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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며 반도체 만든다? 일론 머스크의 '테라팹' 현실성 있을까 [스프]

안혜민 기자

입력 : 2026.04.03 09:00|수정 : 2026.04.03 09:00

[오그랲]


⚡ 스프 핵심요약

일론 머스크의 '테라팹' 프로젝트는 테슬라의 칩 설계 및 제조 기술, XAI의 생산 관리 AI, 그리고 스페이스X의 우주 운송 및 태양광 발전 기술을 총동원하여 AI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전 공급망을 내재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일론 머스크는 기존 칩 공급 부족, 특정 파운드리 기업에 대한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중간 제조 공정의 비효율성을 나타내는 '바보 지수'를 줄이기 위해 테라팹을 통한 반도체 직접 생산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테라팹은 연간 1TW 규모의 AI 칩 생산을 목표로 하며, 이는 전 세계 기존 생산량의 50배에 달하는 야심찬 계획으로, 달 기지 '문베이스 알파'를 활용한 페타와트급 컴퓨팅 시대 구상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벌써 2026년 4월입니다. 짧다면 짧은 이 시간 동안 일론 머스크의 입에서는 꽤나 굵직한 소식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xAI와 스페이스X 합병 소식도 있었고, 화성을 부르짖던 그가 달에 기지를 짓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죠. 최근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건 반도체를 직접 만들겠다는 테라팹 프로젝트입니다. 오늘 오그랲에서는 일론 머스크의 테라팹 이야기를 준비해 봤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등장한 배경은 무엇인지 또 현실성은 있는 것인지 다양한 데이터와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머스크 유니버스의 최종판? 반도체 자체 생산 선언한 머스크
일단 일론 머스크의 테라팹에 앞서 시곗바늘을 70년 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합니다. 이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우주 경쟁이 시작되었죠.

1960년대부터 인류의 우주에 대한 관심은 본격적으로 커졌습니다. 미국과 소련은 서로 우주 개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고요. 먼저 발사체를 쏘아 올리고 달에 먼저 착륙하기 위한 경쟁도 있었지만, 우주의 외계 문명을 찾기 위한 노력도 있었습니다.

우주에서 오는 전파를 수신, 분석해서 외계인의 존재를 찾기 위한 SETI 프로젝트가 대표적이었죠. 초창기 SETI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학자를 꼽자면 미국엔 칼 세이건, 소련엔 이오시프 슈클롭스키가 있습니다. 이오시프 슈클롭스키의 제자 가운데 니콜라이 카르다쇼프라는 천문학자도 있었는데요. 카르다쇼프는 단순히 외계 지성체를 탐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계 문명의 발달 수준을 객관적 지표로 정의하고 싶었습니다. 외계 문명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열역학 법칙을 거스를 순 없으니, 카르다쇼프는 문명이 방출한 에너지에 따라 문명의 수준을 구분하자고 제안했어요.

카르다쇼프는 행성 차원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문명은 타입 Ⅰ 태양 같은 항성급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문명은 타입 Ⅱ 은하급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문명은 타입 Ⅲ로 구분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준대로라면 행성이 어느 항성 주위를 돌고 있고, 어느 은하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단계별 기준치가 달라질 수 있죠.

그래서 칼 세이건은 카르다쇼프 척도를 조금 더 구체적인 기준으로 설정하자 제안하죠. 행성급의 타입 Ⅰ을 1경 와트로 잡고 단계별로 100억 배의 차이를 둔 겁니다. 그렇게 되면 각각의 타입은 이렇게 구분될 수 있어요.

참고로 현재 우리 인간 문명은 타입 Ⅰ에 미치지 않는 약 0.73 수준에 위치합니다. 아직까지 행성 단위의 에너지도 못 쓰고 있는 거죠.

일론 머스크는 우리 인류가 다음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선 태양의 막강한 에너지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목표를 위한 첫 번째 이정표가 바로 이번에 발표한 테라팹이고요. 머스크는 테라팹을 통해 반도체를 직접 만들 것이라 밝혔습니다.

테슬라가 생산하는 자동차와 옵티머스에 들어가는 칩, 그리고 우주에 구축될 AI 데이터센터용 칩 이렇게 크게 2가지 칩이 생산될 예정이죠.

테라팹에는 일론 머스크 유니버스의 모든 기술력이 총동원될 예정입니다. xAI의 AI를 활용해 생산관리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테슬라의 기술력으로 칩을 설계하고 제조하고, 스페이스X 기술로 칩을 우주로 운송하고, 태양광 전력을 확보하는 식으로 말이죠. TSMC, 삼성전자 등 전 세계에서 1년간 만들어내는 AI 칩의 컴퓨팅 파워가 약 20GW 수준인데, 머스크는 테라팹에서 연간 1TW 규모, 그러니까 기존 전 세계 생산량의 50배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연간 TW라는 수치도 비현실적이지만, 머스크는 그 이상인 페타와트(PW) 시대의 청사진도 그리고 있습니다. 만약 지구의 인프라를 활용해 PW 수준의 컴퓨팅 파워를 생산하려면 하루에만 스타십을 135회 가까이 계속 발사해야 할 정도로 비현실적입니다. 이미 로켓 재활용으로 발사체 혁신을 가져온 일론 머스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더 경제적인 발사체를 구상하고 있죠. 바로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 수준이고 대기가 없는 달에서 AI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겁니다. 그래서 머스크가 생각하는 페타와트 시대의 핵심프로젝트는 바로 문베이스 알파 프로젝트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달에서 대포가 발사하는 것과 유사한 매스 드라이버를 이용할 계획인데요, 로켓 연료를 태우는 대신 전자기 가속 레일을 이용해 AI 위성을 던지는 거죠. 머스크는 달에 위성 공장을 건설하고 매스 드라이버를 이용해 연간 1,000TW 규모의 AI 위성을 방출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테라팹 카드를 꺼낸 이유
그런데 일론 머스크는 왜 테라팹을 지어서 직접 반도체를 생산하려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사용할 칩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테슬라의 자동차, 휴머노이드인 옵티머스 그리고 우주 데이터센터까지. 머스크의 구상에는 AI 반도체가 엄청나게 많이 필요한데 현재 칩 공급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건 스탠리의 한 애널리스트는 테슬라가 옵티머스의 장기 목표로 설정한 연간 1억 대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선 적어도 2억 개의 칩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생산은 그만치 이뤄지지 않고 있죠.

예상된 물량도 점점 늦어지고 있고요. 가령 테슬라의 차세대 칩이 텍사스에 있는 삼성전자 테일러 팹에서 생산될 예정인데, 칩이 양산될 시점이 점점 미뤄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자신의 새로운 산업을 제대로 굴리기 위해선 원활한 칩 공급이 필요한데 그게 마땅치 않으니 직접 만들겠다는 겁니다. 이런 생산 병목에 더해 지정학적 상황에 따라 병목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제조시장에서 TSMC 점유율은 무려 70.4%. 2등인 삼성과는 거의 10배 차이가 나죠. 현재 테슬라의 AI 학습용 칩인 D1과 차량과 옵티머스에 들어가는 AI5, AI6는 TSMC에서 생산되고 있어요. 그런데 만약에 중국이 타이완을 봉쇄한다면? 테슬라는 손 쓸 방법이 없는 겁니다. 테슬라가 차세대 칩 생산을 텍사스의 삼성전자 팹과 계약한 것 역시 타이완의 지정학 리스크를 고려한 결과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지정학적 위협이 가까운 미래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거라 언급할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비용 문제도 있습니다.

머스크가 갖고 있는 자신만의 사업 철학 가운데 바보 지수라는 게 있습니다. 바보 지수는 완제품 가격을 원재료 비용으로 나눈 값을 말하는데요. 이 수치가 크면 클수록 중간 제조 공정에서 비효율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죠. 머스크는 바보 지수가 10이 넘는 부품이 있다면 자체 생산해야 한다는 원칙을 오랫동안 고수해 온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AI 반도체 역시 같은 원칙이 적용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해석이 있고요.

머스크가 꿈꾸는 테라팹은 단순히 설계와 생산만 하는 게 아닙니다. 설계부터 생산, 패키징과 테스트까지 총 망라해서 자신의 유니버스에 필요한 공급망을 손에 쥘 계획이죠. 반도체 시장은 여러 형태의 기업들이 협력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먼저 칩을 생산하지 않고 설계만 하는 팹리스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엔비디아, 퀄컴, 애플 같은 기업이 있죠. 파운드리는 생산 설비 시설인 팹을 가지고 반도체 생산에만 집중합니다. TSMC, SMIC 기업이 대표적이고요. 생산된 칩을 패키징하고 테스트하는 후공정 전문 오사트 업체도 이렇게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다 수행할 수 있는 종합 반도체 기업, IDM이 있어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마이크론은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부터 유통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기업들이죠. 테라팹은 바로 이 IDM이 되겠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차이점은 기존의 반도체 생산 업체들이 다양한 고객들의 디자인을 받아 여러 제품을 동시에 제작하는 구조였다면 테라팹에서는 머스크 유니버스에서 사용할 칩만 생산될 예정입니다. 여러 칩을 만들 필요 없이 우리 것만 만들면 되니까 테스트와 재설계 과정을 빠르게 돌릴 수 있게 되겠죠? 이렇게 되면 다른 기업들보다 훨씬 더 빠르게 칩 개선을 해낼 수 있고 성능 향상과 생산력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머스크의 구상인 겁니다.

그런데 정말 현실성 있는 프로젝트인 걸까요?


현실성 떨어지는 테라팹? 결국 목표는 스페이스X 상장?
미래 먹거리 산업인 반도체 시장에서 IDM 모델을 고수하려는 기업은 수없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유지 비용과 투자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제조 부문을 분리하거나 매각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죠. AMD, IBM, 파나소닉도 한때 강력한 IDM이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AMD의 창업자인 제리 샌더스는 "사나이라면 팹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매각했고요. 그런 IDM을 반도체 생산 경험이 없는 일론 머스크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요?

많은 전문가들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어요. '헤라클래스 급 과제'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큰 기대를 안 하고 있는 게 현실이죠. 특히 2나노 공정부터 바로 뛰어들겠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2나노 공정은 TSMC, 삼성전자, 인텔 정도만 현재 진입해 있는 아주 난이도가 높은 공정입니다. 젠슨 황도 최근 인터뷰에서 칩 생산 역량을 하루아침에 따라잡기 어렵다고 얘기할 정도죠.

역량도 역량이지만 2나노 공정을 위해서 필요한 장비 수급 문제도 풀어야 합니다. ASML가 연간 전 세계에 공급할 수 있는 2나노 공정용 EUV 장비 수량은 5~6대에 불과합니다. 이 장비 없이는 2나노 공정을 할 수 없기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아마 기존처럼 삼성전자나 TSMC 등 파운드리 파트너와 협력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전망하고 있죠.

또 하나 반도체 전문가들의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머스크의 테라팹 컨셉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더티룸'입니다. 현대의 최첨단 파운드리에서는 초청정 상태의 환경에서 반도체 생산이 이뤄집니다. 가령 ISO 1등급은 세제곱미터당 0.1 마이크로미터의 아주 미세한 입자가 10개 이하로만 존재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론 머스크는 기존 반도체 업체들의 이 '클린룸'을 지적하고 있어요.

일론 머스크는 클린룸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공기 정화 비용에 자원 낭비 안 하고 싶은 겁니다. 대신 실리콘 웨이퍼 공정만 밀폐해서 격리하면 충분히 생산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입장인 거죠. 이 발언에 대해 반도체 전문가들은 쉽게 납득을 못하고 있습니다. 가령 공장 내에서 담배를 피우게 되면 담배의 미세 입자가 반도체 장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밖에 없거든요.

이렇게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컨셉과 과도한 목표치가 발표 내용에 담겼다 보니 테라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과거 테슬라의 4680 배터리 잔혹사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죠.

지난 2020년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 때 일론 머스크는 4680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역시나 배터리를 자체 생산한 경험이 없었지만 일론 머스크는 원가 절감을 목표 삼아 배터리 사업에 과감히 뛰어들었죠. 2022년까지 100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시점과 규모 모두 지키지 못했습니다. 테라팹도 배터리 사업의 전철을 밟는 건 아닌가 우려가 되는 겁니다.

이렇게 우려되는 지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일론 머스크는 왜 이 시점에 발표를 했을까요?

테슬라의 자동차 판매량은 2024년, 2025년 2년 연속 감소했습니다. 연간 매출도 2025년에 처음으로 3% 감소를 찍는 등 실적이 좋지 않아요. 해외에서는 주춤한 테슬라가 유독 한국에서만 잘 팔리고 있지만, 전체적인 실적 상황을 봤을 때 테슬라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 필요한 시점인 거죠.

또 하나 주목할 건 올해에 스페이스X의 IPO가 예정되었다는 겁니다.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그리는 우주 생태계를 완성시키기 위해 xAI와 스페이스X의 깜짝 합병을 발표하기도 했죠. IPO를 앞두고 투자자들에게 우주 생태계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도 있었을 겁니다.

현재 스페이스X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자금 조달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단숨에 전 세계 10위권 안으로 들어오게 되죠.

블룸버그통신이 전망한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입니다. 만약 500억 달러의 자금 조달을 했을 경우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무려 1조 7,500억 달러 규모로 전망됩니다. 사우디 아람코를 넘어서 전 세계 시가총액 7위 기업이 되는 겁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750억 달러 이상의 자금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그렇게 된다면 기업가치는 더 커질 수도 있겠죠.

과연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 상장과 더불어 본인이 꿈꾸는 우주 생태계 로드맵을 완성시킬 수 있을까요?

상식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혁신을 이뤄낸 일론 머스크. 다른 누구도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로켓 재활용을 결국 해낸 건 일론 머스크의 뚝심과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성공한 건 아닙니다. 4680 배터리 잔혹사처럼 말이죠.

과연 이번 테라팹 프로젝트는 로켓과 배터리 둘 중에 어느 시나리오로 흘러가게 될까요? 오늘 준비한 오그랲 테라팹 편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참고자료
- 2025 Revenue Ranking of Top 10 Global Foundries | TrendForce
- Tesla Car Sales by Year | Tesla
- AI Trio Eyes Ranks of Biggest Firms at IPO | Bloomberg
- SpaceX IPO Plan Puts $2.9 Trillion of Listings on the Table | Bloomberg
- TERAFAB Launch | SpaceX
- Tesla Q4 FY25 Earnings Call | Tesla
- Elon Musk on AGI Timeline, US vs China, Job Markets, Clean Energy & Humanoid Robots | 220 | @Peter
- H. Diamandis Youtube X | Elon Musk (@elonmusk)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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