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 행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괴물 칩'(monster chip) 생산량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최 회장은 이틀간 워싱턴 DC에서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제5회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 환영사에서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괴물 칩으로 부르며 "가장 진보된 기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HBM은 D램 칩을 쌓아 높은 대역폭을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에 공급해 더 큰 연산 성능을 내도록 하는 메모리 기술로, 최 회장이 언급한 제품은 16개 칩을 적층한 최신 HBM4(6세대)입니다.
최 회장은 "우리(SK하이닉스)는 더 많은 몬스터 칩을 만들어야 한다"며 "요즘 이 몬스터 칩이야말로 우리 회사에 진짜 큰돈을 벌어다 주는 제품"이라고 말했습니다.
HBM의 시장 마진율은 60%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최 회장은 다만 AI 기업들의 수요 폭증에 따른 HBM의 "부족 현상(shortage)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HBM의 마진은 60%인데 일반 칩의 마진은 80%"라며 "이것이 하나의 왜곡(distortion)"이라고 지적했습니다.
AI 기업들의 수요 대비 공급량이 올해도 30% 넘게 부족하며 AI 인프라가 메모리칩을 모두 흡수하는 탓에 비(非) AI 메모리 공급이 줄면서 마진 역전 현상 등 시장에 여러 가지 문제를 파생하고 있다는 게 최 회장의 설명입니다.
이처럼 가격과 마진율 등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에 대한 "시장의 새로운 예상치는 1천억 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는 1천억 달러의 손실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또 "PC 회사나 스마트폰 제조사들조차 예전만큼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아마도 사업을 접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부족 현상이 세계의 산업 구조를 완전히 다르게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자신의 표현대로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AI 산업은 필연적으로 막대한 에너지(전력)를 필요로 하고 이 때문에 "우리는 AI 데이터센터와 발전소를 함께 짓는, 새로운 설루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최 회장은 소개했습니다.
최 회장은 "전력 수요를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재난이 될 것"이라며 "에너지는 또 하나의 큰 문제이자 사회 전체의 큰 도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 회장은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AI 인프라를 만들려면 에너지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 됐으니 뉴 에너지의 소스(신 에너지원)가 필요"하다면서 "그걸 만들어내는 계획을 장기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데이터 센터를 만들려면 다 기가(giga) 단위의 일이다, 데이터센터 센터 하나에 원자력 발전소 하나씩 매치해야" 할 정도라고 AI 산업에서 환경까지 고려한 에너지 확보의 중요성을 거듭 역설했습니다.
'AI 설루션 공급사'를 지향하는 SK가 미국에 설립하려는 'AI 컴퍼니'(가칭 AI Co.)는 "경쟁력 있는 데이터센터 테크놀로지가 계속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추진하는 투자 사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회사는 "자체 연구개발(R&D)도 당연히 할 것"이라면서도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는 R&D의 종류가 따로 있고 미국의 시스템이나 특정 기술 분야는 미국에서 수행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SK가 미 인디애나주에 구축하는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도 "사이즈가 큰 것은 아니다, R&D 중심으로 돌아갈 상황이 훨씬 크다"고 예상했습니다.
최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에 미 연방대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린 데 대해서는 "판결문을 보고 나중에 한 번 말씀드릴 수 있는지 보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타이완이 TSMC의 대미(對美) 투자액에 따라 관세를 낮추기로 미국과 무역 합의를 한 것과 관련해선 "(대법원 판결 등) 이 얘기가 어디로 가는지를 다 보고 난 다음에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역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습니다.
한미 간 무역·안보 분야의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 이후 투자 이행을 둘러싼 세부 협상이 진행 중인 데 대해선 "코리아가 원팀이 돼서 이런 문제들을 잘 소화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한 체제인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사진=워싱턴 특파원단 공동취재, SK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