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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의 나비효과…K-반도체 생산 차질 생긴다? [스프]

안혜민 기자

입력 : 2026.03.27 09:03|수정 : 2026.03.27 09:03

[오그랲]


⚡ 스프 핵심요약

이란 전쟁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전 세계 원유 공급의 20%를 차지하는 물동량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하며 유가 급등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중동, 특히 카타르에서 생산되는 고순도 헬륨은 반도체 제조의 필수 원료이며, 이스라엘산 브롬 또한 식각 공정에 중요해 전쟁 장기화 시 반도체 생산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됩니다.

이란 전쟁은 중동 지역에 집중 투자된 AI 데이터 센터와 호르무즈 해협 및 홍해의 해저 케이블 등 AI 인프라를 직접적인 공격 대상으로 삼아 전 세계 AI 생태계에 광범위한 리스크를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이란 전쟁이 에너지 전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해상 가스전을 폭격했고 이란도 즉각 걸프 국가들의 에너지 단지에 보복 공격을 가했습니다. 중동의 에너지 인프라는 전 세계 경제를 떠받치는 시설이라 공격을 서로 자제해왔는데 결국 레드라인을 넘어버린 겁니다.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에너지 전쟁으로의 확전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오그랲에서는 이란 전쟁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그중에서도 AI 시장에 미칠 영향이 어떤지를 데이터와 그래프를 통해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차단... 수입 원류 95% 통로 막힌다?
지난 2월 28일 이란의 혁명수비대 해군이 전 세계를 상대로 방송을 송출했습니다.

이 방송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건 아니라서 초기에는 일부 선박들이 해협 통과를 강행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전쟁이 잦아들 기미도 없고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이 잦아지자 위협을 무릅쓰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거의 없어졌죠.

이란과 오만 사이에 위치한 이 호르무즈 해협. 호르무즈 해협이 뉴스에 자꾸 오르내리는 이유는 이 곳이 전 세계 원유 공급의 핵심 통로이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해상 거점별로 하루 석유 수송량을 나타낸 지도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의 산유국들이 생산한 원유가 통과하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에 물동량이 엄청나요. 2025년 상반기에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하루 2,09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했어요. 전 세계 공급되는 원유의 20%입니다.

참고로 가장 많은 원유가 통과하는 곳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이에 있는 말라카 해협입니다. 말라카 해협에 이렇게나 많은 원유가 통과하는 이유는 아시아 국가들이 특히 많이 원유를 수입해 쓰기 때문입니다.

한국, 중국, 일본 동아시아 3국을 포함해 인도나 동남아 등 제조업이 강세인 국가들 입장에선 거대한 공장을 쉴새 없이 돌리기 위해선 중동의 원유가 필요하죠. 그래서 이번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특히 아시아 국가들이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는 중동 원유 수입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2024년 우리나라가 수입한 원유는 총 10억 2,989만 8,000 배럴입니다. 이 가운데 중동 국가의 비율은 무려 69.1%나 되죠.

천연가스의 경우에는 전체 4,631만 8,000 톤 가운데 29.4%를 중동 국가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보니 타격이 클 수 밖에 없죠.

전 세계 원유 물량의 20%를 차지하던 길목이 한 순간에 막혀버리자 전 세계 원유 가격과 천연가스 가격은 급등했습니다. 사태 발생 이후 국제 유가는 전쟁 전 65달러에서 급상승해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죠.

중동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어요. 일단 정부는 원유 자원 안보 위기 경보를 기존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했습니다. 주의 단계가 되면 산업부에선 비축유 방출을 위한 계획 수립에 착수할 수 있게 되죠. 또 UAE와의 합의를 통해 우리나라가 최우선 원유공급을 약속 받기도 했고요.

하지만 상황이 장기화되면 이 여파가 단순히 원유 가격 상승에만 그치지 않을 겁니다.

유가가 오르면 기름으로 화물을 싣고 옮기는 항공, 해운 물류비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고요. 해운사 입장에선 호르무즈 해협 대신 더 긴 우회로를 선택하거나 전쟁 보험료를 내야하니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죠. 높아진 에너지 비용에다가 물류비 부담도 더해지니 제조 원가도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경기는 침체되는 와중에 물가는 상승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어요. 이란 전쟁이 1년간 이어진다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경제의 핵심이라고 일컬어지는 AI 반도체 시장도 이 전쟁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란 전쟁 장기화 땐 AI 반도체 생산 차질?
유가도 오르고, 원자재 가격도 오르고 있지만 우리나라 반도체 업체들의 최근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어요. 지난 3월 16일부터 진행한 엔비디아의 자체 컨퍼런스인 GTC 효과를 톡톡히 봤죠. GTC 2026에서 젠슨 황은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 등 엔비디아가 힘을 싣는 분야들을 선보였어요.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끈 건 엔비디아의 차세대 데이터센터 플랫폼인 베라 루빈이었죠. 베라 루빈은 CPU, GPU, DPU 등 단순한 칩의 집합을 넘어서 하나의 거대한 AI 슈퍼 컴퓨터로 설계된 데이터센터 플랫폼입니다.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만한 건 이 시스템에 언어처리장치인 LPU가 탑재되었다는 겁니다. 엔비디아가 지난해 인수한 그록에서 만든 LPU가 베라 루빈 플랫폼에 들어가는데, 이 칩을 다름아닌 삼성전자가 만들고 있다고 발표했어요.

삼성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4를 엔비디아에 가장 먼저 출하하는 등 메모리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협력을 해왔어요. 그런데 이번 LPU 발표를 통해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영역까지 확장한 겁니다.

삼성은 이번 GTC에서 기존 6세대보다 성능이 대폭 개선된 HBM4E 실물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죠. SK하이닉스도 이에 질세라 GTC에서 엔비디아 AI 플랫폼에 탑재되는 메모리 풀 라인업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젠슨 황이 부스에 와서 하트까지 남길 정도로 끈끈한 파트너십을 보여주기도 했고요. 젠슨 황이 나서서 GTC에서 쇼맨십도 보여주고 엔비디아가 상당기간동안 HBM4의 유일한 고객이 될 거라 강조한 덕에 두 기업의 주가는 상승세를 탔어요.

이렇게 반도체 시장에 순풍만 불면 좋겠으나 이란 전쟁의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점점 커지고 있어요.

중동은 단순히 석유만 공급하는 곳이 아닙니다. 메탄올이나 에틸렌, 헬륨같은 산업 원료의 주요 공급처이기도 하죠.

그 중에서도 반도체 업체들이 가장 신경쓰이는 건 바로 헬륨입니다. 헬륨은 무색무취에다가 반응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서 다양한 공정에서 화학적 변수를 차단하는 보호막 역할을 해주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다양한 첨단산업의 핵심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는 헬륨이 증착 과정이나 에칭 공정에 활용되고 또 끓는점이 절대영도와 가까울 정도로 낮아서 웨이퍼의 급속 냉각 공정에도 사용되고 있죠.

그런데 지난 3월 18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최대 가스전을 공격했고, 이란은 즉각 카타르의 라스 라판 시설에 보복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카타르의 라스 라판 에너지 시설은 지난 3월 2일에도 이란의 드론에 의해 타격을 받은 바 있는 곳인데요. 당시 카타르 국영 에너지기업인 카타르에너지는 드론 공격의 영향으로 천연가스 생산 중단을 선언했죠. 최근 공격으로는 카타르는 최장 5년간 불가항력 선언할 수도 있다는 불안한 전망이 나오고 있어요. 결국 불가항력을 선언했고요.

카타르는 천연가스 생산 중에 발생하는 헬륨을 대규모로 회수하여 정제하는 기술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헬륨 생산 국가입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생산하는 국가죠.

2025년 기준 전 세계 헬륨 생산량 1억 9,000만 세제곱미터 가운데 6,300만 세제곱미터가 카타르에서 생산됩니다. 미국에 이어 전 세계 2위 국가입니다.

카타르의 헬륨은 타국가 대비 생산 단가가 낮고 일관된 고순도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나노미터 단위의 반도체 회로를 만들어내야 하는 반도체 기업들 입장에선 고순도 헬륨이 필수적입니다. 9가 4개 있는 99.99% 순도의 헬륨도 안되고 9가 6개 있는 식스 나인 수준의 헬륨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카타르산 헬륨인거죠. 특히 국내에서 사용되는 헬륨 대부분이 카타르 산이라는 게 우려스러운 지점입니다.

연도별 국내 헬륨 수입규모를 나타내보면 2021년 카타르가 미국산을 역전한 이래로 우리나라 헬륨은 카타르 것이 가장 많습니다. 지난해 수입한 2,116 톤의 헬륨 가운데 카타르 헬륨이 1,375 톤으로 65.0%를 차지하고 있죠.

그나마 다행인 건 국내 기업들이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면서 헬륨 부족 사태를 한 번 경험했다는 겁니다. 당시 공급망 다변화를 꾀한 탓에 당장 영향은 제한적일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죠. 문제는 전쟁의 장기화입니다. 이 경우엔 불확실성이 커질 수 밖에 없어요. 게다가 헬륨 뿐 아니라 반도체 식각 공정에 필요한 브롬도 이스라엘산이 97% 넘기 때문에 전쟁이 장기화 될 경우 가격 상승과 일정 지연은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오죠.


중동에 몰린 AI 인프라... 전쟁 터지니 표적 됐다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원료 공급이 흔들리는 것도 문제지만, 이미 구축된 AI 인프라 자체가 전쟁의 직접적인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것도 위험 요소입니다. 그러다보니 AI 반도체 기업 뿐 아니라 빅테크 기업들의 고심도 커지고 있죠.

중동 지역은 빅테크들이 특히 공들였던 투자처입니다. 중동 국가들은 석유 다음을 이을 차세대 먹거리로 AI 산업을 선택했어요. 특히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AI 컴퓨팅이 새로운 석유라는 인식으로 국가 미래 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을 갖고 있었죠.

빅테크 입장에서도 막대한 자금이 있고 저렴한 에너지 비용과 넓은 토지를 쓸 수 있는 중동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고요. 그래서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가 중동 지역에 많이 유치됐어요. 가령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부다비에 거대 AI 캠퍼스 조성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죠.

단순히 기업들만이 중동과 접점을 늘린 게 아닙니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도 중동에 공을 많이 들였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고 첫 순방지로 선택한 곳이 바로 중동이었을 정도로요. 작년 5월 중동 순방에서 트럼프는 2조 2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을 이끌어 냈습니다. 또한 오픈AI와 오라클, 소프트뱅크가 미국 내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UAE에서도 진행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죠.

그런데 이 지역에서 전쟁이 터져버린 겁니다. 미래 가치를 위해 투자하고 건설하던 중동의 AI 인프라는 전쟁이 터지고 난 뒤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되어버렸고요. 이란은 UAE와 바레인에 있는 AWS의 데이터센터를 공격했고, 그 영향으로 은행 결제 시스템에서 일부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땅 위에 있는 물리적 AI 인프라도 공격 대상이 되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밑에 있는 통신 인프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으로 해저 케이블이 있죠. 해저 케이블에 손상이 생기면 트래픽도 차단되고,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의 운용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곳 호르무즈 해협에는 이렇게 많은 해저 케이블이 몰려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뿐 아니라 홍해 지역도 눈여겨 봐야 합니다. 홍해의 해저 케이블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 간 통신 용량의 90% 이상이 오고 가거든요.

전쟁은 이란 쪽인데 왜 홍해에 집중하냐고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란 전쟁이 터진 후 다시금 홍해에서의 공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거든요.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고 후티 반군은 홍해를 타격하는 상황인겁니다.

해협 봉쇄와 해저 케이블이 무슨 관계인가 싶겠지만 이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건 지난 2024년 2월에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침몰한 영국 소유의 화물선입니다. 당시 이 화물선의 닻이 홍해의 해저 케이블에 손상을 주면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트래픽의 25%가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어요. 작년 9월에도 후티 반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저 케이블 손상이 일어나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의 지연 장애가 보고되기도 했고요.

전문가들은 전쟁이 장기화되면 지상의 AI 인프라 뿐 아니라 해저의 인프라의 안전 문제도 대두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란 전쟁은 단순히 중동 지역의 갈등을 넘어서, 전 세계 AI 생태계 전반에 걸친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원유 공급 차질부터 반도체 핵심 원료 부족, 그리고 AI 데이터센터와 해저 케이블 피해 우려까지. AI가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된 지금, 지정학적 리스크가 기술 패권에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 광범위하고 직접적이라는 걸 이번 사태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죠.

하루 빨리 전쟁 상황이 잘 마무리되길 바라면서 오늘 준비한 오그랲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 World Oil Transit Chokepoints | EIA
- 국가별 원유 및 천연가스 수입 현황 | 한국석유공사
- 전 세계 국가별 헬륨 생산량 현황 | USGS
- 연도별 국내 헬륨 수입 규모 현황 | 한국무역협회
- 중동 지역 해저 케이블 현황 | TeleGeography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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