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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8NEWS] "때린 적 없잖아요" 스토커 풀어주기만…"죽어야 끝나는 건가" 소름돋는 공포

제희원 기자

입력 : 2026.03.25 17:57|수정 : 2026.03.2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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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4 경찰 부실 대응 '민낯' 또 드러낸 남양주 스토킹 살인
01:01 피해자도 마땅히 누렸어야 할 봄날...누가 앗아 갔나
01:52 반복되는 스토킹 강력범죄...'가해자 격리' 왜 실패?
03:22 가해자 격리 주저하는 경찰, 기각하는 법원
05:01 남양주 스토킹 비극이 세상에 남긴 숙제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도와줄 수가 없다" 스토킹 범죄 피해자들이 경찰로부터 들었던 말입니다. 천재지변도 아니고 경찰이 가해자 신원을 몰랐던 것도 아니었는데 생명을 잃은 사람들, 바로 스토킹 피해자들입니다.

1. 경찰 부실 대응 '민낯' 또 드러낸 남양주 스토킹 살인
지난 14일, 경기 남양주시에서 44살 김훈이 20대 A 씨를 살해한 사건. 사건 당일, 김훈은 A 씨 직장 인근에서 차량을 가로막고 전동 드릴을 동원해 유리창을 부순 다음 흉기로 찔러 A 씨를 살해했습니다. A 씨는 생전 지속적인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면서 최소 5번 이상 경찰에 신고했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사건 당일에도 경찰에서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를 눌러 살려달라고 도움을 청했지만, 끝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사건 담당 경찰은 '가해자의 신체 자유'를 직접 제약하는 잠정조치 3-2호와 4호를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전자발찌 부착이나 유치는 가장 강력한 피해자 보호 수단으로 꼽히지만 여전히 일선 수사관이 체감하는 위험에 따라 신청은 제각각입니다. 왜 이렇게 소극적인 걸까요?

2. 피해자도 마땅히 누렸어야 할 봄날...누가 앗아 갔나
경찰은 지난해 8월, 관계성 범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라면서 이런 지침을 일선에 내렸습니다. 스토킹 최초 신고 때부터 이전 피해 내용을 파악해서 격리가 필요하다면 전자발찌와 유치, 구속을 동시 신청하라는 지침입니다. 범죄분석관이 가해자의 재범위험성을 평가해서 구속영장이나 잠정조치 신청을 적극 활용하라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남양주 사건에서는 이런 것들이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피해자가 숨진 다음에야 가해자 김훈에 대한 '보복 살인'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송경란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지난 17일) : 피해자의 반복된 신고가 있었습니다. 고소도 있었습니다. 현 제도가 내놓을 수 있는 피해자 보호 조치도 이미 취해진 사건이었습니다. 갈등과 폭력을 구분하지 못하고 위험의 징표를 파악하지 못하는 무능력함, 그 무신경함에 치가 떨립니다.]

3. 반복되는 스토킹 강력범죄...'가해자 격리' 왜 실패?
소극적인 경찰의 대처는 남양주뿐만이 아닙니다. 저희 취재진이 이번 남양주 사건을 취재하는 도중에 강릉에서 한 통의 제보를 받았습니다. 우연히 만난 12년 전 직장 동료로부터 묻지마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는 피해자 A 씨의 사연이었습니다.

[A 씨/스토킹 피해자 : 때려야지만 묻지마 폭행이 아닌 거예요. 정말 나는 묻지마 이유로 스토킹을 당하고 있는 거예요. 혹시나 (가해자가 횟집에서) 칼을 다루는 사람이고.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모르니까.]

불안한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더니, 이런 답변도 돌아왔습니다.

[경찰 (24년 11월) : 위법한 행위가 있으면, 그때 112하면 우리가 금방 갈게요.]

A 씨는 열 차례 넘게 경찰에 신고했는데, 가해자가 받은 처분은 역시 네 차례의 100m 이내 접근금지 명령뿐이었습니다.

[A 씨 /스토킹 피해자 : 제가 2차 고소했을 때는 (B 씨가 집에서) 198m 거리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8월 이후에는 158m에 와서 일을 하고 있는….]

이번 사건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발견됩니다. 불안한 스토킹 피해자는 여러 번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은 잠정조치 3-2나 4호를 신청하는 대신에 접근금지 명령만 신청하다가 세 번째 신고 후에야 유치에 해당하는 잠정조치 4호를 한 차례 법원에 신청하지만, 이마저도 법원에 의해 기각됐습니다. 경찰은 애초에 이 사람이 신체 접촉 같은 물리적 위협을 가한 적이 없기 때문에 스토킹 고위험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오는 5월이면 네 번째 접근금지 명령도 끝이 나는데, 저희 취재가 시작되자 강릉경찰서는 회의를 열고, 이 가해자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할지 검토하겠다면서, 피해자에 대한 철저한 보호를 약속했습니다.

4. 가해자 격리 주저하는 경찰, 기각하는 법원
경찰이 가해자 격리 효과가 큰 잠정조치 3-2호나 4호 신청을 주저하는 이유는 법원의 인용률이 낮기 때문입니다. 담당 수사관이 가해자 유치나 구속 필요성을 느껴서 신청해도 법원에서 기각되는 사례가 상당하고, 그래서 경찰이 점차 신청을 꺼리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겁니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유치를 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찰이 있고 실제로 유치가 됐을 때 그 피의자한테 되게 위하 효과가 적절하게 있었고, 좀 예방이 됐다라고 평가를 하는 분이 계셨는데 동시에 별로 유치 잘 활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분도 계셨어요. 그 지역 자체가 법원에서 유치 신청을 대부분 거부한다고 하는 데였거든요.]

여전히 때려야지 위험하다고 보는 인식도 문제입니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신체 접촉뿐만 아니라 반복된 접근이나 협박, 감시로도 처벌되지만 일선에선 여전히 이런 위험이 담당 수사관이나 법관의 감수성에 따라 제각각으로 해석됩니다. 지난 2022년, 서울 신당역 살인사건 때도 가해자 전주환은 피해자를 상대로 수백 차례 연락하고 미행했지만, 물리력 행사가 없었다는 이유로 구속되지 않았고 끝내 피해자는 숨졌습니다. 이번 남양주 사건에서도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격리하는 등의 경찰 대응이 부족했다"고 머리를 숙이기도 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발생한 교제폭력 사건 중에 경찰이 전자장치 부착과 유치를 신청한 건수는 각각 5%와 10%에 불과했습니다. 이걸 신청한다고 법원이 다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어서 피해자들이 체감하는 위협에 비하면, 가해자 신체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는 여전히 소극적이란 지적이 그래서 나옵니다.

5. 남양주 스토킹 비극이 세상에 남긴 숙제
이쯤에서 나오는 반론, 그럼 피해자가 신고하면, 다 잡아 가두자는 거냐? 피의자 인권은 어떻게 하냐, 이런 지적일 겁니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의 인권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스마트워치 나눠주면서 스토킹 피해자들의 신고에만 기댈 수도 없는 노릇이죠. 현행 형사소송법은 구속 사유로 주거지가 일정한지, 증거 인멸, 도주 우려가 있는지만 주로 살핍니다. 피해자나 주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 즉 보복 우려는 '고려' 요소로 돼 있습니다. 접근금지 조치를 해도 피해자를 찾아가 범행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기존 구속 사유에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를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구속과 불구속이란 현행법상 이분법을 넘어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조건부 석방제' 도입도 대안으로 논의됩니다. 구속영장 기각되면 활동 반경 제한이나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제도입니다. 스토킹 피의자는 판결 전이라도 수사 단계부터 전자발찌를 채워 피해자에게 접근하면 실시간 경보가 울리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 내 여성 살해 피해자는 최소 137명에 달했습니다. 늘어나는 관계성 범죄는 경찰 통계로도 뒷받침됩니다. 가정폭력, 교제폭력, 스토킹 등 3대 관계성 범죄에 대한 112 신고는 지난해만 43만 9천456건으로 2024년보다 23%나 증가했습니다. 스토킹 범죄 끝에 피해자 또는 그 가족을 숨지게 한 사건은 해마다 반복됐습니다. 그때마다 잔혹한 범행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되풀이됐지만 우리 사회는 또다시 범죄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피해자와 가족이 원하는 것은 사후 문책이 아니라 살아있을 때 작동하는 국가의 보호입니다.

(취재 : 제희원,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양현철, 영상편집 : 류지수, 디자인 : 이정주,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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