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13일 국회 본회의장. 박기춘 의원이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연단에 섰습니다. 분양대행업체로부터 3억여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박 의원은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박기춘 전 의원
"동료 의원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않겠습니다. 방탄막으로 저를 감싸달라고 요청하지도 않겠습니다. 일반 국민과 똑같이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당당히 응하고 싶습니다. 이 길만이 제1야당의 원내대표와 사무총장을 지낸 3선 중진의원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책무를 마지막으로 다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의 불찰에 대해 거듭 사죄드립니다.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오늘 저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해주십시오. 제 발로 걸어나가 사법부의 심판을 받겠습니다. 저의 이 결정이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10년이 지난 오늘 오후 국회 본회의장, 무소속 강선우 의원이 연단에 섰습니다. 강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둔 2022년 1월, 김경 전 서울시의원으로부터 공천을 대가로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습니다. 경찰은 구속영장에서 현역 의원 신분임에도 이례적으로 도주 우려가 있다고 적시했습니다. '전 사회적인 비난과 공분을 사고 있고 향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한 것을 예상해 고의로 잠적할 우려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의 과거 발언을 끌어와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경찰 구속영장 신청서
"(강 의원은) 2023년 9월에는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자 '온갖 편법을 동원해 사리사욕을 채워온 흔적이 뚜렷하다'고 말하며 고위 공직자에게 엄격한 도덕성을 강조했다. 정작 본인은 공천의 대가로 1억원을 수수하면서도 수사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반성도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강 의원을 국회의원으로 선출한 국민들이 받을 충격을 고려할 때, 해당 범행은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고 중대하다"
강선우 의원
"주면 반환하고 주면 반환하고 주면 또 반환했습니다. 지독했던 시간의 마침표를 반환으로 찍었습니다. 5차례에 걸쳐 3억2천200만 원을 반환했습니다. 그런 제가 1억원을 요구했답니다. 1억은 제 정치생명을 제 인생을 걸 어떤 가치도 없습니다. 만약 공천을 대가로 돈을 받으려 했다면 청년 공천을 발언할 이유도, 즉시 반환을 지시할 이유도, 공관위 간사에게 보고할 이유도, 어려운 과정을 거쳐 돈을 반환할 이유도 없습니다."
월 천만원이 넘는 세비와 보좌진, 수십가지의 특전을 누리면서도 불법 자금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관행과 함께 정치인들이 자기 진영 사건에서 유독 강조하는 무죄 추정의 원칙 역시 일반인의 법감정과 괴리된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지난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사건 무기징역 선고 이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내세우며 아직 1심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국민의힘은 줄곧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습니다. 그러나 1심 판결은 이런 주장을 뒤집을 만한 충분한 근거를 내놓지 못했습니다. 확신 없는 판결은 양심의 떨림이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아직 1심 판결입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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