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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에너지 전쟁은 이란이 승자…석유 판매 수익 2배로

유덕기 기자

입력 : 2026.03.30 13:51|수정 : 2026.03.30 13:51


▲ 중국 베이징 주유소의 유조차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을 기습 공격해 동 전쟁이 시작된 지 5주째에 접어드는 가운데 일단 '에너지 전쟁'에서는 이란이 승자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석유 수출 길목인 호르무즈해협이 막히면서 페르시아만 국가들이 석유 생산량을 대폭 줄여야만 했고 수출 수익도 급감했으나 이란만은 예외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정권이) 전장에서는 두들겨 맞을지도 모르지만, 에너지 전쟁에서는 이기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호르무즈해협이 폐쇄되면서 세계 석유 중 15%가 고객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으나 이란 유조선들은 페르시아만 산유국 중 사실상 유일하게 호르무즈해협을 계속 무사히 통항하고 있습니다.

국제 제재를 피해 움직이는 이란산 원유 유조선의 움직임을 추적해서 물량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의 석유 매출을 잘 알고 있는 익명 취재원을 인용해 이란의 요즘 석유 제품 수출량이 하루에 240만∼280만 배럴에 이르며 그중 원유가 150만∼180만 배럴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는 물량으로 따지면 작년 평균과 똑같거나 더 많은 수준이며, 판매 가격은 훨씬 더 높습니다.

게다가 이란의 석유 체제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 공습과 제재에 견디는 능력을 더욱 키웠습니다.

요즘은 이란이 석유 수출로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로 들어가며, 돈이 흐르도록 해주는 데에 중국이 적극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의 전쟁 자금 금고는 이스라엘의 포탄으로부터 안전한 아시아 깊은 곳에 묻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란의 석유 사업은 판매자, 운송, 그림자 금융이라는 세 개의 기둥에 의존한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설명입니다.

일단 판매자 측면에서 보자면 이란의 석유 수출은 명목상으로는 다른 산유국 대부분처럼 국영 석유기업인 이란국립석유공사(NIOC)가 담당하는 것으로 돼 있으나 실제로는 외무부에서 경찰에 이르는 정부 파벌들과 일부 종교재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력들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석유 물량이 할당됩니다.

경화가 부족한 이란에서 유동성을 제공해주는 것이 석유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관들을 통제하는 것은 20명 안팎의 특권층 유력인사들이며 이들은 각자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동원해 석유를 현금으로 바꿉니다.

이들 중 알리 샴카니 전 이란 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등 일부 거물급 인사는 사망했으나, 무역업과 해운업의 거물인 그의 아들 호세인은 살아남았습니다.

전쟁 첫날인 2월 28일 공습으로 숨진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 현 최고지도자의 주변 인사들도 석유 사업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일부 인사들은 사법부 수장인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의 가족이나 친인척입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IRGC와 연계돼 있으며 IRGC의 해외작전 부대인 쿠드스군은 이란 원유 생산량의 25%를 통제합니다.

이런 분산된 구조를 공습으로 해체하기는 어렵습니다.

운송 측면에서도 IRGC의 통제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IRGC가 호르무즈해협을 장악했으며, 명목상으로는 민간기업이지만 실제로는 IRGC와 연계된 기업들이 NIOC와 함께 물류를 조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란 유조선들은 대부분 매우 낡았으며, 이들이 싣고 다니는 화물의 가격은 선박 가치의 5배 내지 10배에 이르는 1억 5천만∼2억 달러(2천300억∼3천억 원)입니다.

이 때문에 이란의 물류 담당자들은 유조선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란의 원유 수출량 중 90%를 차지해온 주요 석유 수출 터미널인 하르그섬을 점령할 수도 있다고 위협하고 있으나 IRGC는 그런 시나리오에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르그섬 수출량의 약 25%만 소화할 수 있긴 하겠지만 다른 소규모 터미널들이 가동되고는 있고 여기에 기록적인 재고를 쌓아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란 유조선들은 화물 출처를 숨기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며, 대부분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 인근 공해상에서 합법적으로 보이는 선박으로 짐을 옮겨 마지막 구간을 운행합니다.

제재 대상인 이란산 원유의 90% 이상은 중국이 흡수하고 있으며, 주요 구매자는 중국 산둥성 등에 있는 100여 개의 이른바 '티팟' 정유소들입니다.

소규모 티팟 정유소들은 명목상으로는 민간기업이지만 실제로는 국영기업과 연관이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전쟁 전에 중국의 티팟 정유소들은 이란산 경질유를 브렌트유 대비 배럴당 18∼24달러 낮은 가격에 들여올 수 있었으나, 중동 전쟁으로 할인 폭이 7∼12달러로 감소했습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에 유조선과 화물선들이 떠 있는 모습.
여기에 말레이시아를 거쳐 들여오기 위한 물류비용을 더하니, 요즘 중국에 인도되는 이란산 경질유의 가격은 이미 크게 올라 있는 브렌트유 가격보다도 오히려 더욱 높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 중국 정부의 석유 가격 상한제 실시까지 겹쳐 티팟 정유소들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습니다.

이란산 석유의 대금 결제는 그림자 금융을 통해 이뤄집니다.

이란산 원유 구매자들은 주로 중국 본토나 홍콩의 소규모 은행에 유령 회사 명의로 개설된 1회용 '신탁'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대금을 결제하며, 입금된 석유 수익은 수많은 다른 신탁 계좌들을 거쳐 이란이 원하는 곳으로 송금됩니다.

이런 그림자 결제 시스템은 이란 국방부나 IRGC가 통제하는 부서에서 운영하며 사실상 비공식 은행 노릇을 합니다.

전쟁이 시작 이래 이란 측의 경계가 더욱 커지면서 추가 유령 회사 단계가 더욱 늘고 일부 계좌에서는 자금 인출도 이뤄지고 있지만, 동아시아, 영국, 독일 등의 은행 계좌를 통한 자금 도피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의 석유 시스템이 복잡하긴 하지만 계속 돌아가고 있다며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에 전면적 공격을 가하지 않는 한 이란의 석유 시스템은 막히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만약 이란이 에너지 인프라에 전면 공격을 받는다면 보복 조치로 다른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에너지 인프라를 폭격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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