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모습
"다주택자 급매물이 나오면서 매매 시장도 약세인데 전월세 물량도 소화가 안 되고 있어요. 매매도, 전월세도 적체되는 양상입니다."
오늘(24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의 말입니다.
최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와 관련해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이 감소하고 있지만, 송파구를 비롯한 강남권은 매매에 이어 전월세 가격도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1주택자 등은 고가의 전월세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가운데 새 아파트 입주 영향이 겹쳤습니다.
이에 비해 강북의 저가 전월세는 신규 물건이 아예 동나면서 강남과 온도 차이가 두드러진 모습입니다.
최근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은 감소 추세입니다.
지난해 10·15 대책에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실입주자만 아파트를 살 수 있게 되며 신규 전월세 물건이 줄어든 데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임박하면서 다주택자들이 전세로 내놨던 것을 매매로 전환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계획을 밝힌 지난달 23일 이후 한 달간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은 4만 2천784건에서 3만 5천904건으로 16.1%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 수가 5만 6천219건에서 6만 6천814건으로 18.8% 증가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그러나 대단지 아파트가 몰린 송파구는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송파구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 마지막 주(-0.04%)부터 지난주(-0.13%)까지 4주 연속 하락했습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전셋값이 떨어진 곳은 아직까지 송파구가 유일합니다.
송파구의 전셋값 하락은 올해 들어 신천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2천678가구, 이하 '잠래아')와 잠실 르엘(1천865가구) 등 4천543가구의 새 아파트가 연달아 입주하며 전월세 공급이 늘어난 영향이 큽니다.
송파구의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작년 6·27 대책 이후 임차인의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분양 또는 매매 잔금으로 활용할 수는 '조건부 전세대출'이 막히면서 잔금 사정이 급한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낮춰 내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새 아파트 물량 공세에 잠실의 구축 아파트 전셋값도 약세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최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의 후속 조치로 전월세 매물이 회수되는 추세임에도 입주 단지에서 싼 전세가 나오고, 임차 수요는 감소하면서 계약이 지체되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입니다.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는 통상 보름 안에 계약이 되는데 학군 이사철이 끝난 뒤에는 석 달 이상 안나가는 물건도 나오고 있다"며 "얼마 전에도 보증금 3억 원, 월세 370만 원 물건이 소화되지 않자 집주인이 결국 월세를 300만 원으로 낮춰 계약서를 썼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강남권 등 고가 전세 시장도 최근 전월세 물건 감소와 별개로 임차인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입니다.
전세도 대출이 까다로워진 데다 다주택자들의 급매물 증가로 매매 가격이 하락하면서 고가 전세 수요도 눈치 보기에 나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부동산원 통계로 지난주 강남구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02%로 보합에 가까웠고 서초구는 0.13%로 3주 연속 오름폭이 둔화했습니다.
용산구도 2월 둘째 주 0.12%에서 지난주 0.02%로 상승폭이 급감했고, 마포구도 2주 전 0.06%에서 지난주 0.02%로 감소했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 아파트 전체 전셋값도 지난주 0.08%를 기록하며 3주 연속 상승폭이 둔화했습니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체로 살던 집의 전세를 빼고 대출을 받아 이곳으로 넘어오는데 전월세 가격은 높고, 정부 정책 변화로 시장은 어수선하다 보니 다수가 원래 살던 곳에 그대로 재계약으로 눌러살고 상급지로 이동하지 않는 것 같다"며 "전세 만기가 임박한 집주인들은 가격을 1억∼2억 원씩 낮춰서 내놓고 있는데 예전만큼 빨리 계약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양천구 목동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도 "다주택자들이 전세를 거둬들이면서 물건이 많진 않지만 방학 이사철이 끝난 뒤 현재 나와 있는 전세도 잘 안 나가고 있다"며 "전세 기한이 임박한 집주인들은 5천만 원 정도 가격을 낮춰 내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전셋값이 낮은 강북은 사뭇 분위기가 다릅니다.
특히 학군이 양호하면서 전셋값이 2억∼4억 원 선인 노원구 중계동·하계동·상계동 일대는 신규 전월세 물건이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소형 아파트 단지인 노원구 중계동의 중계그린 아파트는 총 3천481건 가운데 전세와 월세 물건이 총 7건뿐이고, 2천438가구의 중계 무지개도 월세는 없이 전세만 3건이 나와 있습니다.
상계동 보람아파트도 3천315가구 가운데 외부에 공개된 신규 전월세 물건이 한 건도 없습니다.
중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학군·학원 선호 지역인데 1년 전보다 전셋값이 3천만∼4천만 원 오르다 보니 단지 내에서도 이동이 적고, 신규로 나오는 전월세 물건도 귀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상계동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의정부 등 수도권 외곽에서 학교 때문에 이사오려는 사람들은 많은데 다주택자의 전월세 매물 회수까지 영향을 미쳐 거래할 수 있는 전월세 물건이 거의 없다"며 "1년 전보다 전셋값이 5천만 원은 뛰었는데 다른 곳은 더 비싸니까 재계약을 하고 눌러앉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언론이 국토부 전월세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가운데 갱신 계약 비중은 2024년 31.4%에서 지난해 41.3%로 높아졌습니다.
특히 지난해 12월의 갱신계약 비중은 연중 최고치인 44.3%를 기록했고, 올해 1∼2월은 현재까지 신고된 거래의 절반에 가까운 49.3%가 갱신 계약입니다.
전세 물건 감소와 대출 규제 등은 단독·연립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뎠던 아파트의 월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실거래가 집계 기준으로 2024년 42.6%인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은 지난해 44.1%로 높아졌고, 올해 현재까지 거래 신고된 1∼2월은 월세가 46.1%에 달합니다.
1∼2월 계약은 아직 미신고분이 많아 점차 보증금이 높은 전세 계약의 신고가 늘어날 수 있지만 시장의 '뉴노멀'이 된 월세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합니다.
전셋값 상승과 월세화로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은 커지고 있습니다.
국토부의 전월세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신규로 계약된 월세 아파트의 평균 보증금과 월세금은 각각 1억 8천888만 원, 131만 4천 원으로 2024년의 1억 7천346만 원, 112만 5천 원에 비해 상승했습니다.
현재까지 신고된 올해 1∼2월 월세 계약 아파트도 평균 보증금 1억 9천920만 원에 월세 138만 5천 원으로 작년보다 높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시중의 매물 등 시세와 실거래 가격을 조사해 집계한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50만 4천 원으로 2015년 7월 조사 이래 가장 높았습니다.
시장에서는 3∼4월 봄 이사철이 본격화하면 아파트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여파로 신규 전월세 물량이 감소한 가운데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도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드는 등 불안 요소가 잠재해 있다"며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