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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 판결에 발끈한 트럼프…'3종 관세 몰아치기' 시작 [이브닝 브리핑]

손석민 논설위원

입력 : 2026.02.23 17:10|수정 : 2026.02.23 17:10


지난 주말 사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지른 '글로벌 관세' 부과 방침에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관세 부과는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의 권한"이라고 못 박았음에도 이에 정면 반발하며 어떡하든 관세를 유지하려는 우격다짐의 여파엔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구상하는 시나리오와 그의 문제점들, 그리고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정리해봤습니다.

위법 판결 직후 트럼프 '관세 무기고' 총동원령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 관세에 제동을 걸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대체 법령들을 소환했습니다. 백악관은 이를 "미국의 통상 주권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주장했습니다.
"Foreign Countries that have been ripping us off for years are ecstatic, and dancing in the streets — But they won't be dancing for long!" (여러 해 동안 미국을 뜯어먹어온 나라들이 황홀해하며 거리에서 춤추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오랫동안 춤추지는 못할 것!) – 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中

1) 무역법 122조(글로벌 관세) : 트럼프 대통령이 판결 직후 서명한 플랜B, 글로벌 관세의 법적 근거입니다.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대통령에게 최대 15%, 최장 150일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트럼프는 당초 10%라고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15%로 올리며 법이 허용한 상한선을 선택했습니다. 이 조항이 관세부과에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2) 무역법 301조(보복 관세) : 일명 '슈퍼 301조'로 불리며, 주로 대중국 카드로 활용돼 왔습니다.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이나 미 기업에 대한 차별적 행위에 보복하는 조항입니다. 관세율의 상한도 없고 장기간(4년에 연장 허용) 부과가 가능합니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발동하며, 대상국의 불공정 관행 입증과 기업 의견 수렴, 경제 분석, 공청회 등 준사법적 절차를 거쳐야합니다.

3) 무역확장법 232조(품목 관세) : 특정 수입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때 최대 50% 세율로 발동합니다. 이미 한국산 자동차(15%)와 철강(50%) 등에 적용 중이며 이번에 위법 판결난 상호 관세와는 별도입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수천 건의 법적 도전을 통해 검증된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의 관세 권한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3종 관세 무기' 적용의 현실적 & 법적 제약

하지만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3종 카드들이 실제 집행 과정에서 상당한 '장애물'에 부딪힐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1) 122조 글로벌 관세 : 이 조항은 대통령에게 즉각적인 권한을 주지만, 150일 이상 유지하려면 반드시 의회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미국 언론들은 중간선거를 앞둔 의원들이 관세에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시한 연장을 불허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법적으로 122조는 1970년 달러ᆞ환율위기 속에 국제수지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 도입된 긴급 조항이어서 보복 관세용으로 적용하는 것은 목적 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상호 관세처럼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는 겁니다.

2) 301조 보복 관세 : 대상국에 대한 가장 강력한 압박 카드이지만 속도가 느리다는 점에서 양면의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중국에 대해 301조를 뽑아들었는데 무역대표부의 공식 조사 개시부터 실제 관세 부과까지 11개월이 걸렸습니다. 때문에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 관세 전쟁을 펼쳐 온 트럼프 행정부로선 301조 적용은 본보기 차원에서 특정 국가에 엄포용으로 써먹을 공산이 커 보입니다.

3) 232조 품목 관세 : 301조가 무역대표부의 선조치를 필요로 한다는 점과 유사하게 품목 관세는 미 상무부의 조사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특정 품목 건건마다 안보 위협을 입증해야 하기에 물리적으로 시간이 소요되는 구조입니다. 각 나라별로 거의 모든 품목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던 상호 관세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인 셈입니다. 때문에 상호 관세 위법 판결을 보완하기 위한 제한적 수단으로 기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영향은? 자동차-반도체-디지털 유의해야

한국과 관련해선 지난해 11월 미국과 어렵사리 맺은 관세 합의가 계속 유효한가와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발표된 바로는 한국에 적용된 15%의 상호 관세는 무효가 됐지만 글로벌 관세 15%로 인해 단순 세율로는 플러스마이너스=0, 현상유지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사단이 트럼프 대통령의 손과 입에서 비롯된 만큼 마냥 마음을 놓을 처지는 아닙니다.

301조와 디지털 서비스 분야 : 가장 우려되는 지점입니다. '보복 관세' 담당부처인 무역대표부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한미 관세 합의 이후에도 "한국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고 오히려 디지털 서비스에 관한 새로운 법안을 도입했다" "협상 진척이 안되면 감정없이 관세를 높여서 무역적자를 개선하려 한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쏟아냈습니다. 구글의 고정밀 지도 반출 지연을 미국 디지털 기업에 대한 차별 조치로 인식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파다합니다. 쿠팡 미국 투자사들의 군불 때기도 진행 중입니다. 이들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문제삼아 무역대표부에 '301조 조사 개시'를 청원했습니다. 그리어 대표는 22일(현지시각)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과 브라질에 대해서는 이미 301조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과잉 생산 능력을 지닌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이 아닌 동남아 국가를 지칭한 것이라는 해석이지만 미국이 301조의 무기화를 진행 중이라는 점은 유의해야합니다.

232조와 자동차, 반도체 : 품목 관세가 확대될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의 입법 지연을 문제삼아 한국산 자동차와 의약품에 대한 품목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연방대법원의 위법 판결은 상호 관세에 한정한 것이어서 품목 관세 인상 여부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 정부가 지난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항공기·제트엔진, 드론, 풍력터빈, 로봇·산업기계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을 지적하면서 "이에 더해 반도체 및 파생상품에 대한 관세 조치를 확대·강화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대미 투자 프로젝트 계속"..미국에 손해라는 설득 강화해야

정부 차원에서는 대책 회의가 잇따라 소집됐습니다. 당정청이 어제 통상현안 점검회의를 연 데 이어 오늘 오전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주재했습니다. 김정관 장관은 "미국의 추가 관세 조치 향방을 예단할 수 없는 만큼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 확보와 시장 다변화를 위한 대책을 끈기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상호 관세 무효에도 대미투자 프로젝트 진행에는 차질이 없다는 메시지를 발신했습니다.

지금껏 정부가 강조해 온 부분이지만 232조 품목 관세는 미국에 손해라는 부분을 더 설득하고, 301조 관련 문제 제기에는 정확한 사실 관계를 바탕으로 더 설명하는 것이 정도(正道)입니다. 첨단 제조업에 특화된 한국의 도움 없이는 조선, 전력망 재건이라는 트럼프 정부 당면 과제 해결이 쉽지 않고, 쿠팡 투자사의 억지 주장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정부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적극 반박함으로써 한미간 신뢰를 단단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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