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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한가운데 재떨이?…'흡연 성지' 된 홍대 거리

배성재 기자

입력 : 2026.04.16 20:52|수정 : 2026.04.16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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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젊은층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서울 홍대 '레드로드'가 담배 연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담배꽁초 없는 깨끗한 거리를 위해 인도에 꽁초 수거함들을 설치했는데, 오히려 이게 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배성재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붉은색 보도블럭이 깔려 있는 서울 홍대 앞 레드로드.

늦은 저녁 시간, 인도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흡연자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담배꽁초 수거함이 설치된 곳들입니다.

[흡연자 : 다들 여기서 담배 피우시고 누가 봐도 재떨이같이 생겨서….]

3년 전 마포구청이 홍대 앞 상권을 살리겠다며 2km 길이 '레드로드'를 조성할 때 100여 개를 설치했는데, 10m도 되지 않는 간격으로 너댓 개의 수거함이 설치된 곳도 있습니다.

5분 정도 현장을 직접 걸어봤습니다.

지금까지 오면서 본 담배꽁초 수거함이 10곳이 넘습니다.

보통 그 주변에 모여서 흡연이 이뤄지고 있었고요, 담배 냄새를 맡지 않고 이 길을 통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연규·박수민/경기 일산 : 발디딜 틈도 없는데 바로 옆에서 피는 건 좀 눈살이 찌푸리지 않나, 외국인들도 많은데.]

[유커 데헤이/네덜란드 : 길거리 한가운데에 재떨이가 있는 게 좀 이상하고, 개인적으로 정말 싫어요.]

거대한 흡연구역이 됐다는 취지의 민원과 항의가 잇따르고 있는데, 마포구청은 레드로드에 부지와 예산이 필요한 흡연 부스를 설치하기 어려워 꽁초 수거함이 깨끗한 거리를 만들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었다는 입장입니다.

[마포구청 관계자 : 방문객이 많아지면서 담배꽁초라든지 무단 투기가 좀 빈번하게 일어나다 보니까. 청결 문제도 있어서….]

하지만 주민들은 꽁초 수거함 바로 옆에 같은 구청 보건소의 금연 포스터가 붙어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지적합니다.

[인근 주민 : 너무 행정 편의주의적으로 생각을 하다 보니까 간접흡연을 조장하고 있는 문제가 있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들고요.]

취재가 시작되자 마포구청 측은 꽁초 수거함의 재배치 또는 폐기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연 구역은 점점 많아지고 지자체마다 세금을 들여 금연 클리닉까지 만드는 요즘, 젊은이들이 많은 홍대 거리가 '흡연 거리'가 된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입니다.

(영상편집 : 윤태호, 디자인 : 석진선, VJ : 노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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