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현지시간) 폐허가 된 테헤란 시내
"처음엔 며칠 내로 정권이 무너질 거라 생각했지만, 전쟁은 2주째가 됐습니다. 저는 매일 밤 폭발 소리에 잠에서 깹니다."
이란 테헤란에 사는 한 시민이 12일(현지시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2주째로 접어든 전쟁의 고통을 이같이 털어놨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후 연일 폭격이 이어지는 테헤란에서는 이처럼 나라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의구심이 교차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습니다.
'사마'라는 가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테헤란의 한 엔지니어도 "폭격이 시작됐을 땐 이번에야말로 정권이 견뎌내지 못할 순간이 왔다고 생각했고,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이 확정됐을 때는 너무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면서도 "지금 내가 아는 사람들은 자기 주변이 다음번 공습 표적이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부 도시에 거주하는 교사 미나(가명)는 "만약 전쟁이 끝나고 똑같은 정부와 똑같은 성직자(지배자들), 심지어 더 억압적인 정부와 함께 폐허만이 남겨진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되물으며 불안함을 내비쳤습니다.
지난 1월 반정부시위 당시 다친 이란의 한 상점 주인 알리는 "나는 자유를 원하지만, 동시에 이 상황이 끝난 뒤에도 온전하게 남아 있는 나라를 원한다"고 BBC에 말했습니다.
시위에 참여했던 또 다른 청년 사이드는 "트럼프(미국 대통령)가 정말 정권교체를 노리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는 매일 다른 말을 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전쟁 초기보다 불안과 회의감을 표현하는 시민들이 많지만, 동시에 체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합니다.
쿠르디스탄 서부에 거주하는 한 교사는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폭탄이 두렵지 않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바시즈 민병대(반정부 시위 진압에 투입된 준군사조직)와 진압 경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테헤란 상점 주인 레자도 이 신문에 "내 아내는 임신 마지막 달이다. 내 아이가 자유로운 이란에서 태어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장기화하면서 이란 내 민간인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번 전쟁의 여파로 이란 내 60만∼100만 가구가 피란길에 올랐으며, 최대 32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는 유엔 회의에서 이번 전쟁으로 현재까지 최소 1천348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란 정부가 전국적으로 인터넷을 차단하면서 외부와의 접촉은 대부분 차단됐고, 불법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기가바이트당 약 1천만 리알(약 1만 1천 원)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