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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무안공항,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콘크리트 보강"…국토부·공항공사 5명 징계 요구

김혜영 기자

입력 : 2026.03.10 13:58|수정 : 2026.03.10 13:59


▲ 감사원

재작년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감사원이 로컬라이저 개량사업 과정에서 안전기준 검토 없이 콘크리트 보강이 이뤄졌다며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 관계자 5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감사원은 10일 공개한 '항공안전 취약분야 관리실태' 감사 결과에서, 무안공항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공항에서 총 30건의 위법·부당 및 개선 필요사항이 확인됐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용택 감사원 국토환경감사국 제5과장은 "지난해 5월 26일부터 7월 15일까지 실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총 30건의 문제점을 확인해 현장에서 신속하게 안전 조치를 시행하도록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마련하도록 해당 기관에 통보했다"고 말했습니다.
 

"콘크리트 보강,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승인"…공항공사 담당자 등 5명 징계 요구

로컬라이저는 항공기에 활주로 중심 방향을 알려주는 항행안전시설로, 국내 기준상 착륙대 종단부터 240미터 이내에 설치되는 시설은 항공기 충돌 시 쉽게 부러지는 구조여야 합니다.

그런데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 설계 담당자 3명은 2020년 설계용역을 발주하면서 로컬라이저 기초구조물이 충돌 때 쉽게 부러질 수 있는지, 즉 취약성 확보방안을 검토하도록 과업내용서에 적고도, 정작 취약성 검토가 빠진 설계 결과물을 적정하다고 보고 그대로 준공 처리했습니다.

이후 시공담당자 J와 K는 이 설계 결과물에 대한 취약성 확보방안을 검토하지 않은 채 공사를 시작했고, 2023년 11월 시공업체와 감리업체가 '시공의 용이성'을 이유로 주변 외벽을 40센티미터 추가 보강해 달라고 요청하자, 별도 검토 없이 이를 구두 승인했습니다.

당초 설계는 기존 구조물의 손상된 부분, 약 30센티미터를 잘라내고 보강하는 내용이었는데, 시공 과정에서 토사가 흘러내리자 시공업체와 감리업체가 주변 외벽을 40센티미터 더 보강하자고 요청했고, J와 K가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감사원은 그 결과, 충돌 시 쉽게 부러져야 할 시설에 콘크리트가 더 덧대어진 채 설치 취약성이 확보되지 않은 로컬라이저 기초구조물이 설치됐다고 판단했습니다.

감사원은 국토부 부산항공청 관계자 G, H, I에 대해서도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감사원은 이들이 2022년 로컬라이저 기초구조물의 취약성 확보방안이 빠진 실시계획을 별다른 검토 없이 승인했고, 이후 사용 전 승인 과정에서도 전파 성능만 확인했을 뿐 구조물의 안전기준 충족 여부는 확인하지 않은 채 사용을 허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감사원은 설계 담당자 3명은 징계 사유가 있지만 시효가 지나 주의를 요구했고, 시공담당자 J와 K, 그리고 부산항공청 관계자 3명에 대해서는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감사원은 또 국토부에 관련 기준을 다시 정비하도록 통보하고, 한국공항공사에는 무안공항 등 기준에 미달하는 로컬라이저 기초구조물을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개선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무안공항 개량사업 설계 시공·감리 업체에 대해서도 국가계약법에 따라 적정한 조치를 취하도록 통보했습니다.
 

"전국 8개 공항 14개 로컬라이저 기초구조물 문제"...여수공항도 검토 필요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무안공항 개량사업만이 아니라, 전국 공항의 로컬라이저 설치와 운영 전반에도 문제가 있다고 봤습니다.

감사 결과 무안, 김해, 여수, 사천, 광주, 포항, 제주, 김포 등 8개 공항 14개 로컬라이저 기초구조물이 취약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안공항의 경우, 국토부가 2003년 6월 취약성 검토도 없이 콘크리트·둔덕을 설치하게 했는데, 2007년 한국공항공사가 이에 대한 보완 요청을 했는데도 개선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토부는 이들 시설을 공항운영증명과 정기검사 과정에서 최대 22년 동안 취약성이 확보된 것처럼 승인해 왔고, 일부 공항은 종단안전구역을 로컬라이저까지 연장하지 않거나 오히려 축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감사원은 또 국토부가 2009년 국제기준을 참고해 만든 '충돌 시 부러지기 쉬운 구조 매뉴얼'을 3년 만에 폐지하면서, 현장에서 취약성 검토 기준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무안공항 사고 뒤 정부가 로컬라이저 개선 대책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충분치 않다고 봤습니다.

국토부는 여수공항의 로컬라이저 기초구조물이 취약성이 확보된다고 보고 개선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감사원이 구조해석을 의뢰한 결과 이 구조 역시 국제민간항공기구, ICAO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감사원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경량 철골 구조가 정말 안전한지를 (전문 학회에) 의뢰해 시뮬레이션을 확인한 결과, 철골들이 항공기를 관통해서 승객들이 다치는 것으로 나와 안전하지 않다고 국토부에 전달했다"며 "감사 과정 중에 알게 된 국토부가 다른 구조를 선택해서 보완을 완료했거나 일부 설계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감사원은 특히 한국공항공사의 발주 방식에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현재는 구조 계산이나 전문 시공 면허를 갖춘 업체가 아닌 정보 통신 면허만 갖고 있는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는 구조가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감사원 관계자는 '왜 정보통신 면허만 있는 업체에 발주가 되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공항공사 업무의) 주된 내용이 로컬라이저 교체이다보니, 관행적으로 통신 면허를 가진 업체, 안테나를 실제 제작할 수 있는 해외 업체와 함께 입찰을 보게 된다"며 "그러다보니 로컬라이저 기초 구조물은 부대 사업으로 보고 입찰을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감사원의 또 다른 관계자도 "(공항공사 내) 통신 담당 부서에서 발주하는데, 기반 시설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보니, 관행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감사원, 조류 충돌 대응 체계도 부실 지적

감사원은 조류 충돌 가능성과 관련한 대응 체계도 부실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감사원은 공항공사측이 공항 내부에서 포획·퇴치되거나 실제 충돌한 조류 위주로만 위험평가를 하면서, 정작 공항 주변에서 대규모 군집을 이루며 이동하는 철새의 잠재적 충돌위험은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짚었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무안공항의 경우 가창오리가 환경영향평가에서 3만 5천 마리가 발견됐지만, 공항 내부에서 포획되거나 분산이 되거나 충돌이 없었다는 이유로 위험도가 '0'으로 평가돼 관리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하지만, 감사원이 환경부 산하 기관의 자료를 통대로 공항 주변 조류정보를 반영해 재평가한 결과, 가창오리와 큰기러기 등을 포함한 27종의 조류가 항공기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위험조류로 분석됐습니다.

조종사에게 제공하는 조류활동정보도 최신 상태로 유지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제주공항을 제외한 14개 공항은 조류활동정보를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넘게 현행화하지 않았는데, 특히 김포공항은 2016년 이후 갱신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전국 10개 공항의 '공항정보자동방송(ATIS)'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 광주공항과 대구공항, 포항공항은 조류활동 경고문구를 송출한 사례가 없었습니다.

인천공항과 김해공항, 울산공항, 김포공항의 경우, 조류활동 여부와 무관하게 동일한 경고문구를 반복 송출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습니다.
 

"엔진 결함 조사도 부실…항공기 안전장비도 늦게 도입"

감사원은 국토부가 엔진 결함 의심 사례도 충분히 조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감사원은 최근 5년간 국적항공사 항공기에 29%로 가장 많이 장착된 CFM-56 엔진의 고장·결함으로 발생한 항공안전장애 59건에 대한 사실조사 여부를 점검했습니다.

그 결과, 국토부는 단 2건에 대해서만 사실조사를 하고, 나머지 57건은 사실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사실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57건 가운데 2건의 경우, 중대한 엔진 고장과 결함으로 엔진을 교체한 뒤 조사가 필요하다고 자체 검토했지만, 이를 방치했습니다.

그 중 한 사례는 지난 2024년 7월 인천에서 다낭으로 가던 항공기가 순항 중 엔진 진동으로 대만 타이베이에 회항한 뒤 엔진을 교체한 경우였습니다.

당시 국토부도 사실조사가 필요하다고 내부 검토했지만 감사 시점까지 조사에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나머지 55건 중에서는 항공사의 조사에 대한 사후 검증 체계가 부족해 엔진고장이나 결함을 조류 충돌로 분류한 경우들도 있었습니다.

실제 지난 2020년 김포공항 이륙 직후 엔진 진동으로 회항한 항공기는 처음엔 조류충돌 의심으로 보고됐지만, 이후 2021년 엔진 부품 이탈과 유실이 확인됐는데도 국토부는 별도의 사실조사 없이 조류충돌 항공안전장애로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은 국토부가 해외 감항당국의 기준 개정을 국내 운항기술기준에 제때 반영하지 못해 국내 항공기의 안전장비 도입이 늦어졌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감사원은 해외 기준상 이미 의무화됐거나 강화된 안전장비 가운데 일부가 국내 기준에는 늦게 반영됐고, 최신 ADS-B 장비는 아직 반영되지 않아 국적항공기 69대에 탑재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원, 조종사 자격·관제사 인력 관리 부실도 지적

감사원은 조종사와 관제사 관리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감사원이 확인한 결과, '조류충돌'과 '동체착륙', '모든 엔진고장'과 같은 이례적인 비정상 상황이 조종사 의무훈련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적 항공기 사고를 분석한 결과 사고유형은 조류충돌, 랜딩기어 고장, 모든 엔진고장, 일부 엔진고장, 돌풍 등 10가지 비정상 상황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국토부 운항기술기준에는 이 가운데 랜딩기어 고장에 따른 동체착륙, 조류충돌, 이착륙 시 모든 엔진고장 등 4개 상황은 의무 훈련과목에 포함돼 있지 않았습니다.

최근 5년간 8개 국적 항공사를 점검한 결과 랜딩기어 고장에 따른 동체착륙 훈련은 실시 사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감사원은 또 국제선 조종사 자격인 항공영어구술능력증명이 만료됐는데도 위조 서류를 내고 국제선을 110회 운항한 사례를 확인했습니다.

감사원은 국토부가 정기적인 전수조사 대신 표본조사 방식으로 자격을 점검해 무자격 운항을 적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신질환 진료와 관련한 확인 절차도 미흡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습니다.

감사원이 최근 3년간 신체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조종사 1만 1천332명과 관제사 626명의 진료기록을 점검한 결과, 조종사 62명은 정신질환 진료내역이나 과거력을 문진표에 알리지 않은 채 적합 판정을 받고 최근 3년간 총 1만 2천97회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관제사 35명도 관련 진료내역을 알리지 않은 채 2022년 이후 총 2만 3천744일 동안 관제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항공신체검사 매뉴얼' 등에 따르면, 조종사와 관제사는 우울증이나 행동장애 등에 대한 과거력이 있는 경우 항공업무에 종사하지 못하고, 관련 정보를 숨기는 경우 자격증명을 취소하게 돼있습니다.

감사원은 항공전문의사가 문진표 외에 공신력 있는 자료를 활용해 정신질환 유무나 과거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관제 인력 부족도 지적됐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전국 15개 관제기관은 최소 475명이 필요하지만 2025년 6월 말 현재 실제 배치된 인원은 390명으로, 85명이 부족했습니다.

무안관제탑도 최소 19명이 필요하지만 8명만 배치돼 있었고, 이 때문에 근무시간 편성기준과 피로관리기준을 준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징계 요구를 포함해 총 30건의 지적 사항을 국토교통부 등에 통보했습니다.

둔덕 발생 개념 비교도 (사진=감사원 보고서 캡처, 연합뉴스)
▲ 둔덕 발생 개념 비교도

(사진=감사원 보고서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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