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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제안하고도 빠지나…대전·충남 통합 무산 '후폭풍'

유영규 기자

입력 : 2026.03.05 07:58|수정 : 2026.03.05 07:58


▲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이 3일 대전시청 앞에서 박범계·장종태·장철민·황정아 국회의원, 허태정 전 대전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전·충남 행정통합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대전·충남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통합법이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6·3 지방선거에서 통합시장 선출이 어려워졌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현 광역 단체장들은 '정치적 셈법' 때문에 발목을 잡았다는 이유로, 민주당은 속도전으로 밀어붙여 무산을 자초했다는 측면에서 여야 책임 공방이 예상됩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2024년 11월 대전시장과 충남지사, 대전·충남 시도의장이 공동선언을 발표하면서 추진돼 왔습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지난해 9월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정치권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해 계류 중인 상황에서 같은 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통합에 대한 강한 추진 의지를 보이며 급물살을 탔습니다.

정부는 통합 특별시에 '4년간 최대 20조 원'이라는 파격적인 재정 지원책을 내놨지만, 대전시장과 충남지사는 여당발 행정통합 속도전에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항구적인 재정 지원 방안 없는 통합법은 지방정부를 중앙정부에 더욱 종속시킬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민주당 발의 법안을 '누더기', '맹탕'이라고 비난하는 등 정부와 여당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연일 공세를 이어갔습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행정통합에 대한 주민투표 시행을 촉구했고, 거부할 시 법외 주민투표도 가능하다고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민주당 주도 법안이 결국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의결되자 급기야 대전시의회와 충남도의회는 지난해 이미 '찬성'으로 가결했던 '대전광역시와 충청남도 행정구역 통합에 관한 의견 청취의 건'을 '반대' 의견으로 재의결하는 등 스스로 내린 결정을 뒤집으면서까지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초강수를 뒀습니다.

이 같은 반대에 결국 대전·충남 통합이 무산되면서 그 결과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양 시도지사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먼저 통합을 추진하고도 전남·광주에 통합에 따른 특례를 빼앗겼다는 비난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양 시도지사는 고도의 자치권과 재정권 이양이 빠진 통합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며 민주당 주도의 통합법에 책임을 돌리고 있습니다.

반면 지방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에는 '선거용으로 통합을 졸속 추진해 무산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상황입니다.

지역 시민·노동·교육단체를 중심으로 통합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큰 데다가 충남과 달리 대전에서는 통합 찬성보다 반대 여론이 더 높은 상황도 부담입니다.

시가 자체적으로 지난달 20∼22일 시내 거주 성인 2천15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행정통합에 대한 반대 의견이 41.5%로 찬성(33.7%)보다 7% 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행정통합에 대한 대전시민의 수용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통합을 선도적으로 제안했던 대전시장과 충남지사도, 통합에 힘을 실었던 정부와 여당도 사실상 손을 떼면서 정치·행정력을 낭비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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