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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근날 밥 먹다 "사표 좀 대신"…꽝 뽑으면 떠난다

유영규 기자

입력 : 2026.04.03 11:50|수정 : 2026.04.03 12:52


▲ 일본 도쿄 신주쿠 거리 풍경

일본에서 신입사원들이 입사 첫날 퇴직 대행 서비스를 통해 사표를 던지는 이례적인 풍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이후 평생직장 개념이 약해지긴 했지만, 퇴직 대행 서비스를 통한 입사 당일 퇴사 사례까지 나오는 등 고용시장 분위기도 급변한 것입니다.

3일 일본 중부 아이치·기후·미에현을 거점으로 하는 주쿄TV에 따르면 최근 아이치현의 퇴직 대행 전문업체 '야메카도'에는 입사식을 갓 마친 신입사원들로부터 긴급한 의뢰가 접수됐습니다.

퇴직 대행업체는 근로자를 대신해 사직 의사를 전달함으로써 퇴직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적 소모를 최소화하고 신속한 결별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야메카도의 마쓰야마 토모미 대표는 "입사식을 마치고 점심시간에 바로 퇴직 의뢰 전화가 왔다"며 "제대로 된 연수도 없이 방치되는 상황에 극도의 불안을 느껴 더 이상 출근하고 싶지 않다는 호소였다"고 전했습니다.

작년 8월 문을 연 이 업체는 월평균 10건 정도의 의뢰를 받는데, 올해는 입사 첫날에만 벌써 2건의 요청이 들어오는 등 조기 퇴사 바람이 거셉니다.

일본 청년층은 이런 현상을 이른바 '가챠(뽑기) 문화'로 설명합니다.

원하는 부서에 배치될지에 대해서는 '배치 가챠', 어떤 상사를 만날지 모르는 복불복 상황은 '상사 가챠'라고 부르며, 운 나쁘게 '꽝'을 뽑았다고 생각하면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나는 것입니다.

퇴사 이유도 과거와는 사뭇 다릅니다.

"점심시간에 그룹으로 식사하러 가는 문화가 싫다"(입사 3개월 남성)라거나 "옆자리 동료의 체취를 참을 수 없다"(입사 5개월 여성)는 등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과 취향이 퇴사의 결정적 사유가 되고 있습니다.

이들을 맞이하는 선배 사원들의 고충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비칠까 두려워 신입사원을 마치 '손님'처럼 조심스럽게 대하다 보니 정작 필요한 교육이나 소통은 뒷전이 되기 일쑤라는 것입니다.

한 정보기술(IT) 기업 관계자는 "입사 1~2년 차 후배는 손님처럼 느껴진다. 가치관이 너무 달라 소통의 거리를 좁히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라고 토로했습니다.

기업 인사 컨설턴트 안도 겐(安藤健)씨는 갈등의 해법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꼽았습니다.

그는 "신입사원에게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방치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선배가 먼저 잡담을 건네거나 점심 식사를 제안하며 '당신은 이 조직에 수용 받고 있다'는 안도감을 주는 것이 조기 퇴사를 막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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