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사 수 AMD CEO가 CES 개막을 하루 앞둔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키노트 연설하며 AI 칩을 들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의 젠슨황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추격자인 AMD의 리사 수 CEO가 연이어 한국을 방문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같은 대만계 미국인이자 5촌 지간으로 혈연관계지만, 글로벌 AI 반도체 밸류체인의 핵심축이 된 한국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을 위해 물러설 수 없는 경쟁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오늘(18일) 업계에 따르면 수 CEO는 오늘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의 회동을 위해 2014년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습니다.
수 CEO는 오늘 오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아 전영현 대표이사 겸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부회장)을 포함한 반도체 경영진과 면담합니다.
이곳에서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메모리는 물론 파운드리까지 협력 확대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세계 최초로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를 양산 출하했을 뿐만 아니라, 로직·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모두 갖춘 세계 유일의 원스톱 설루션 반도체 기업입니다.
이에 따라 파운드리 공정과 협업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첨단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수 CEO는 오후에는 이재용 회장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승지원에서 만찬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튿날인 19일에는 노태문 대표이사 겸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도 만나는 등 삼성전자와의 전방위 협력을 추진합니다.
이 밖에도 수 CEO는 오늘 방한 첫 일정으로 최수연 네이버 CEO와 만나 AI 가속기 공급과 AI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공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침 이번 방한은 엔비디아가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연례 개발자행사 GTC 2026과 동시에 진행돼 경쟁 구도가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황 CEO가 자체 행사를 통해 세계 시장에 경쟁력을 과시할 동안 수 CEO는 한국을 찾아 반도체 핵심 공급망을 다지는 것입니다.
황 CEO도 이번 GTC에서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루빈'을 공개하면서 한국 기업과의 동맹 강화를 빼놓지 않았습니다.
베라루빈에 통합할 그록(Groq)3 언어처리장치(LPU)를 삼성전자가 만들고 있다면서 "삼성에 감사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전시장을 연이어 방문하며 공을 들였습니다.
삼성전자에서는 "삼성은 세계 최고"라고 극찬하고, 삼성 그록 칩 웨이퍼와 베라루빈 플랫폼에 연달아 서명했습니다.
SK하이닉스 부스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환담하고 "여러분들은 완벽하다. 당신들이 자랑스럽다"고 덕담했습니다.
SK HBM4와 서버용 저전력 메모리 모듈 소캠2를 탑재한 베라루빈에도 '젠슨♡SK하이닉스'라는 글귀와 서명을 남겼습니다.
황 CEO는 지난해 10월 말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 이재용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른바 '깐부회동'을 하며 국내외에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당시 황 CEO의 방한은 2010년 이후 15년 만이었습니다.

황 CEO는 지난달에도 실리콘밸리에서 최태원 회장과 치맥 회동을 갖는 등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 AI 시장을 주도하는 거물들이 'K-반도체'를 두고 물러설 수 없는 경쟁을 벌이는 것은 달라진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상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소프트웨어 생태계 경쟁력으로 우위를 확보한 가운데 AMD는 빅테크와 협력을 통한 개방형 전략으로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HBM 제조와 파운드리 공정 등 핵심 퍼즐을 풀려면 양사 모두 한국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은 필수적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두 사람의 잇단 방한은 예전 같으면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이라며 "기존 미국과 대만 중심이던 반도체 비즈니스에서 이제는 한국을 빼놓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