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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배달의민족 외주사 직원을 포함한 사적 보복을 벌인 일당이 검거됐다는 소식, 지난주 단독 보도해 드렸습니다. 추적이 쉽지 않은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보복성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번엔 특정인의 신상정보를 무단으로 공유하고 음담패설과 비방으로 낙인을 찍는 이른바 '박제방'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박제방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를 어렵게 만났습니다.
먼저, 김민준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김민준 기자>
20대 여성 A 씨는 지난 2월 말, SNS 아이디는 물론 실명과 나이 등 신상 정보가 한 텔레그램 단체방에 유포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비슷한 피해를 겪었던 지인이 A 씨 사진을 발견하고 알려준 겁니다.
[A 씨 : 보자마자 손이 너무 떨려가지고 너무 깜짝 놀라가지고 황당하기도 하고….]
신상 정보 아래에는 "낙태, 성병 이력이 있다"는 등 입에 담지 못할, 사실무근의 음담패설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A 씨를 아는 누군가가 유포한 걸로 보이는데, 해당 단체방에는 다른 여성들의 사진과 신상 정보들이 수없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신상 정보와 함께 성적 비하나 음담패설을 유포해 낙인을 찍는 이른바 '박제방'입니다.
청소부, 죄악, 인간동물원 등의 이름으로 적게는 2천 명, 많게는 수만 명까지 모여 있는 텔레그램 비공개 박제방 10여 곳을 SBS 취재진이 관찰해 봤습니다.
행실이 좋지 않은 주변인에 대한 제보를 받는단 광고가 있었고, 정보가 넘어오면 대화방 운영진이 여과 없이 유포하는 걸로 보입니다.
[A 씨 : 사람과 사람 간에 연락을 할 때 얘인가 의심하게 되고,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똑같은 게시글이 여러 단체방에 동시다발로 올라오거나, 단체방 링크를 서로 소개하는 등 특정 주체가 운영하는 걸로 보입니다.
최근 SBS가 단독보도한 사적 보복 테러 기사 링크와 함께, "(저 방이) 다들 어딘지 알잖아요"라며 남의 일인 양, 자신들은 수사망을 피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드러냅니다.
수천, 수만의 불특정 다수에게 사진과 각종 정보들이 유포돼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 두려움에 떨던 A 씨는 경찰서를 찾아가 신고했습니다.
(영상취재 : 박진호, 영상편집 : 최혜란, 디자인 : 이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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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피해자 신고로 시작된 경찰 수사 결과는 '수사 중지' 였습니다. 텔레그램 측이 협조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경찰이 엉뚱한 곳에 협조를 요청했던 것으로 저희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증거가 가득했던 문제의 대화방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이어서 손기준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손기준 기자>
지난 2월 말 A 씨 신고를 접수한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피해자 조사만 한 차례 진행한 뒤 한 달 만에 사건을 '수사 중지' 처리했습니다.
텔레그램 측에 협조 요청을 했는데, 협조가 어렵다는 회신이 왔다는 게 경찰 설명입니다.
[미추홀서 경찰관 (지난달 26일) : 해외, 미국에 있는 거다 보니까 (협조) 요청을 했어요. 미국에서는 이게 명예훼손이든 모욕이든 관련돼서는 처벌을 따로 안 해요. 그래서 이게 '공조가 어렵다'고 회신이 오더라고요.]
하지만 SBS 취재 결과 경찰은 협조 요청을 텔레그램 측이 아닌 관할 인천지검에 문의했고, 공조가 어렵다는 검찰 회신을 받자 수사를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청에 텔레그램, 메타 등 글로벌 IT 기업의 수사 협조 창구가 있는데도 엉뚱한 곳에 요청한 겁니다.
심지어 경찰청은 오늘(2일) 기자 간담회에서 "텔레그램 측의 수사 협조는 잘 되는 편"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경찰 내부망이나 형사사법절차시스템 등에도 나오는 업무 처리 방식을 A 씨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은 몰랐던 겁니다.
전문가들은 절차를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텔레그램 협조가 안 된다고 해서 다른 방법을 찾지 않고, 수사를 중단해 버린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원의림/변호사 : 텔레그램으로는 피의자 특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렇게 수사가 중지됐다는 것은 굉장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요.]
SBS 취재가 시작되자 인천 미추홀서 관계자는 "직원이 착각했다"며 수사 재개와 동시에 A 씨에게 사과하도록 지시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미추홀서 경찰관 : 텔레그램을 지금 알아보니까 이게 공조가 가능한 거더라고요. 기분 나쁘셨다면 그건 제가 죄송해요. 제가 수사를 안 한 건 아니거든요.]
뒤늦게 수사는 재개됐지만, A 씨 신상이 올라왔던 '박제방'은 증거들과 함께 모두 사라졌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이상학, 영상편집 : 안여진, 디자인 : 박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