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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감기약 어떻게 먹이라고"…'물약통'까지 중동발 대란 조짐

유영규 기자

입력 : 2026.04.03 05:04|수정 : 2026.04.03 05:04


▲ 플라스틱 약통

"약사님께 부탁드려 겨우 플라스틱 약통 하나를 받았습니다. 약통까지 이럴 줄은 몰랐네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양 모(42)씨는 2일 오전 딸의 소아과 진료를 마치고 약국에 갔다가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약국에서 중동사태 이후 플라스틱 약통 수급이 어려워졌다며 약통을 줄 수 없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양 씨는 "아이 감기약은 계속 먹여야 하는데 걱정된다"며 "전쟁 여파가 여기까지 미칠지 몰랐다"고 했습니다.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중동사태 여파로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자재 공급이 흔들리면서 일상에서 흔히 쓰는 약통 등 필수 의료 소모품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마포구 공덕동의 한 약국은 요청 시 2개까지 제공하던 플라스틱 약통 지급을 최근 하나로 줄였습니다.

약국 직원은 "약통 주문하기가 아주 어려워졌다"며 "소아과 인근 병원들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서대문구 홍은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이 모(58)씨는 "주변에 소아과가 많아 하루에 보통 약통 100∼200개가 나가는데 3월 말부터 거래처 주문이 막혀 막막한 상황"이라며 조만간 약통 지급이 어렵다는 공지문을 붙일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평소 유상으로 추가 약통 구매가 가능했지만 당분간 판매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씨는 "환자분들께 차분히 설명을 드리지만 간혹 '얼마나 한다고 안 주느냐'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며 여러모로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병의원과 약국에 납품하는 한 플라스틱 제조업체 관계자는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이를 배급해주듯 업체들에 나눠주다 보니 원료가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사정이 매우 심각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밖에 약 포장지부터 라텍스 장갑, 주사기 등도 일제히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 의료소모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은 1일 안내문을 띄워 "최근 국제 정세로 인한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중동 사태로 인한 유가 폭등으로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다"고 공지했습니다.

김포의 한 플라스틱 업체는 당분간 약통 판매를 중단한다고 안내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대학병원 역시 수액 백, 변 봉투, 의료용 가운 등 의료용품 전반에서 공급 불안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는 이날 업종별 석화제품 수급 상황을 점검하는 회의를 열어 보건 의료, 생활필수품 등에 필요한 중요 품목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면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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