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공은 하이브에게 넘어갔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이자 현 오케이레코즈 설립자가 4차 기자회견을 통해 하이브에 모든 분쟁을 멈추자고 제안했다. 자신이 1심에서 승소한 256억 원 규모의 풋옵션을 포기하는 대신, 진행 중인 모든 민·형사 소송을 취하하고 갈등을 종결하자는 것이다.
민희진 대표는 25일 서울 종로구 교원챌린지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약 6분간 입장문을 낭독했다. 하루 전날 긴급 공지로 잡힌 자리였다. 이번 기자회견은 2024년 4월과 5월, 2026년 1월에 이은 네 번째다.
민희진 대표의 '화해 제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4년 5월 진행된 두 번째 기자회견 당시에도 그는 하이브를 향해 갈등을 현실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민 대표는 "감정적인 부분은 접어두고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아티스트와 주주, 팬들을 위해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면충돌이 이어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도 "측면 돌파로 해결될 수 있는 게 없다. 그때그때 정면 돌파를 해왔다"고 밝히면서도, 갈등 장기화에 대한 부담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번에는 법원 1심 판결이라는 변수가 더해졌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는 하이브가 민희진 전 대표를 상대로 낸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과, 민희진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 1심에서 민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하이브가 민희진에게 약 255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실상 256억 원에 달하는 풋옵션 권리를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민 대표는 이날 "하이브에 의미 있는 제안을 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내가 256억 원을 내려놓는 대신 현재 진행 중인 모든 민형사 소송을 즉각 멈추고 모든 분쟁을 종결하자"고 밝혔다. 그는 "내게는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많다. 256억 원이라는 거액을 다른 가치와 바꾸겠다는 이 결단이 K-팝 산업의 발전과 화합으로 승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결단의 이유로는 뉴진스 멤버들을 거론했다. 민 대표는 "행복하게 무대에 있어야 할 다섯 멤버가 누군가는 무대 위에, 누군가는 법정 위에 서야 하는 현실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 이토록 갈가리 찢겨진 마음으로는 결코 좋은 문화를 만들 수 없다."면서 "뉴진스를 론칭하며 가졌던 창작의 비전을 다 끝내지 못해 아쉽다. 현 어도어가 법원에서 말한 '뉴진스가 돌아오면 잘해주겠다'는 약속이 현실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민 대표는 하이브와 방시혁 의장을 향해 "이제 우리 법정이 아닌 창작의 자리에서 만나자"고 제안하면서 "기업 책임이 엄중해진 시대에 엔터 산업의 리스크를 해소하고 화합을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주주와 팬들을 위한 현명한 경영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민 대표의 제안을 하이브가 이를 수용할 경우 길게 이어진 법적 공방은 일단락될 수 있다. 반대로 제안을 거절한다면 분쟁은 항소심과 추가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하이브 입장에서 이미 많은 것들을 잃었다. 1심에서 승소한 민 대표의 선제적인 제의로 하이브는 '명분' 조차도 챙기지 못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남은 것은 하이브의 '선택'이다.

사진=백승철 기자
(SBS연예뉴스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