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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SBS는 올해도 연중기획 '시그널'을 통해 기후변화 문제를 다각도로, 더 면밀하게 짚어봅니다. 올해 첫 소식은 기후변화로 서식지를 잃고 유전자 변이까지 겪고 있는 북극곰들 얘기입니다. 기후변화는 북극곰뿐 아니라 인간의 노화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서동균, 장세만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서동균 기자>
세계에서 가장 큰 섬, 그린란드.
육지의 빙하와 바다 얼음인 '해빙'으로 이뤄진 곳으로 북극곰의 주요 서식지입니다.
해빙은 북극곰의 사냥터입니다.
[이원영/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 물범들이 숨 쉬러 나오는 구멍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물범이 고개를 내밀면 여기서 점프를 해서 '탁' 때리는 거죠.]
그런데 이 해빙이 빠르게 녹아 없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45년간 북극 해빙의 절반이 사라졌는데 우리나라 면적의 30배를 넘는 크기입니다.
부피는 무려 77%가 줄었습니다.
남은 건 두께 1m 이하의 얇은 해빙이 대부분입니다.
[양은진/극지연구소 해양대기연구본부 선임연구원 : 얼음들이 얇아지면서 푸석푸석한 얼음으로 파도나 바람에 의해서 영향을 받기 때문에 더 빨리 부서지고 더 빨리 깨지게 되는 거죠.]
물범 사냥이 어려워지면서 북극곰이 변하고 있습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해빙이 거의 사라진 그린란드 남부의 북극곰은 새알을 먹고 쓰레기를 뒤지는 등 북부의 곰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최근 영국의 다른 연구에서는 남부 북극곰의 유전자 변화까지 확인됐습니다.
유전자 중에는 자리를 마음껏 옮겨 다니며 다른 유전자의 변이를 일으키는 '점핑 유전자'라는 게 있습니다.
이 유전자는 개체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활성화되는데, 옥수수 낱알이 여러 색깔을 띠는 이유도 바로 이 점핑 유전자 때문입니다.
그린란드 남부 북극곰들이 기온과 먹이 등을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이 점핑 유전자가 체내 에너지 대사를 담당하는 유전자를 변이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극곰이 줄어든 먹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마치 스마트폰 절전 모드를 켜듯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려는 변화라고 연구진은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북극곰의 이런 보이지 않는 몸부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앨리스 고든/이스트앵글리아대 생물과학부 박사 :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만, 실제로 멸종 여부를 좌우하는 것은 적응 가능성보다는 먹이 자원과 서식지의 확보 여부입니다.]
북극은 전 세계 평균보다 온난화 속도가 4배 이상 빨라, 2030년쯤에는 북극해에서 여름철 해빙이 완전히 사라질 거라는 예측이 나왔습니다.
북극곰이 먹이를 찾아 헤매다 2050년에는 지금의 3분의 2가 사라지고, 2100년에는 완전히 멸종할 거라는 예상도 있습니다.
이 암울한 전망에 맞서 북극곰들은 생존을 위해 몸의 설계도까지 바꿔가며 힘겹게 버티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전경배·최호준, 영상편집 : 최진화, 디자인 : 김예지·박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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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만 기후환경전문기자>
기후변화가 북극곰의 유전자에만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겠죠.
사람 인체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56살 이상 성인 3천700명 가까이를 대상으로 폭염 노출 데이터와 혈액 속의 유전자를 비교 분석했더니요.
32.2도 이상 폭염에 6년 이상 노출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생물학적 나이가 최대 2.48세 더 많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우리 몸의 유전자에는 '메틸기'라는 일종의 자물쇠 역할을 하는 화합물이 달라붙으면서 유전자의 작용을 통제하는데요.
늙어감에 따라서 이런 자물쇠의 분포에 변화가 생겨서, 유전자 지도를 살펴보면 주민등록상 나이 말고 생체 나이를 잴 수 있습니다.
그런데 폭염에 장기간 노출된 사람들을 살펴봤더니, 이 자물쇠 분포가 고령자 패턴으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단순히 햇볕을 오래 쫴서 생기는, 자외선에 따른 피부 노화와는 구분됩니다.
원인이 뭘까요?
연구진은 폭염 스트레스가 심근 세포와 면역 유전자에 대한 메틸기의 활동을 교란시켜서 염증을 유발하고 노화를 앞당긴 걸로 추정했습니다.
폭염으로 올라간 체온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심장이 과하게 뛰고 그 과정에서 세포들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생긴 활성산소가 메틸기에 영향을 줬을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런 폭염에 따른 노화 가속 정도가 담배를 피우는 것과 맞먹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영상편집 : 최진화, 디자인 : 서현중)