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전 총리가 민주당 깃발로 대구를 '디비지게(뒤집히게의 대구 사투리)' 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오늘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후 3시에는 대구 한복판 중구 2·28기념 중앙공원에서 잇따라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보수를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며 국민의힘 심판론을 전면에 내걸었습니다. 출마 선언 장소를 이승만 정권에 저항해 대구 고등학생 중심으로 일어난 민주화운동의 상징, 2·28기념공원으로 잡은 것 자체가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변화와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계산으로 읽힙니다.
'대구시장 출마' 김부겸의 경쟁력, 데이터로 보면
김 전 총리의 대구 경쟁력은 말이 아니라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경북 상주 출신으로 대구 명문 경북고를 졸업한 뒤 경기 군포에서 3선 의원을 지낸 김 전 총리는 2012년 총선 대구 수성갑에서 첫 도전에 나섭니다. 그 결과는 40.42% 득표율로 새누리당 이한구 후보 52.77%에 12.35%포인트 차로 패했습니다. 2년 뒤에는 대구시장 선거에 나섰는데 40.33%로 다시 한번 분루를 삼켰습니다. 그럼에도 보수의 아성에서 민주당 후보로 40% 이상의 득표율을 거뒀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대구시민의 애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김부겸, 사람은 좋은데 당이 문제"라는 말이 그의 도전을 대변해왔습니다.
다시 2년 뒤 2016년 총선에서 김부겸은 일을 냅니다. 이른바 '진박 감별사' 공천으로 보수 정당 내분이 일어난 선거(대구 수성갑)에서 62.30%를 얻어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를 무려 24.61%포인트 차로 꺾었습니다. 총선 직전 한국갤럽 전국 정당지지도(2016년 4월11~12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 전화조사원 인터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_ 3.1%)는 새누리당 37%, 더불어민주당 20%였고, 대구경북의 경우 새누리 45% 대 민주 15%로 간격이 더 컸다는 점에서 김부겸 개인 득표율의 파괴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4년 뒤 2020년 총선에서는 주호영 후보와 맞붙어 패했지만 이 때에도 39.29%의 득표율로 김부겸 개인의 힘을 충분히 보였습니다.

문재인 정부 행안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뒤 정계를 은퇴했다 민주당의 삼고초려로 다시 나선 2026년에도 경쟁력은 확인되고 있습니다. 최근 영남일보 의뢰 리얼미터 조사(3월22~23일 대구 거주 만 18세 이상 812명 대상 무선자동응답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_ 3.4%)를 보면, 대구시장 가상 양자대결에서 김 전 총리는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과 47% 대 40.4%로 오차범위 안 경합이었고, 21대 총선에서 맞붙었던 주호영 의원과는 45.1% 대 38%로 앞섰고,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 상대로도 모두 오차범위를 넘겨 우세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후보 경쟁력 말고도 3가지 훈풍이 있다
이번 선거가 2016년과 다른 점은 김부겸 개인기만으로 싸우는 판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먼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탄핵 정국의 후폭풍입니다. 1심 법원이 내란이라고 규정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음에도 당 차원의 '절윤'은 구호로만 그치고 민심에 와 닿지 않는다는 비판 속에 국민의힘에 대한 도덕적 피로, 심판 정서가 누적돼 왔습니다.

둘째는 이런 흐름과 맞물려 국민의힘 지지율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8월 장동혁 대표 취임 이후 정당지지율은 20% 초중반의 박스권 흐름을 보였습니다. 그러다 지방선거 공천이 시작된 3월 들어 지지율이 하단을 뚫더니 지난주 한국갤럽 자체 조사(3월 24~26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 전화조사원 인터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_ 3.1%)에서는 19%로 최저치를 경신했습니다. 특히 대구·경북 정당지지도는 민주당 27%, 국민의힘 27%로 동률이었습니다.

셋째는 집권 여당 민주당이 대구에 줄 수 있는 정책 보따리가 과거보다 더 구체적으로 거론된다는 점입니다. 김 전 총리와 대구시민이 원하는 모든 걸 다 들어드리겠다는 각오의 민주당은 대구공항 이전과 추가 공공기관 이전, 인공지능 대전환(AX), 로봇수도 육성 등 굵직한 '선물'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확정된 패키지라고 보긴 어렵지만 적어도 "민주당이 대구에 줄 게 없다"는 프레임은 예전보다 약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대구는 여전히 민주당의 험지
그럼에도 대구는 여전히 민주당에 험지 중의 험지입니다. 지난주 후반 민주당 원내 지도부 핵심 인사는 기자간담회에서 "대구는 여론조사에서 15%는 더 높게 나와야 이기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갤럽여론조사를 기준으로 한다면 민주당 지지율이 40%는 넘어야 한다는 건데 쉽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최근 대구 현장 민심 보도들을 보면 지리멸렬한 국민의힘에 실망했다는 반응이 적지 않지만 보수 실망층의 상당수가 민주당으로 이동하지 않은 채 회색 지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 역시 확인됩니다. 지난주 대구경북 정당지지도 조사(한국갤럽)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2%에 달했습니다. '샤이 보수'로도 분류할 수 있는 이들의 존재는 평소 여론조사에서는 잡히지 않다가 본투표 직전 1대 1 구도가 선명해지면 다시 국민의힘으로 모이는 경향을 보여왔습니다. 국민의힘 계열이 연달아 참패했던 2020년과 2024년 총선에서도 대구는 1석을 제외하고는 모두 보수정당에 의석을 몰아줬습니다.

하나 더 첨언하자면, 국민의힘 내부 상황이 어떻게 정리되느냐도 주요한 변수입니다.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최대 대항마로 꼽히는 주호영 의원이 신청한 공천 컷오프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 결과가 이르면 이번주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만일 인용된다면 공천 판 자체가 리셋됩니다. (가처분 신청을 심리 중인 재판부는 배현진 의원,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당의 징계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바로 그 재판부입니다) 오늘 오후 6시에는 컷오프를 통과한 6명의 후보(유영하 윤재옥 이재만 추경호 최은석 홍석준, 가나다순)들이 첫TV 토론회를 엽니다. 당내 경선 결과와 맞물려 지방선거전 막판까지 국민의힘의 참패가 예상되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이어진다면, 지선 패배는 정치 생명의 끝이라고 밝혔던 장동혁 대표 등 지도부가 백의종군 등의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서 15% 이상 민주당 우세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고, 40% 넘는 '샤이 보수'의 마음이 정해지지 않았고, 국민의힘 지도부의 환골탈태 가능성이라는 변수가 남아있기에 민주당 후보로서 김부겸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