의 거울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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