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감에 시달리다 숨진 부천의 한 유치원 교사가 생전 지인과 나눈 메시지
"너무 아파서 눈물 나. 집 가려고", "컨디션 너무 안 좋아. 오늘이 출근 중 가장 안 좋아.", "미치겠어. 나 2시 지나서 조퇴하기로 했어."
40도에 가까운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일을 하다 숨진 경기 부천의 20대 유치원 교사가 의식불명에 빠지기 직전 며칠간 지인들에게 보낸 메시지입니다.
심각한 통증을 참고 매일 출근해 아이들을 돌보고, 조퇴도 자유롭게 하지 못한 정황이 담겼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오늘(30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인들에게 고통을 호소했던 고인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습니다.
조사 결과 고인은 지난 1월 19일부터 24일까지 발표회 리허설 준비를 위해 고강도의 노동을 이어갔으며, 퇴근 후에도 재택근무를 하는 등 업무 과중에 시달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휴무일인 토요일까지 반납하고 출근했던 지난 1월 24일부터 고열을 동반한 독감 증세가 시작됐습니다.
고인은 원장에게 "몸 관리 좀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죄송하다. 내일 마스크 쓰고 출근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원장은 "네ㅠㅠ"라고만 답했습니다.
29일 38.6도의 고열을 견딘 채 일한 고인은 30일에는 체온이 39.8도까지 치솟아 낮 12시 30분께 조퇴 의사를 밝혔지만, 인수인계를 이유로 오후 2시가 다 돼서야 조퇴한 뒤 병원을 찾았습니다.
고인은 같은 날 오후 10시 44분께 지인에게 "숨쉬기가 너무 불편해. 흉통이 아파. 기침을 너무 해서. 이럴 땐 어케(어떻게) 해야 해. 기침은 계속 나와."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보낸 뒤 다음 날 새벽 응급실로 이송됐습니다.
의식불명에 빠진 그는 2주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았으나 지난달 14일 결국 숨졌습니다.
▲ 전교조 기자회견 현장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인의 아버지는 "딸은 40도에 육박하는 열이 나고 목에서 피가 나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조퇴를 할 수 있었다"며 "병가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유치원 교사들의 현실은 너무나 가혹하다"고 말했습니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아파도 교실에서 아파라, 죽어도 교실에서 죽어라, 선생님의 건강도 실력'이라는 관리자들의 낡은 인식과 아픈 교사를 대체할 수 없어 내가 아프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는 낡은 시스템이 초임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또 해당 유치원이 고인이 스스로 의원면직한 것처럼 사직서를 꾸민 정황을 거론하며 "사립유치원이 얼마나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사람을 우습게 여기는지 보여 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교조는 "법정 감염병 발병 시 교사의 병가 사용 승인을 의무화하고 실효성 있는 대체 인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사립유치원의 공적 책무성을 강화하고 죽음을 조작한 관련자를 엄중히 처벌하라"고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SBS 디지털뉴스부/사진=연합뉴스, 전교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