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지역 파견된 미군 병력들
미국이 이란 주변에 약 7천 명 규모로 배치한 것으로 알려진 지상군을 실제 투입할 경우 어느 곳을 공략 대상지로 삼을지 이목이 집중됩니다.
기존에 언론이 주목한 곳은 하르그 섬이었습니다.
이란 석유의 약 90%가 이 섬을 통해 수출되는 만큼, 이곳을 장악함으로써 이란 경제의 '숨통'을 틀어쥐고 전쟁 수행 능력을 차단할 것이라는 예상에서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하르그 섬을 "제거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석유 인프라가 파괴될 경우 이란의 전후 복구는 몇 년 늦어지고, 세계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하르그 섬은 페르시아만 깊숙한 곳에 있습니다.
미군이 공습으로 주요 군사시설을 파괴했다지만, 실제 점령하려면 지상군이 나서야 합니다.
가벼운 장비를 휴대하는 공수부대 병력 2천 명의 침투만으로는 장기 작전수행이 어렵기 때문에 중장비를 실은 해군 함정 이동이 필수적인데, 이를 가로막는 이란의 방어선이 호르무즈 해협에 늘어서 있습니다.
따라서 이란에서 '움직이지도 침몰하지도 않는 항공모함'으로 부르는 이 해협의 7개 섬이 공략 대상이 될 수 있다고 CNN 방송이 현지 시간 29일 전망했습니다.
이란 남부 해역의 미 해군이 페르시아만으로 이동할 때 먼저 마주치는 섬은 해협 동쪽의 호르무즈 섬, 라라크 섬, 케슘 섬, 그리고 헨감 섬입니다.
이들 4개 섬은 이란 배타적경제수역 안에 있어 본토와 가깝습니다.
여길 지나면 해협 서쪽 해상의 아부무사 섬, 대(大)툰브 섬, 소(小)툰브 섬이 있습니다.
이란과 바다 맞은편 아랍에미리트가 영유권을 두고 다퉈온 곳입니다.
학계에선 이들 7개 섬을 연결한 곡선을 가리켜 이란군이 호르무즈를 지키는 '아치형 방어선'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를 통제하는 데 있어 이란에 전략적 우위를 제공하는 곳"으로 여겨집니다.
특히 대형 유조선과 군함이 폭이 좁고 수심이 얕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면 서쪽의 작은 3개 섬을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알리레자 탕시리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사령관은 "이 섬 집단을 무장시키고 작전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탕시리 사령관은 최근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사망했습니다.
결국 미국의 지상군 작전이 전개될 경우 전략적 요충지인 이들 섬을 확보하는 게 관건인데, 여기에는 위험과 손실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칼 슈스터 전 태평양사령부 합동정보센터장은 자신이라면 현재 미군이 배치한 2개의 해병원정대 병력 약 5천 명을 모두 이들 섬을 장악하는 데 투입할 것이라고 CNN에 말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해병대 상륙작전을 감행하려면 병력을 실은 군함이 해협의 동쪽부터 통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과정에서 동쪽의 4개 섬, 특히 라라크 섬이 위협적이라고 세드릭 레이턴 CNN 군사분석가는 지적했습니다.
그는 라라크 섬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이나 소형 공격정으로 "(이란은)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것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군 함정들에 탑재된 CV-22 오스프리 틸트로터 항공기와 헬리콥터 등은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지만, 그만큼 이동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이란의 방공망이 작동한다면 쉽게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섬을 점령한 지상군은 이란 본토에서 날아올 드론, 미사일, 포병 공격에 노출될 수 있어 추가 사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까지 미군 사망자는 13명, 부상자는 300여 명입니다.
슈스터 전 센터장은 하르그 섬보다 아부무사 등 해협 서쪽의 3개 섬을 점령하는 게 미군에 전략적으로 이로울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하는 "미래의 이란 정부 경제를 훼손할 위험이 더 적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이들 3개 섬의 점령에 성공하더라도 문제는 남습니다.
UAE가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할 때 미국이 지원한 이란의 팔레비 왕조가 이곳을 차지했는데, 이후 UAE는 이란의 섬 점령에 문제를 제기하며 유엔에 분쟁 해결을 요구했습니다.
이슬람 혁명으로 이란에 반미(反美) 정권이 들어서자 미국은 UAE의 주장에 동조해왔는데, 만약 이들 섬을 미군이 점령할 경우 전후 이란에 돌려줄지, 또는 UAE에 돌려줄지를 놓고 외교적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CNN은 짚었습니다.
(사진=미 중부사령부 엑스(X) 계정,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