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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맹비난에…교황 "민주주의 허울 쓴 폭정" 쓴소리

유영규 기자

입력 : 2026.04.15 11:23|수정 : 2026.04.15 11:23


▲ 미국 대통령과 교황 사이의 갈등 관련해 보도한 언론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갈등을 빚는 교황 레오 14세가 이번에는 권력 남용의 치부를 가려주는 '사이비 민주주의'를 거론하고 나섰습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레오 14세 교황은 14일(현지시간) 교황청이 발행한 메시지에서 민주주의 국가는 도덕적 가치에 뿌리를 둘 때만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런 토대가 없으면 민주주의는 다수의 폭정, 경제와 기술 기득권층의 지배를 위한 허울 중 하나가 돼버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의 이날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레오 14세 교황에게 맹비난을 쏟아낸 후에 나왔습니다.

메시지에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을 비롯한 특정한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었지만, 외신들은 이를 교황과 미국 대통령의 불화와 연계해 주목했습니다.

이란과 전쟁을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권력 오남용, 도덕성 상실 논란과 맞아떨어지는 맥락이 관측되기 때문입니다.

이날 메시지에서 교황은 권력 그 자체는 목적이 되면 안 된다는 게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이라며 권력은 공동선을 향한 수단이 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교황은 "권위의 정당성은 경제적, 기술적 힘의 축적이 아니라 권위를 행사하는 데 활용하는 지혜와 덕목에 따라 결정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절제는 정당한 권위 사용의 필수"라며 "진정한 절제는 과도한 자기예찬을 통제하고 권력남용을 막는 울타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상 첫 미국인 출신 교황인 레오 14세는 트럼프 대통령과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은 트럼프 행정부의 배타적 이민정책과 소수자들에 대한 관용 부족에 아쉬움을 드러내다가 중동전쟁을 계기로 직설적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예수의 이름을 들어 더 효과적인 전쟁을 기도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명을 말살하겠다고 위협하자 정색하고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교황은 트럼프 행정부의 '현대판 십자군' 주장에 "하느님은 그런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문명 말살 위협에 "진심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바티칸을 힘으로 굴복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별도의 논란을 부르고 있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최근 미국 주재 교황청 대사를 불러 과거 왕권이 교황권을 압도하게 된 계기가 된 '아비뇽 유수'를 언급하며 비판 자제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을 비판한 뒤 자신을 예수처럼 묘사한 합성 이미지를 트루스소셜에 올려 신성모독 파문을 불렀습니다.

독실한 가톨릭으로 알려진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비판에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조해 레오 14세 교황에게 '발언에 신중하라'는 경고를 보냈습니다.

미국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교황 비판이 정치적 역풍을 부를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경우에는 기후변화 대응, 성소수자 포용 등 진보적 성향이 워낙 노골적인 터라 미국 내 보수진영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더 온건하고 절제된 데다가 미국인으로서 미국의 정치와 문화에 정통한 레오 14세에게는 보수층의 신뢰가 상당해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은 많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에서는 공화당원인 가톨릭 신자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모욕을 느낀다는 유권자들이 대거 목격되고 있습니다.

조사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작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레오 14세 교황은 미국 내 가톨릭 신자의 84%에 달하는 정파와 무관한 전례 없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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