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발발한 이란 전쟁이 3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란의 가스전을 폭격하며 전쟁 장기화 우려를 키웠던 이스라엘이 조기종전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란이 핵 개발과 미사일 제조 능력을 상실했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승리하고 있는 만큼 전쟁이 일찍 끝날 수도 있다는 취지인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상군 투입에 일단 선을 그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9일(현지시간) 개전 후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과의 전쟁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고 선언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은 더 이상 우라늄을 농축할 수 없으며 탄도미사일을 제조할 능력도 상실했다"며 "이란 전쟁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불과 하루 전 이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와 아살루예 정제시설 단지를 폭격해 중동을 에너지 확전 국면으로 몰아넣어 놓고는 조기 종전 전망을 내놓은 셈입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 같은 입장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고려해 유가급등세를 막으려고 구두 개입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결단한 전쟁 때문에 휘발윳값을 비롯한 미국 내 생활물가가 치솟아 정치적 역풍을 맞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이란을 궤멸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의지 때문에 중동전쟁이 통제가 어려운 난타전으로 격화해가고 있다고 의심합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의식한 듯 미국을 이란 전쟁에 끌어들였다는 의혹을 부인하면서 미국과 '긴밀한 공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이란 가스전 공격을 사전에 통보받았고 묵인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이스라엘이 단독으로 공격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공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 가스전 공격에 관해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았다며 사전 통보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상군 투입 우려에 대해서도 "어디에도 병력을 배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향해서도 카타르 에너지 시설을 추가로 공격하지 않으면 가스전 공격도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며 확전 자제를 제안하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내놨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에너지 기간시설을 겨냥한 폭격을 둘러싼 우려에 계속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란은 전날 자국 가스전이 폭격받자 전날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거점인 라스라판 산업단지를 겨냥해 미사일 보복에 나섰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 가스 처리 시설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UAE)의 합샨 가스 시설도 요격된 미사일 파편으로 인해 가동이 전면 중단됐습니다.
라스라판은 글로벌 LNG 공급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주요 거점인 만큼 폭격에 따른 경제적 충격파가 상당합니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기업은 이번 폭격으로 LNG 수출 용량의 17%가 손상됐고 이를 복구하려면 3∼5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한국 등과 맺은 장기 공급 계약에 대해 최장 5년간 불가항력에 따른 이행 중단을 선언해야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에너지 시장의 불안이 증폭되면서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119달러까지 치솟았고 뉴욕증시도 다시 하락장을 겪었습니다.
시장은 전쟁이 얼마나 장기화할지 전망에 따라 하루하루 급격하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 급등에 따른 부정적 여파를 관리하기 위해 당장은 확전 자제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기는 불확실성은 여전합니다.
특유의 변덕에 더해 지상군 투입과 관련해 애매하게 여지를 남겼다는 점도 우려를 더합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상군 투입 관련 기자의 질문에 하지 않겠다고 답하면서도 "만약 보낸다고 해도 당신에게는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전히 입장을 번복할 여지를 남겼다고 짚었습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미국 행정부는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대이란 전쟁 수행을 위해 2천억 달러(약 300조 원)가 넘는 추가예산을 요청했습니다.
이는 초기 작전에 투입됐던 비용 수준을 고려하더라도 이 정도 금액이라면 수개월간 작전을 지속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가 다르다는 점도 중대 변수로 부각됐습니다.
털시 개버드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이날 하원 청문회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가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스라엘은 이란 지도부 무력화에, 미국은 탄도미사일 능력과 이슬람혁명수비대, 기뢰부설 능력 파괴 등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습니다.
외신에서는 이스라엘이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 이란 내에서 협상이 가능한 상대적 온건파를 골라 암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위해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려고 조기종전의 명분을 찾고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악 시나리오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위험평가기관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중동 분석가 토르비욘 솔트베트는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사우스파르스와 관련 시설을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결정은 전쟁이 뚜렷한 출구전략 없이 최소 5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기존의 분석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