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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Y] '햄넷', 햄넷과 햄릿은 형제였다…흥미로운 아역 비하인드

입력 : 2026.03.10 17:41|수정 : 2026.03.10 17:41


영화 '햄넷'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매기 오패럴의 소설 '햄넷'을 바탕으로 하는 이 영화는 아들 햄넷의 이른 죽음(11살에 요절)이 셰익스피어의 '햄릿' 집필에 영향을 끼쳤으리라는 상상력에 기반한 팩션이다.

윌리엄 역을 맡은 폴 메스칼과 그의 아내 아녜스를 연기한 제시 버클리의 빼어난 연기가 영화의 드라마를 이끌지만 영화 중반부와 후반부 두 아역 배우의 연기도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바로 햄넷을 연기한 자코비 주프와 극 중 연극에서 햄릿을 연기한 노아 주프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두 배우는 형제 지간이다.

자코비 주프는 윌리엄과 아녜스가 낳은 쌍둥이 아들 햄넷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쌍둥이 동생 주디스가 흑사병으로 죽을 고비에 처하자 햄넷은 주디스의 곁에 누우며 "내 삶을 네게 줄게"라고 속삭인다.
햄넷
어린 시절부터 옷을 바꿔 입는 장난을 치고 놀았던 동생과의 추억을 생각했던 것일까. 햄넷은 주디스의 자리에 바꿔 눕는다. 어린 마음에 그렇게 하면 죽음의 신이 주디스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 순진한 상상력은 실제가 되고 말았다. 아녜스는 하루아침에 딸이 아닌 아들의 주검을 발견하고 오열한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동생을 지키기 위한 햄넷의 사투는 보는 이의 마음도 미어지게 한다. 슬픔이 서린 큰 눈망울, 어른스러운 말투에서 범상치 않은 에너지가 느껴지기도 했다.

'햄넷'의 캐스팅 디렉터인 니나 골드가 자코비 주프를 찾아낸 여정은 쉽지 않았다. 그녀는 전형적인 아역 배우가 아닌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강렬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배우를 원했다. 자코비 주프는 총 5번의 오디션을 통해 자신이 햄넷에 적역임을 니나 골드와 클로이 자오에게 입증해 냈다.

런던으로 떠나게 된 윌리엄은 아들 햄넷에게 "용감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장면은 오디션에서 중요한 장면을 앞둔 자코비에게 폴이 실제로 한 말이었다. 이 모습을 인상적으로 본 클로이 자오는 가족을 두고 떠나는 윌리엄이 아들에게 하는 대사로 사용했다. 이 말은 주디스를 살리려고 애쓰는 햄넷이 결정적인 순간에 다시 한번 되뇌인다.
햄넷
노아 주프는 윌리엄이 쓴 연극 '햄릿' 무대에 오른 햄릿 왕자로 극 후반부 등장한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포드v페라리' 등을 통해 대중의 눈도장을 찍은 노아 주프는 이 영화를 19살에 촬영했다. 8시간 만에 연극에 등장하는 검술을 배웠고, 일주일간 연극 후반부의 긴 독백신을 준비했다. "나는 죽는다"며 절규하는 그 신이었다. 아녜스의 이 순간 햄릿에서 어린 햄넷의 환영을 본 듯 그에게 손을 뻗는다. 이때 군중의 무수한 손길도 쏟아진다.

연극 속 햄릿의 등장은 영화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한다. 아녜스의 슬픔과 환희의 감정이 교차하는 구간이며, 윌리엄의 고통과 속죄가 교차하는 구간이다. 예술을 통한 정화가 이뤄진 놀라운 순간이기도 하다. 더불어 단절될 것처럼 보였던 두 사람의 관계 변화를 암시하기도 한다. 연극은 막을 내리지만, (그들의) 삶은 지속될 것이라는.

자코비 주페와 노아 주페 모두 짧지만 빼어난 연기를 펼쳤다. 영화와 극중극에서 같은 이름을 공유한 두 캐릭터는 서사적으로 강력한 연결고리를 띠고 있다. 게다가 둘은 형제다. 영화 안 서사와 영화 밖 관계가 어우러진 흥미로운 사례다. 클로이 자오는 이 마법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배우들은 보란 듯이 잘 해냈다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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