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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쏟아져 나온다"…월가의 황제가 경고한 '대폭락' 신호? [스프]

권애리 기자

입력 : 2026.03.24 09:02|수정 : 2026.03.24 09:39

[똑소리E]


⚡ 스프 핵심요약

사모신용 펀드의 환매 사태가 대형 자산운용사에서 잇따르며, 최대 4,500조 원 규모의 그림자 금융 리스크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사모신용 돈을 빌려간 중소기업의 부도율이 9.2%에 달한 데다 소프트웨어 서비스 업계의 붕괴 우려와 고금리 장기화가 겹치며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출 만기가 집중되는 2027~2028년에 숨겨진 부실이 도미노처럼 터져 나올 수 있으며, 이란 전쟁 등에 따른 고유가·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한국 경제에도 치명적인 충격이 예상됩니다.

화끈한 우상향을 그려온 주식 시장의 축제가 길어봤자 올해 안에 끝날 수 있다? 2027년, 늦어도 2028년에는 주식 시장이 무너지는 건 둘째 문제고, 20년 만에 다시 미국발 금융위기가 덮칠 수도 있다?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떠오른 이른바 사모신용 리스크의 핵심은 바로 이 걱정입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당장 눈에 띄는 위협이라면 금융시장에서는 지금 미국발 사모신용 리스크가 오히려 더 큰 시장 폭락의 전주일 수 있다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위기는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그 전조 증상은 그로부터 1년 전이었던 2007년 8월 프랑스의 대표 은행인 BNP파리바가 부실 자산에 투자했던 자기네 펀드 가입자한테 '넣은 돈을 빼고 싶으셔도 지금은 못 돌려드린다' 전격 판매 중단을 선언했을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이 BNP 사건 이후로 일어났던 일련의 일 같은 것들이 지금 미국 시장에서 스멀스멀 바퀴벌레처럼 기어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빨리 끝나지 않는다면 이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오는데요.

'내가 투자한 돈을 당장 돌려달라' 하니 '지금은 못 준다' 또는 '임직원들의 개인 재산으로 일단 좀 막아주겠다' 이게 모건스탠리, 블랙록, 블랙스톤 같은 미국에서도 가장 큰 자산 운용사 상품들에서 최근 몇 주 동안 이어지고 있는 사모대출 펀드 환매 사태입니다.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 전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블루아울은 우리 돈으로 무려 460조 원가량의 자산을 운용한다고 밝히고 있는 대체자산운용사입니다. 이 업계에선 세계 10위권 안이고 특히 지금 문제의 핵인 사모대출 부문에선 업계 탑 중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회사가 자기네의 사모대출 펀드 상품인 OBDC2를 상장된 자매 펀드에 합쳐서 운용하겠다고 발표했다가 투자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습니다. 항의하는 게 당연했던 게, '당신들이 하자는 대로 하면 당신들이 말해줘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이 펀드의 자산 가치는 20%나 깎이는 건데? 안 그래도 이 펀드가 별로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는데 역시 문제가 있구나' 이런 분위기가 되면서 내 돈을 돌려달라는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커졌고요.

계속 기다리라고만 하던 블루아울이 마침내 지난달 18일 '분기별로 정기적으로 하던 이 상품의 일부 환매는 영원히 중단한다. 대신에 이 펀드 자산을 팔아서 돈을 줄 테니까 좀만 더 기다려줘' 이렇게 나온 겁니다. 여기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안 그래도 지난해 내내 급락세였던 블루아울의 주가는 지난해 초 대비해서 지금 3분의 1 토막이 나 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사모대출, 사모신용 상품들의 투자자들이 돈을 돌려달라고 몰리기 시작한 겁니다.


4조 5백조 원대 '그림자 금융'..'사모신용'이란?
사모대출 상품이 도대체 뭐길래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요? 문자 그대로 투자자들에게 사적으로 모은 돈을 기업에 대출해 주고 이자를 받아서 돈을 버는 상품을 말합니다. 은행이 아닌데 그렇게 큰돈을 기업 대출해 준다? 그래서 그림자 금융이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사모신용이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미국에서 급속도로 팽창해 왔습니다. 금융위기 이후로 다시는 이런 시스템 붕괴를 겪지 말자, 은행들이 위험한 대출을 많이 하지 못하게 하자는 취지로 은행 규제가 대폭 강화됐거든요.

결과적으로 이 규제들 때문에 좀 위험도가 높은 중소기업 대출이 빡빡해졌고, LBO 즉 '빌린 돈으로 기업을 인수해서 그걸로 이익을 내볼 테니까 나한테 돈 빌려주세요' 이렇게 위험도가 높은 일에는 은행이 돈을 많이 빌려주기가 쉽지 않게 됐습니다.
*LBO(Leveraged buyout) : 빌린 돈의 비중이 큰 자금으로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 인수한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거치며 이익을 내고 가치가 커진 기업을 매각해 이익을 극대화함.

'그림자 금융' 사모신용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면서 급격하게 커졌습니다. 그만큼 이자를 많이 받을 수 있고, 잘 되면 큰돈을 벌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크리스 코토우스키 | 오펜하이머 선임 애널리스트
사모신용은 아주 놀라운 기록을 가진 자산이에요. 지난 20~25년 동안 평균적으로 연 10%가량의 수익을 꾸준히 내왔죠.

사모신용은 사업 내용을 공시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사실 외부에서 정확한 규모를 알기 어렵지만, 이 사모신용 규모가 금융위기 이후로 10배에서 15배 정도까지 성장해서 우리 돈으로 최대 4천5백조 원 상당까지도 될 거란 추산이 있습니다. 이 중 70%는 미국에 몰려 있고요.

사모신용의 이 많은 돈을 주로 어떤 기업들에게 빌려줬느냐? 구글 같은 대기업들은 이런 데까지 갈 필요가 없습니다. '저희 돈 좀 빌려주세요' 공개적으로 얘기하면, 즉 구글이 회사채를 발행하면 이자가 낮아도 투자자들이 구글의 채권은 사죠. 사모신용은 이런 거는 꿈을 꿀 수 없는 성장 중인 중견기업, 그중에서도 특히 업종으로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기업들에게 돈을 많이 빌려줬다는 겁니다.

사모신용의 전체 20%가 소프트웨어 기업들에게 갔다는 추산도 있고요. 최근에는 인공지능 인프라, 즉 데이터 센터 짓는 데 많이 투자됐습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블루아울의 OBDC2가 전형적인 이런 상품이었습니다. 30개 산업군의 비상장 중견 기업들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소프트웨어 중견 기업들이 그중 12% 정도라고 합니다.


사모펀드 "내 가치는 나만 안다"..부실 위험 '부메랑'으로
어쨌든 이건 돈 많은 큰손들의 문제 같은데 왜 우리가 걱정을 해야 할까? 여기에 부실이 얼마나 크게 숨어 있는가, 그리고 이 부실이 전체 금융 시스템으로 얼마나 전이될 수 있는 구조냐. 이게 바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핵심 포인트입니다.

첫 번째, 숨은 부실의 심각성입니다. 성장하는 중소기업들에게 돈을 빌려줬다는데 과연 이 기업들 제대로 평가된 걸까? 사모신용의 돈을 갖다 쓴 미국 중소기업들의 부도율이 지난해 9.2%까지 치솟았다는 신용평가사 피치의 보고서가 이달 초에 나왔습니다. 돈을 빌려간 거의 10개 기업 중에 한 곳은 부도가 났다는 겁니다.

하지만 과연 투자자들이 이 정도의 부실 가능성을 정확히 알고 투자했을까요? 문제가 된 블루아울의 OBDC2에 대해서 블루아울이 말하는 것보다 자산 가치를 30% 더 깎아야 진짜 가치라면서 공개적으로 이 자산을 30% 할인해서 사겠다고 나선 행동주의 투자사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양쪽의 누구 말이 맞는지 모릅니다. 왜? 사모신용의 자산은 가치 평가를 사실상 자기들이 알아서 해 왔거든요. 공개 시장에 나온 회사채라면 '구글은 우량하니까 AA, 저 기업은 위험하니까 투기성 정크본드' 이렇게 외부 신용평가사들이 낱낱이 내용을 분석해서 가치를 매겨 놨습니다. 사모신용 펀드는 이런 평가를 사실상 자기들이 알아서 해왔다는 겁니다.

게다가 9.2%는 지난해까지의 부도율이고, 올해부턴 부도가 우수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거 아니냐는 걱정이 커져 있습니다. 첫 번째, 사모신용의 돈을 많이 빌려갔다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기업들이 앞으로 꽤 망하지 않겠냐 하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이 대목에서 요즘 많이 들어보셨을 AI 회사 앤트로픽이 등장합니다. 이 회사가 내놓은 이른바 에이전트 AI가 조금만 더 발전하면 온라인 여행사들, 챗봇 만들어 주는 기업들, 일정 관리 앱 만들어주는 업체들 같은 소프트웨어 서비스 업계가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는 게 지금 시장에 등장한 공포입니다.

이런 소프트웨어 중소기업들이 사모신용에 돈을 많이 갖다 썼는데 이런 회사들은 월 사용료를 받는 식의 구독 서비스를 많이 하죠. 현금 흐름이 좋다는 장점이 있어서 정기적으로 일부 환매의 창을 열어둔 구조의 투자 상품을 만든 사모신용들이 특히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들이 망할 처지가 되면 사모신용이 빌려준 돈 대신 내놓으라고 할 자산도 없습니다. 공장이나 자재 같은 게 있을 수 없는 업종이죠.

두 번째로 고금리 환경도 문제입니다. 앞서 사모신용대출이 이자를 10% 안팎씩 챙겼다는 인터뷰처럼, 지금 미국의 기준금리 수준에서 중소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이자 수준이 그 정도로 올라 있다는 겁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이 거의 제로금리 수준이었습니다. 사모신용은 그때 많이 성장했습니다. 제로금리 환경에서는 이자가 4~5%씩만 따박따박 들어와도 큰 이익이었고, 그 정도는 그 이자를 내는 중소기업들도 감당이 됐습니다. 그런데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가 8%, 9%, 10%, 감당이 점점 어려워지죠. 그래서 이미 작년 재작년에 이런 미국 중소기업들의 부도율이 계속 올라서 9.2%까지 왔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 지금 이란 전쟁이 빨리 끝나지 못하면 고유가 그러면 즉 고물가, 그래서 금리를 내릴 수가 없는 환경이 되는데 비용만 커지는 상황이니까 경기는 나빠진다? 금리가 좀 더 내려가기만 오매불망 기다리던 이 중소기업들이 침체의 그림자 속에서 어떻게 될까요?

2008년 금융위기의 본질도 결국 이거였습니다. '어차피 집값은 오를 거니까 모두 돈을 벌게 될 거야'라는 논리로 나중에는 소득이 없는 사람, 심지어 강아지 이름으로 신청된 주택 담보 대출에도 무분별하게 돈이 나갔었고요. 이렇게 부실한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만든 투자 상품, 이 투자 상품의 위험을 이론상으론 다 떠안아 갈 수 있다고 했던 헤지 상품들도 무분별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앞서서 신용평가사들의 가치 판단은 믿을 만한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 금융위기 때는 무디스 같은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지금 보면 말도 안 되는 상품에 'AAA' 미국 국채급의 초우량 등급을 줘서 부실이 숨겨졌고, 그래서 나중에 호된 비판을 받았던 거죠. '그때는 망해선 안 될 은행들의 이런 부실 대출들이 생겼던 거고, 지금은 그냥 부자들만 돈을 잃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걸 정확히 모르겠다는 게 이 문제의 두 번째 핵심입니다.


"내 보험금 못 준다고요?"..사모신용, '금융위기' 확산될까
우리가 걱정을 하지 않으려면 은행·보험사 등은 사모신용에 돈을 넣지 않았어야겠죠. 그런데 돈을 넣었습니다. 그것도 많이요. 먼저 은행. 어떻게 보면 은행들이 작은 기업들의 고위험 고수익 대출을 직접 안 하는 대신 이런 사모신용들의 돈을 빌려줘서 수익을 나눠 가졌습니다.

연준의 추산으로는 좁은 의미의 사모대출에 들어간 은행 돈은 아직 그렇게 크지 않아서 큰 걱정은 없다고 하지만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고요. 사모대출을 포함해서 이른바 비예금 대출 기관에 빌려준 돈이 전체 미국 은행 대출의 10%가 넘어갑니다.

더 큰 문제는 생명보험사들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봤던 사모펀드들이 보험사를 사들이거나 이른바 제휴를 많이 맺었습니다. 그리고 사모펀드가 사들인 보험사들은 국채 같은 우량 채권으로 자산을 구성하는 대신 사모대출을 기초자산으로 만든 증권의 비중을 자기들 자산으로 점점 더 늘려왔습니다. 빠른 속도로요. 최근 몇 년간 보험사들이 사모펀드와 너무 많이 결탁해서 이제 사모신용과 관련 있는 투자 상품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46%까지 됐다는 통계도 나옵니다.

그런데 보험사들은 사모대출과는 달리 외부 규제를 받잖아요. 전보다 위험한 자산이 늘어나는 것 같으면 그 위험을 떠안아가 줄 헤지 상품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 헤지 상품들의 건전성도 지금 의심받고 있습니다. 이 사모펀드들 안에서 다 한통속으로 돈이 돌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겁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금융위기와 비슷한 구조죠. 부실 대출을 기초로 했던 무리한 투자 상품, 그 투자 상품의 위험을 떠안아 간다고 했었는데 뚜껑이 열려 보니 무용지물이었던 헤지 상품들. 그렇다면 이번엔, 최악의 경우 이 보험사들의 부실이 전가된다면 보험금을 맡긴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요? 도대체 이 문제의 리스크가 금융 시스템 어디까지 번져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은 게 지금의 큰 문제입니다.


"바퀴벌레 쏟아져 나온다"..운명의 시한은 2027~28년?
이 문제가 왜 내년이나 내후년에 본격적으로 터질 수 있다고 보는가? 보통 이런 중소기업 사모대출은 대출 만기가 5년 이상으로 깁니다. 보통 개인들이 내는 대출도 그렇죠. 그런데 사모신용이 지난 몇 년간 집중적으로 커지다 보니 이 만기가 내년에서 내후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돌아온다는 겁니다. 2027년, 늦어도 2028년, 이때 결국 숨어 있던 부실들이 드러나면서 도미노처럼 그 영향이 번져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미국 금융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JP모건체이스 CEO)은 부실이 의심 가는 사모신용을 빗대서 '바퀴벌레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난해에 얘기했습니다. 이 바퀴벌레들이 더 이상 숨을 수 없는 시한, 부엌이 망가졌다는 게 드러나는 시한이 내년 늦어도 내후년일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들 앞으로도 활발하게 지어질 거고, 소프트웨어 업계가 비교적 건실하게 이 시기를 지나간다고 하면, 그리고 중동 사태가 빨리 끝나서 유가가 다시 내리고 금리 부담이 줄어든다면 이대로 이 리스크는 잦아들 수도 있다. 그럴 가능성이 아직은 더 커 보인다는 거죠.
박상현 | 아이엠증권 전문위원
(사모신용에) 부실이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IT 업황이 크게 둔화되지 않는 이상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은 아직은 좀 낮아 보입니다. 미 연준이 여전히 금리 인하 쪽에 무게를 두고 있어서 과거 서브프라임(금융위기)처럼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고유가·고금리가 길어지고 경기 둔화가 오게 될 경우 바로 이 사모신용 리스크가 금융 시스템에서는 약한 고리로 불거질 수 있고요. 확실한 건 정말 그런 충격이 현실화한다고 하면 우리 국내 증시까지 폭락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반도체 수출을 비롯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한국 경제에도 커다란 충격으로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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