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다 택시 운전기사를 흉기로 마구 찔러 살해한 20대의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을 다시 받기로 했습니다.
오늘(26일) 수원고법 형사14부 (허양윤 고법판사) 심리로 열린 A(22) 씨에 대한 살인 및 살인미수, 절도 등 혐의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변호인은 "1심의 심신미약에 대한 사실 오인 및 법리 오해와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사는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습니다.
1심에서 이뤄진 정신감정에 따르면 피고인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취지의 감정인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범행 장면이 촬영된 차량 블랙박스 동영상과 범행 전후 사정들을 고려해 피고인 측의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피고인의 정신질환이 범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양형에 참작했습니다.
A 씨 변호인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여부는 객관적 자료에 의해 판단돼야 한다"며 "항소심 재판부가 다시 한번 현명하게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A 씨는 1심에서 다중인격이 발현해 범행이 이르렀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재판을 방청한 유족은 "진정으로 반성한다면 말도 안 되는 심신미약 주장을 철회하라"고 했습니다.
피고인과 유족 양측이 심신미약을 두고 상반된 주장을 제기하자 재판부는 "범행 당시 정신 상태를 더 정확히 확인하겠다"며 재감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재판장은 "(1심에서는) 정신감정을 신청할 때 범행 장면이 찍힌 블랙박스 영상이 첨부되지 않은 것 같고, 그동안의 치료 전력, 한 달간의 면담 기록을 토대로 감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감정인이 영상도 보고 재감정하면 범행 당시 정신 상태를 더 정확히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당초 오늘 결심하고 선고기일을 지정하려고 했으나, 정신 재감정 결과를 받은 뒤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A 씨는 지난해 6월 26일 새벽 화성 비봉면 삼화리 한 도로에서 60대 택시 운전기사 B 씨를 소지한 흉기로 수십 차례 찌른 뒤 택시를 훔쳐 달아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습니다.
A 씨는 도주 과정에서 자신의 살해 범행을 목격한 마을 주민 2명을 잇달아 쳐 각각 골절과 타박상을 입힌 혐의도 받습니다.
그는 "자신이 알려준 대로 B 씨가 운전했으나, 목적지가 나오지 않아 30분간 헤매자 실랑이 끝에 B 씨를 상대로 범행했다"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